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는데 안 진 것 같은 기분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우리의 밤이 당신에게는 낮인 나의 직장생활.
첫 문구를 쓰고는, 한때 좋아했던 동명의 곡이 문득 떠올라 유튜브에서 들었다. 그러다 유튜브에서 추천받은 리메이크 곡을 듣고는 꽂혀서 계속 듣느라, 몽환적인 보컬의 포즈로 이 글을 쓰고 있다. (궁금하실 분을 위한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mKOOH3_xXj0)
나는 팀원이 전부 다른 대륙, 다른 시간대에 퍼져 있어, 이산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한국에 나 홀로 있는 외로움은 매일 화상회의를 통해 동료들을 만나며 달래고 있다. 다음에 따로 다루겠지만, 1년에 2번 정도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팀 동료들 100여 명이 모두 함께 모이는 행사가 있다. 평소에 항상 팀 미팅을 화상 회의를 통해서 하다 보니 '정말 내가 실존하는 사람과 일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마련인데, 이 기회를 통해 직접 만나서 회포를 풀고, 술자리도 갖는 등의 시간을 가지며,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감격 아닌 감격을 하곤 한다.
전 세계 각국에 팀원들이 있으니 좋은 점은 어느 나라를 가도 친구가 있다는 것인데, 나쁜 점은 업무로 연락해야 할 동료가 어느 나라에도 다 있다는 점이다. 왜 이게 나쁠까. 내가 좀 쉴만하면 동료가 이제 막 개운하게 일어나 일을 시작하고, 내가 좀 일 하려면 이 친구들은 자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업무 메일이 왔다 갔다 하고, 자고 나면 긴급 메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을 매일 해야 하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자는 동안 얼마나 많은 무시무시한 긴급 메일이 왔을까 하며, 이메일을 열 때의 그 두근거림은, 마치 숙제 안 하고 갔는데 선생님이 내 번호를 부를지 안 부를지 긴장하며 기다리는 기분이랄까.
유럽과의 회의는 저녁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쉴만하면 뉴욕의 동료들이 부지런히 출근해서 메신저를 보내온다. 그러다 보면 "나 이제 출근해쪄염!" 하며 캘리포니아의 동료가 하나둘 일어나시고... 그래, 어쩔 수 없다. 그냥 난 자야 한다. 그대들의 해는 지금 떴을지 몰라도, 내 해는 졌거든요. 근데 왜 그대로 노트북을 덮고 침대에 누우니, 내가 적당히 끊고 나온 업무 메신저가 어른거리고, 아직도 내 해가 떠 있는 것 같을까.
저는 세계를 누비는 글로벌 비즈니스맨이 되고 싶습니다!
막연히 '글로벌 비즈니스맨'이라는 말을 동경해왔다. 전 세계 각국의 동료들과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해 토론을 하며, 신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내게 있어서는 정말 경험하고,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감사하게도 지금 나는 그런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그런데, 그 하루하루는 그 동경했던 마음만큼 고단함도 함께 오는가 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금요일 저녁에 나는 불금이 시작되었지만, 조금 있으면 일어날 캘리포니아의 동료들의 금요일은 이제 시작될 것이다. 불금인데 불금이 아닌 것 같은 슬픈 기분. 토요일 아침에 노트북을 열며 나는 또다시 마음속으로 중얼거릴 것 같다. '밤새 부디 무탈하게 안녕들 하셨기를...'
오늘 하루도 길었고, 내 해는 지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
표제 사진 출처: coolrain44.wordpress.com/2009/07/08/songs-about-sun-sunshine/
사진 1 출처: mnet [밴드의 시대] - 쏜애플 -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사진 2 출처: 비 '태양을 피하는 방법' MBCKpop Youtube / www.youtube.com/watch?v=qWwf9Z2t7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