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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다 Aug 26. 2020

회사에서 나를 브랜딩 하는 법

내가 회사에서 존재감이 없는 이유

처음 회사 생활할 때 가장 속상했던 기억은 나의 말의 무게가 가볍게 느껴졌을 때였다. 똑같은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도 내가 말할 때는 귓등으로도 안 듣다가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사람들이 동의한다던가, 이메일에 회신이 안 오다가 매니저가 한마디만 하면 5초 만에 답변이 온다던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일 때 이유 없이 다른 사람으로 PM이 바뀐다던가 하는 일이 생겼다. 지금 돌이켜보면 딱히 내가 잘못하거나 일을 못해서가 아니라, 회사 내에서 나만의 "브랜드"가 쌓이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었다. 질문을 던지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은 가장 빠르게 올바른 답을 얻는 것이다.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에게 질문을 하면 시간 낭비이니 가장 그 사항을 잘 알 것 같은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어떠한 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바로 브랜딩의 결과이다.


브랜딩은 제품에만 필요한 게 아니라 사람에게도 필요하다. 회사에서의 브랜딩이란 나 자신이라는 사람이 하는 일과 능력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는 일을 말한다. 브랜딩이 잘되어 있는 경우, 당연히 주변 동료들과의 관계도 좋아지고 현재 맡고 있는 일을 잘한다는 인식이 생겨 필요할 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커리어를 확장시킬 수 있어 좋다. 하지만 회사에서의 브랜드는 직책과는 상관없이 쉽게 생기지 않고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어서 이직해서도 잘 활용할 수 있게 나만의 원칙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1. 이메일에 빨리 회신해 주고 계속 진행 상황을 공유해 준다.

이메일은 회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툴이다. 슬랙, 웹엑스, 행아웃 등 여러 커뮤니케이션 툴이 있지만 공식적으로 증거를 남겨놓기에는 아직도 이메일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끔씩 이메일로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메일을 확인했고 적어도 확인 중이라는 회신이라도 해주는 게 좋다. 일의 데드라인이 밀리는 것은 괜찮지만 그것보다 더 최악인 것은 갑자기 아무 말도 안 하다가 사실은 진척된 것이 없다고 폭탄을 던지는 이메일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세일이나 프로덕트 론칭 같은 것을 제외하고는 시간/일별 업데이트를 할 필요는 없고 가끔 새로운 정보나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만 메일로 업데이트를 해주는 것이 좋다.


2. Make things done. (일을 되게 하라)

영국에서 채용 공고를 보다 보면 자격사항에 종종 등장하는 문장이 있다. Make things done. 일을 하다 보면 당연히 장애물에 부딪히게 되는데 여기서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일을 해내는 태도를 말한다. 이 태도는 특히 새로 입사했을 때 가장 중요한데, 내부 사람들이 당연하게 불가능하게 생각했던 일들을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은 타팀과의 이해관계, 지나치게 리소스가 많이 들지만 성과를 보증할 수 없는 경우, 아니면 심하면 법적 문제까지 얽혀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느 문제에도 답이 있듯이 몰입해서 일을 끝까지 성취한다면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큰 성과를 남기게 될 것이다.


3. 항상 도와주려는 태도

회사가 수익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굴러간다고 해도 나의 일과 남의 일이 있다. 그리고 종종 남의 일을 내 리소스를 써가면서 도와줘야 할 일이 생긴다. 이럴 때 최선을 다해서 도와준다면, 나의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고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내가 적임자가 된다. 만약 일을 도와줄 수 없다면 정당한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이 좋고, 만약 내 일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적임자를 찾아준다면 회사 내에서 좋은 브랜드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4. 시작보다 마무리, 마무리보다 과정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일을 잘하기로 소문난 옆 팀 직원이 있었다. 사람들이 궁금한 것이 있으면 항상 이 사람부터 찾았고, 프로젝트를 같이 하고 싶은 사람으로 항상 이 사람을 지목했다. 전형적으로 브랜딩이 잘 된 케이스이다. 시니어가 된다면 이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한마디라도 더 나누려고 점심시간에 같은 식당에 가고, 커피 타임을 같이 가지면서 관찰하면서 알아낸 점이 있었다. 이 사람은 팔로우업(follow-up)을 정말 잘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마감일에 쫓겨서 프로젝트를 론칭하고, 다른 프로젝트를 또 론칭하는데 집중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첫 프로젝트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결과 보고가 다가왔을 때뿐이었다. 하지만 이 사람은 비록 엄청나게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맡지 않아서 초반 론칭 반응이 좋지 않았더라도, 2-3일에 한 번씩 데이터를 뜯어보면서 리마인드 DM이나 푸시 메시지를 보내면서 프로젝트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내가 론칭한 프로젝트들은 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서 초반 반응은 비록 좋았을지 몰라도, 항상 마지막 전체 데이터를 보면 이 사람이 론칭한 프로젝트가 결과가 좋았다. 아이디어와 상관없이 어떤 프로젝트를 맡겨도 꾸준한 결과를 보여줬으니 회사 내에서의 이 사람의 브랜드가 평가가 좋았던 것이다.


5. 일을 함께한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피드백을 받기

큰 프로젝트를 론칭하면 여러 팀들과 협력하며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때 그들의 협력이 비록 당연한 것이라도 항상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함께 일하면 즐거운 사람과 계속 일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니까 말이다 :) 또한 프로젝트가 끝나고 피드백을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약간 놀랄 테지만 기분 좋게 피드백을 줄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서서히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사이드 잡이나 제2의 수익 같은 직장 외에서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한 글들이 많다. 물론 회사에 목숨 걸지 않는 태도도 중요하지만, 회사에서 쌓은 기본이 결국 나만의 비즈니스를 할 때 더욱 도움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항상 힘들고 짜증도 많은 직장 생활이지만 위에 적은 요령들이 조금이나마 고민을 덜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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