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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ndmer May 01. 2024

부자의 심리학

당신은 얼마만큼의 돈을 다룰 수 있습니까?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돈을 사랑하는 사람이 읽을 책은 세상에 차고 넘친다. 아무 서점이나 들어가 보라. 부자처럼 생각하는 법, 돈 굴리는 법, 월스트리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재테크 서적이 입구에서부터 계속 눈에 띌 것이다. 


어마어마한 부와 호화로운 삶에 마른 이들, 돈에서 기회와 행복과 자유를 떠올리는 이들에게는 그런 책이 마음에 와닿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책은 어디에 있을까? 


돈에서 스트레스, 불평등, 장벽, 탐욕부터 떠올리는 이들을 위한 책은 어디에 있을까?


금융 세계의 어두운 면을 인정하는 책은 어디에 있을까?


책을 지은이도 재무심리학이라는 세계를 통해서 수학 학사 학위를 땄는데도 재무 살림이 왜 엉망인지를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우등으로 학위를 마쳤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겪는 돈 문제는 재무 수치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 


게다가 나는 재무 수치를 정말 좋아한다. 그때도 이율이나 재무상태표를 막힘없이 술술 이해했다. 


그런데 왜 내 돈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까? 


아무리 발버둥 쳐도 풍족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돈에 그만 짓눌리고 싶었다. 


이처럼 돈은 많다고 해서 풍족한 것도 아니고 적다고 해서 부족한 것도 아니다.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해서 우리는 부의 부족함과 풍족함을 느끼게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돈을 제대로 바라보고 다룰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도록 하자. 


Ⅰ. 돈이라면 누구나 할 이야기가 있다. 


흔히 생각하는 바와 달리, 부자도 가난한 사람만큼이나 돈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재무심리학과 돈 관리를 주제로 단체 강연을 하면 부잣집 아이들은 저소득층 아이들보다 어른이 될 때 돈을 다룰 준비를 훨씬 탄탄하게 마치니 불공평하다며 한숨을 내쉬는 사람이 꽤 많다. 


흔히 부자 부모가 가난한 부모보다 아이들에게 돈 관리를 더 잘 가르친다고 여긴다. 


그러나 오해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같은 인기 서적이라면 그릇된 생각을 이용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유명 칼럼니스트 론 리버가 부자 부모를 조사한 결과를 2015년 뉴욕 타임스에 보도해 널리 퍼진 이 신화가 틀렸음을 밝혔다. 


실상을 보니, 조사 대상 중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자신의 소득이나 순자산을 알려줬거나 알려주겠다는 부모는 겨우 17% 뿐이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32%가 애들이 알바 아니어서라고만 답했다. 


돈 문제를 자녀와 툭 터놓고 이야기한다는 말로는 들리지 않는다. 


이탈리아에서는 마구간에서 별로 갔다가 다시 마구간으로, 일본에는 3대째가 집안을 망친다, 중국에는 부는 3대를 못 간다라는 말이 있다. 


이렇듯 한 집안이 쌓은 부가 3세대 안에 사라지는 경향은 문화권과 시대를 가리지 않고 쭉 이어졌다. 


물론 갖은 노력 끝에 여러 세대에 걸쳐 부를 지킨 집안도 있지만,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먼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대물림된 재산은 매우 적다. 


부자 부모가 정말로 자녀에게 돈 관리를 더 잘 가르친다면 과연 이런 경향이 계속 이어졌을까?


실상은 잘살든 못살든 대다수가 돈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Ⅱ. 돈은 힘이고, 힘은 타락한다. 매슈 이야기


매슈는 부자들 그늘에 가려 산다고 느끼며 자랐다. 그래서 부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고등학교 때 자신의 탁월한 지능이 부자가 될 수단인 것을 알아챈 매슈는 열심히 공부해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 졸업장을 받았다. 


9/11 사태 직후 졸업해 국방부에서 정보통신 엔지니어로 자리 잡았고, 10년 동안 사회 경제의 사다리를 차근차근 올라갔다. 


매슈는 그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공격적으로 돈을 모으고 투자할 줄 안 덕분에 마침내 난생처음 자산 상태에 안심하게 됐습니다. 


인생의 즐거움을 맛봤죠. 가족과 여행을 다니고 최고급 식당에서 밥을 먹고요. 기술주가 껑충껑충 오를 때 주식을 곧잘 사고팔아 큰돈을 만졌습니다. 


이자와 월세로 먹고살겠다는 목표가 있는 데다 돈 불리는 수원이 워낙 좋았거든요. 


겨우 몇 년 사이에 재산이 쑥쑥 불더군요. 부동산에도 잔뜩 투자했습니다. 


드디어 워싱턴 DC에 부동산 네 채를 사들여 세를 놓았죠.


그러다가 부동산 시장이 붕괴했다. 매슈의 자산이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그 과정에서 매슈에게 우울증과 약물 남용 문제가 생겼다. 


끝내 파산을 신청한 매슈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몇 년 만에 10만 달러 넘는 돈을 모아 남은 빚을 모두 갚았다. 그런데 다시 정점으로 돌아간 그때, 내면에서 무언가가 무너져 내렸다. 


결국은 우울하다가 아프다가 약물에 빠지기를 반복했고, 일을 그만뒀고, 그다음에는 마침내 길거리로 나앉을 위기에 몰렸습니다. 


