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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호 May 06. 2024

람세스의 꿈, 수몰 위기에서 벗어나다.

이집트 최남단 아부 심벨 사원

아부 심벨로 가는 길, 사막 위로 해가 솟는다. 새벽 5시에 아스완의 호텔을 출발했고 사막 위로 난 포장도로를 4시간 달리면 아부 심벨에 닿는다. 왜 이 먼 길을 가는가? 람세스 2세가 만든 신전  아부 심벨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 위해 미리 예약을 해. 두었지만 버스 기사가 착각하여 그냥 출발하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을 치른 후에야 아부 심벨 사원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예정보다 한 시간가량 늦게 출발하게 된 이유다. 아부 심벨을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다고 생각하며 사막의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본다. 사하라 사막 동쪽 이자 아프리카의 북단인 이곳에도 아침이면 태양은 솟아오른다.

람세스 자신의 모습으로 만든 석상 4개가 있는 대신전 외부 모습, 석상 한개는 완전히 파괴되었다.


고대 이집트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이 있는 람세스 2세는 자신의 통치력과 신성을 과시하기 위하여 이집트 남부 나일강 상류에 아부 심벨 신전을 건축하였다. 그는 아부 심벨뿐만 아니라 룩소에 카르낙 신전을 비롯하여 기원전 1279년부터 66년의 재위 기간 동안 많은 건축물을 남겼다.  그가 신전을 건설한 것은 자신의 신격화하고 절대적인 통치력을 발휘하기 위함이다. 신전에는 자신의 경제적, 군사적은 물론 문화적 업적을 기록하였다.


아부 심벨은 람세스 2세가 바위산을 깎아 만든 2개의 신전이다. 두개의 신전 중 큰 신전은 자신을 주신으로 모셨으며 작은 신전은 자신의 왕비 네페르타리와 여신 하트로르를  모셨다. 네페르타리는 람세스 2세의 왕비 여러 명 중에 가장 영향력이 있는 왕비다. 그녀는 람세스 2세의 통치를 지원하고 정치적 역할은 물론 종교적 역할도 수행하였다. 작은 신전에 네페르타리 왕비와 고대 이집트 여신인 하트호르와 함께 모신 것은 그녀를 람세스 2세 자신과 마찬가지로 신격화하기 위해서다. 여신 하트호르는 사랑, 아름다움, 음악, 춤, 출산, 즐거움과 모성을 상징하며 파라오의 어머니 또는 아내로서의 역할을 하는 신으로 소를 상징하는 뿔을 달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이집트의 벽화에 머리에 뿔을 달고 있는 여성의 그림이 많은 이유다.

왕비와 여신을 모신 소신전의 외부 모습, 왕비석싱 3개, 뿔을 가진 여신 석상 3개가 조각되어 있다.

두 신전은 아스완 호수를 바라보며 100m 정도 떨어져 있다. 큰 신전은 외부에 람세스 2세 자신의 모습을 20m 크기의 거대한 석상 4개로 조각해 놓았다. 신전의 내부는 자신의 군사적 업적과 종교적 의식 나타내는 모습을 릴리프 형태의 벽화로 묘사하였다. 작은 신전은 외부에 람세스 2세와 그의 왕비 네페르타리의 석상이 각각 3개씩 있다. 신전의 내부는 여신 하트호르를 숭배하는 장면과 왕과 왕비가 제사 지내는 모습이 조각과 릴리프로 묘사되어 있다. 두 신전 모두 특정한 날에 태양이 가장 깊숙한 성소를 비추도록 설계되었다. 3000여 년 전 이집트 고대왕국의 천문학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기술이다.

대신전 내부 람세스 2세가 전쟁을 수행하는 모습을 그린 벽화디.

나일강 상류에 건설된 아부 심벨 신전은 1960년대 이집트가 아스완댐 건설함으로써 수몰위기에 처했지만 유네스코와 국제적 지원으로 원래 위치에서 위쪽으로 65m 뒤쪽으로 200m 옮겨 복원되었다. 1964년부터 1968년까지 4년 동안을 1080개의 조각으로 나누어 현재 위치로 옮겨 다시 복원한 것이다. 신전을 1080개의 조각으로 잘라내고 각각에 번호를 매겨 옮긴 후 다시 조립하는 작업이 고난도의 공사였음에 틀림이 없다. 눈을 부릅뜨고 재 조립 작업의 흔적을 찾아보려 했지만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복원 작업은 정교했다.

복원된 람세스 2세의 석상, 복원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새벽에 아스완을 출발하여 오전동안 신전을 구경하고 오후에 돌아가는 일정으로 아부 심벨을 방문한다. 두어 시간 머물다 가는 것이다. 그래서 신전의 오후 시간은 단체 관광객들이 가끔씩 몰려들어 어수선해질 때도 있지만 대부분 한가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내부의 벽화를 차분히 감상할 수 있고 사진을 찍기에도 좋다. 밤에는 신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라이트 쇼도 감상할 수 있다. 아부 심벨 신전 근처에 숙소를 정하고 이틀 동안 낮 시간은 물론 밤 시간에도 신전을 둘러보았다. 신전을 복원한 돌산 위로 뜨는 달을 바라보면서 3천여 년 전 람세스 2세도 저 달을 쳐다보면서 아부 심벨 사원의 건축을 구상했으리라 생각해 본다.

복원된 아부 심벨 신전 뒤에서 바라본 바위산 위로 달이 떠올랐다.
람세스 2세 자신을 위한 대신전 입구에 늘어선  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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