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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Jan 02. 2024

이끼를 마음가에 두었다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분 공모작

헤아릴 수 없는 곳에 이끼가 숨죽이듯 자라 있었어요. 오늘내일할 것 없이 그 이끼를 보러 가요. 이끼를 마음 한 가에 담아두었어요. 칭찬 양파처럼 칭찬을 먹지는 않지만, 그 이끼는 마음에 담은 자리에서 녹록하게 번져가요. 그렇게 감각을 채우다 어느새 질투가 번져나갔어요. 이끼에게 질투가 나서 고백을 했어요. 마치 내 안의 어둠이 새어나가는 듯했어요. 하지만 이끼는 나를 욕하지 않았어요. 그저 가만히 나를 향해 미소를 띠고 있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이끼는 천천히 사라져 갔어요. 자리에 흔적은 남아있지 않지만, 마음은 여전히 녹슬지 않은 녹색으로 가득 차 있어요. 세상은 이제 이끼로 뒤덮여 있어요. 나지막한 소리, 마음에 남은 이끼가 속삭이네요.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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