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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Apr 20. 2024

이종호의 세상이야기-이집트

이집트에서 여자 사진을 찍을 때…


비행기에서 내렸다. 시차로 몽롱한 가운데 택시 기사와 한바탕 요금 시비를 한 후 내린 곳은 허름한 빌딩이다. 카이로 도심 국립박물관 인근이라는 숙박앱의 그럴듯한 안내와 잘 정돈된 룸 사진으로 예약한 곳인데 호텔 간판도 찾기 힘든 허름한 빌딩이다. 당황하여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빌딩으로 들어가던 사람이 호텔 프론트는 이층이라고 한다.


그가 가리킨 곳에 있는 완전 수동식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층으로 올라가니 호텔 입구가 나타났다. 밖에서 본 빌딩 외관에 비해서는 깨끗하게 잘 정돈된 곳이다. 호텔 입구에 들어서면서 프론트 데스크 옆 카페에서 한 이집트 여인의 강렬한 눈빛과 마주쳤다. 나는 본능적으로 들고 있던 카메라로 그녀의 표정을 담았다. 그녀는 나를 향해 포즈를 취해 줬지만 옆에 있던 호텔 직원은 이집트에서 여성 사진을 함부로 찍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내 카메라 첫 사진으로 담긴 여인의 미소는 아름답고 눈빛은 강렬하다. 그녀의 사진은  이집트 여행 내내 내게 여자사진을 찍을 때는 조심하라는 말을 해주었다.


이집트는 이슬람 국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민의 반 정도는 카톨릭이라고 하여 놀랐다. 도시에서 흔히 돔식 지붕 꼭대기에 십자가를 높이 단 성당을 볼 수 있어 로마 지배시대 유물이겠거니 했는데 많은 인구가 카톨릭 신자인걸 몰랐다. 마침 라마단 기간이었는데 카톨릭 신자들도 문화적으로는 이슬람에 동화되어 함께 금식을 한다. 성인 여자들도 종교에 관계없이 머리에 히잡을 두르고 다닌다.


이집트 문화를 탐구하는 여행의 시작이다. 고대의 이집트 왕국에서 로마의 지배를 거쳐 카톨릭과 이슬람문화를 받아들인 이집트는 역사와 문화의 다양성을 품고 있는 인류 문화의 보물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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