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충덕 Sep 05. 2023

북 칼럼  때로는 단순함이 답이다

에포케와 오컴의 면도날

   대통령이 바뀌고 나면 장관 임용을 두고 바라보는 사람은 스트레스와 갈등을 겪는다. 기득권을 내려놓기가 아쉬운 세력과 기득권 세력이 되려는 사람들 사이에 신경전을 벌인다. 대통령이 진보 쪽이거나 보수에 가깝거나 차이가 크지 않다. 가족, 친구, 동료 간에도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수준을 높일 기회로 삼아야 한다. 동트지 않는 밤은 없고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지만, 긴 갈등은 큰 기회비용을 요구하니 바람직하지 못하다. 어떤 관점에서 보아야 하는가?     


   씨앗은 껍질을 뚫고 나와야만 새싹이 된다. 씨앗이 성장하여 열매를 맺으려면, 물, 공기, 빛이 필요하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언어와 문자를 사용해 교류하며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관계를 맺는 수단은 언어와 문자다. 품격 있는 언어와 문자를 쓰는 것은 식물에 양질의 물과 공기, 빛을 공급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SNS를 보며 생각한다. 격이 있는 언어와 문자를 쓰고 관계를 이어가려면 소양이 있어야 한다. 품격 있는 비유와 은유, 명확한 의사 표현 방법을 익힐 때 관계를 해치지 않고 돈독할 수 있다. 독서가 필요한 이유 중 하나다.


   철학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쉬운 교양 철학책을 대하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 <철학 읽는 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분노하라>,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등은 읽기에 부담이 없다. <육조단경>을 읽어 ‘양변을 여의라’를 이해하면, 한 걸음을 떨어져 볼 수 있다. 남을 탓하기 전에 나의 삶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 볼 수 있다.


   일하는 과정이나 뉴스를 접하고 스트레스나 갈등이 생길 때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을 떠올려 본다.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개의 주장이 있다면, 간단한 설명 쪽을 선택하라는 말이다. 수많은 기사를 모두가 다 검토할 수 없다. 자신의 성향과 편향을 접어두고 찬성이나 반대를 택하기 전에 유보해 보자. 무지개는 일곱 색깔이 어우러져 예쁜 것이고, 그러기가 쉽지 않아 드물게 본다. 회색도 色이다. 색은 좋은 색과 나쁜 색으로 나뉘지 않는다.     


   진실과 강한 믿음은 다르다. 모든 상황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라고 말하지만, 욕구, 감성, 충동이나 습관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잠깐 ‘판단중지(epoche)’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편견으로 판단하지 말고, 현상 자체를 관찰하고 판단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오히려 덜 혼란스럽고 스트레스를 줄 일 수 있다. 복잡다단한 사회, 다른 의견이 부딪혀 소란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의 하나다.

작가의 이전글 궁녀로운 조선시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