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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Sep 03. 2023

궁녀로운 조선시대

한 권의 책에서 특정한 내용을 뽑아 쓴 주제 서평 01

한 권의 책에서 특정한 내용을 뽑아서 쓰는 주제 서평 01

1,000자 서평 「궁녀로운 조선 시대」


   계급이 사라진 시대에 살며 계급의 삶의 재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시대에 대한 전문 지식과 비판적 시각은 물론이고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공감적 이해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뛰어난 작가라 할지라도 시대의 삶을 객체로 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조선 중종, 선조, 숙종, 영정조 연간을 살았던 궁녀의 삶을 재구성한 책이 「궁녀로운 조선시대」다. 궁녀는 전문직이었고, 궁궐의 핵심 노동력이었으며, 때로는 남성의 시각에서 신분 상승의 기회를 노릴 수 있는 처지였다. 페미니즘의 관점으로는 미사여구와 호사를 수없이 내놓아도 궁궐에 갇힌 삶을 살아야 했던 존재이고, 병이 나거나 죽을 때가 되면 쫓겨나야 하는 신분의 한계를 가졌다.     

   

   작가는 궁녀의 본분을 철저히 지킨 범주에 창빈 안 씨와 인빈 김 씨의 삶을 재구성하여 1부를 지었다. 왕이 진정으로 사랑했다고 판단하는 희빈 장 씨, 장옥정과 의빈 성씨, 성덕임의 이야기는 3부와 대척점에 선 궁녀의 이야기다. 숙빈 최 씨와 영빈 이 씨는 왕으로부터 정치에 이용당한 것으로 그린다. 4부는 난설헌이나 사임당 말고도 조선시대에 뛰어난 학식을 보유했던 조두대와 김개시의 삶을 재현해 두었다.     

   

「궁녀로운 조선 시대」는 궁녀라는 계층의 삶이 여러 차원의 의미를 지닌 존재였음을 밝히는 해체적 읽기를 시도했다. 프롤로그에서 밝힌 바와 같이 TV 드라마는 시청자의 상상력을 제한하거나 왜곡한다. 왕은 절대 권력자라는 걸 강요한다. 부르디외의 입을 빌리면 상징적 폭력이다. 이에 작가는 남성의 시각을 넘어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궁녀를 바라본 것으로 독자는 생각한다. 궁녀는 왕의 여자라는 이미지를 깨고 하나하나의 내러티브에 빠져들어 본다. 작가는 더 많은 독자가 같은 경험을 해볼 기회를 선사한다. 궁녀의 삶은 궁녀에게 만족스러웠을까? 라며…….     


   책을 읽기 시작하며 등장하는 수많은 김 씨, 박 씨, ○씨, ○씨, ○씨 탓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의 고독」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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