모아둔 돈은 직장을 그만두고 얼마 못 가 모조리 써버렸고, 음주운전으로 두 번이나 체포됐어요. 


정부 보안 직종에서 일할 수 있는 신원 승인을 잃었을 뿐 아니라 직장과 건강, 집, 차, 가족 관계, 자존감, 그리고 무엇보다 내 정체성과 삶의 목적을 잃었습니다. 


끝내는 노숙자 쉼터에서 사는 신세가 되고 말았죠. 


Ⅲ. 돈이 많아도 삶은 불안할 것이다. : 니컬러스 이야기


니컬러스는 평생 돈과 애증 관계였다. 어릴 적 주변 사람들이 돈에 짓눌리는 모습을 보고 어른이 되면 돈을 많이 벌겠다고 마음먹었고, 드디어 꿈을 이뤘다. 


그런데 어릴 적 경험이 그를 끈질기게 괴롭혔다. 소득이 늘어 어릴 적 꿈에서나 그리던 경제적 안정을 이뤘을 때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재산이 모두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끝없이 넘실댔다. 


마음껏 써도 될 만큼 소득이 충분한데도, 머릿속을 끝없이 맴도는 의심 때문에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돈에 쪼들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지금까지도 마음속에 너무 깊이 자리 잡은 탓에 니컬러스는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엄청난 자산을 모았는데 정작 자산관리법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불안이 더 커졌다. 자산을 관리할 줄 몰라서 다시 쪼들리는 처지로 돌아가면 어쩌지?


시간이 갈수록 그는 어릴 적 꿈꾼 안락을 이루기가 생각호바 더 어려워졌다. 


목표한 자산을 일궜는데도 마음을 괴롭히는 무의식 속 깊은 두려움을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음의 평온을 얻으려면 재무제표에 적힌 수치 말고도 다른 것이 있어야 한다. 


Ⅳ. 돈은 인간관계를 망친다. : 질리언 이야기


질리언은 자기 힘으로 대학을 마쳤고, 열심히 일해 상당한 경제적 안정을 이뤘다. 스스로 집도 마련했다. 


결혼할 때 남편이 자기가 생계를 책임지겠으니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질리언은 앞으로 삶이 좀 편해지겠거니 생각했다. 


안타깝게도 남편이 생각한 돈의 우선순위는 질리언과 사뭇 달랐다. 결혼은 질리언이 어렴풋이 꿈꾼 평안을 안겨주지 않았다. 


현재 질리언은 남편이 허락할 때만 돈을 쓸 수 있다. 일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남편은 쥐꼬리만 한 용돈을 주면서 집에 머물기를 강요한다. 


질리언은 아이들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고 싶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손질하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자기가 일했다면 쉽게 살 수 있었을 물건도 이제는 남편의 규칙을 따르느라 마음대로 사지 못한다. 


남편에게 보살핌을 받는다지만, 질리언은 거의 언제나 쪼들리는 기분이다. 


돈과 가족의 역할을 바라보는 남편의 태도 때문에 부부 관계는 끝장나다시피 했다. 


Ⅴ. 핵심 신념을 알아내는 법


돈이 당신 인생을 담은 이야기의 등장인물이라면, 지금까지 당신에게 돈은 친구였는가, 적이었는가?


부모님은 돈을 어떻게 대하셨는가? 좋든 나쁘든, 돈과 관련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누구였는가?


마음속에서 격렬한 감정이 들끓도록 방아쇠를 당긴 결정적 순간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가?


어릴 때 주변 사람들은 돈을 선으로 봤는가, 악으로 봤는가?


당신 삶에서 돈이 무엇인지 생각하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돈과 관련한 다짐을 한 적이 있는가?


  [ 글을 마치며 ]


버는 돈이 늘어난다고 해도 소비하는 돈이 그와 비례해서 증가하게 된다면 불안감은 예전과 동일하게 계속 스스로를 괴롭힐 수 있다. 


예를 들어 2백만 원을 벌 때에 2백만 원을 소비했는데 5백만 원을 벌게 되었을 때에는 5백만 원을 소비한다고 해보자. 


이 경우에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더 많은 것들을 선택할 수 있으니 그와 비례해서 행복감도 증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행복감만큼이나 불안감도 비례해서 증가하게 될 수 있다. 


자신이 누리던 것들이 앞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것만큼이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것은 없다. 


혹은 좀 더 노력하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부분이 있을 때에 우리는 고민을 하게 된다. 


현재의 행복을 뒤로 미루고 내일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살아갈 때도 있다. 


그렇지만 물질적인 행복감은 시간을 뒤로 미루면 미룰수록 행복감이 커지는 것이 아닌 오히려 시간적인 고통만 증가되는 경우도 있다. 


어렸을 적의 오랜 시간 동안의 가난함, 물질적인 부족함으로 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과 함께 영영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우리는 물질이 주는 풍족함과 동시에 심리적으로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진정한 부자는 마음이 풍요로워야 한다는 말을 깨닫게 된다. 


물질적인 것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물질적인 것이 모두 행복함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서 어떻게 하면 마음이 좀 더 풍요로워질 수 있는지 고민을 거듭해 봐야겠다. 


참고 도서 : 부자의 심리학 ( 세라 뉴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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