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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양 Aug 28. 2020

영원의 도시 로마

이러려고 반년을 돈 모았나 싶을 때, 들었던 감정

유럽에 약 한 달 동안 생활했다.

스위스 설경을 봐도, 체코 프라하에 동화 같은 도시를 봐도 감흥이 없었다.

영어마을 같고, 독일마을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현실 감 없이 예뻐서, 아니면 내가 속해있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냥 '예쁘다..'만 연발하고 있던 시점에, 로마에 도착했다.

기대가 없었던 로마.

지금 작가 양의 글을 보면 알겠지만, 유럽에 대한 환상보다는

젊었을 때 유럽에 장기여행 가봐야지!라는 청춘병으로 인해 오게 된 여행이다.

그런데, 그런 내가 로마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다.

로마에는 지하무덤이 많은데, 그곳에 들어가기 전에 가이드 언니가 설명을 해줬다.

옛날에 조명이 없을 땐, 지하무덤은 미로와 같은 구조로 되어있어서 많이 와본 사람이 아니면

길을 잃어버려서 빛을 못 보고 죽게 된다고.

한 번은 가톨릭교를 박해하던 시절에, 병사들이 지하무덤에 예배를 하러 갔던 가톨릭 신자들을

따라갔는데 결국 길을 잃어서. 어둠에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그때 가톨릭 신자가 병사들을 따돌리다가, 어둠에 절망할 그들이 생각나 다시 되돌아갔다고

한다. 목에 칼이 들어올 걸 알면서도 다시 살려주러 돌아가 신념을 지킨 신자들을 보면서,

사실 조금 부러웠다.

자신의 확신, 신념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

나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강한 확신을 내 인생에서 한 번이라도 겪어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머리를 맞은 것처럼 '아 여행은 생각지도 못한 감정을 느끼게 하구나..'라고 느꼈다.


그리고 내부는 못 찍었지만, 미켈란젤로가 설계했던 광장이다.

여담인데, 미켈란젤로는 평생 연애와 결혼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평생 신에게 시간을 바친다고 그랬다고 한다.

이 정보만 들었을 때, 아 그렇구나.. 이러면서 넘겼는데 이탈리아 로마 가면 여기는 꼭 가보길 바란다.

(이름은 까먹었다)

직선으로 된 대리석이 잔디 위에 깔려있었는데, 하늘에서 보면 그 직선들이

곡선처럼 보인다고 한다.

원래 신은 모든 걸 곡선으로 보고, 인간을 모든 걸 직선으로 본다고 한다.

미켈란젤로는 그런 의미도 건축에 담고 싶어서 땅의 각도를 미세하게 변화시켜

우리가 볼 때는 직선인 건축물을 신이 볼 때는 곡선으로 보게끔 만들었다.

그때서야, 미켈란 젤로는 한 평생을 신의 눈으로 보려고 했구나. 얼마큼 한 곳에 미쳐야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싶었다.

지식의 축척보다는 내 고정관념과 생각을 좀 더 트이게 했던 여행이었다.

이런 소름의 연속인 곳에 있다 보니깐

하나라도 더 보고, 하나라도 더 느끼고 싶은 게 여행자의 마음이지 않을까.

그런 자연스러운 마음에 덩달아 조급함까지 따라왔다.

그런데 가이드 언니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데,

조급해하지 마세요. 

내가 출장을 할 때, 신혼여행으로, 아이를 낳고 다시 와도

로마는 항상 변함없는 모습으로 기다려줘요.

원래 로마는 한 번에 흡수가 안되니깐, 자주 와서 자주 새로운 감정을 가지고 가라고

말해주니 마음이 놓였다.


영원의 도시 로마,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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