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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Apr 28. 2024

이집트 사람들에게 라마단이란

라마단 기간 중에 만난 사람들

내가 카이로에 도착하였을 때 라마단이 막 시작되었다. 사막에서 불어오는 황사로 뿌연 거리를 달리는 택시 안에서 운전기사가 지금이 라마단 기간이라고 하였다. 라마단은 이슬람을 신봉하는 무슬림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종교적인 기간이다. 이슬람 달력으로 아홉 번째 되는 달이 라마단 기간인데 무슬림들에게는 가장 거룩한 달로 금식을 하며 기도를 더 열심히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푸는 기간이다. 무슬림들은 이 기간 중에는 해가 뜨는 순간부터 해가 질 때까지 금식을 하며 자신의 의지를 통제하고 영적 성장을 도모하며 코란 읽기에 힘쓴다.


해가 지는 오후 6시가 되면 금식을 풀고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그 음식을 우리가 아침이라고 부르는 Breakfast라고 한다. 해가 떠 있는 낮 시간 동안에는 음식은 물론 물과 담배도 섭취하지 않고 오후 6시가 되어 모스크에서 기도문이 낭독되면 일제히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그래서 라마단 기간 중에는 낮 시간보다 밤 시간이 더 활발해진다. 낮에는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가 밤에 열고 많은 가게는 철야로 영업을 하기도 한다. 밤늦도록 거리에 사람이 넘쳐나며 활기를 찾았다가 낮에는 조용해진다. 낮에 잠을 자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카이로의 유명한 시장 알 칼릴리 시장을 찾았을 때 시장 한 모퉁이에 있는 모스크에서 이슬람들이 라마단을 지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원내부에는 바닥에 누워 자는 사람, 기도하는 사람, 코란을 읽는 사람들이 각자 나름대로 라마단 기간 동안의 낮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집트 남부 도시 아스완에서는 라마단의 또 다른 모습을 보았다. 해 지는 시간, 낮 동안 한적하던 길가에 긴 식탁이 차려지고 있었다. 양쪽으로 50명이 족히 앉을 수 있는 식탁에 사람들이 모이고 길가 한편에서 막 요리된 음식이 차려졌다. 6시가 되자 허름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식탁에 앉아 낮 동안의 시장기를 풀기 시작한다. 이들은 나에게도 앉아 함께 먹자고 권유하였다. 라마단 기간 중 매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베푸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시간이다. 잘 차려입고 좀 있어 보이는 사람들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 이들이 바로 이 음식을 베푸는 사람들로 보였다. 이들과 함께 있지는 않았지만 근처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향료가게를 운영하는 아흐마드는 "코리안 굿"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우고는 자신도 음식을 베푸는 사람 중 하나라고 했다.


이날 저녁시간 동안 누비안 시장통과 언덕 위 모스크로 길 안내를 자청한 아흐마드는 결국 자신이 운영하는 향료 가게로 나를 데려가는 데 성공했고 뜨거운 물에 녹여 사용하는 투명한 민트 가루를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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