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누구나 바라는 가장 큰 소원 중에 하나일 것이다. 나 역시 이 생소한 달팽이를 택한 것도 찌든 도시 사회생활 때문이었을 것이다. 수십 년 직장생활을 버티며 살아가는 수많은 직장인 분들 역시 위대하다. 그들은 왜 그렇게 수십 년 버티며 힘든 직장 생활을 버틸 수 있었을까. 난 왜 직장생활을 마다 하고 달팽이를 택했을까.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행복하다는 건 뭘까?
행복이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하다 라는 사전적 정의가 있다. 하지만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감을 느끼며 살기란 쉽지 않다. 잘 알지 못하는 첫 번째 사전적 의미에 행복은 복된 좋은 운수라고도 나와 있다. 한마디로 복 받아서 운이 좋으면 행복하다는 것이다. 운수가 좋은 날은 행복하다는 것인데 운수가 좋은 날은 오히려 살면서 극히 드문 날일 것이다. 행복을 인생 최고의 목표로 삼는 행복설을 지향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운수 좋은 날처럼 살아가면서 드문 날 중에 하나인 행복을 목표로 추구하면 그 운수 좋은 날이 자주 찾아오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내 인생은 행복하지 못하고 불행한 날의 연속이 되어 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서울 직장생활을 마다하고 시골로 달팽이를 택해서 내려왔을 때 그래 사는 게 이런 거지 하며 행복해하기도 했다. 물질적으로는 힘들어도 정신적으로는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행복하다고 느꼈던 것이 지친 도시 직장생활에서의 해방감이 아녔을까 한다. 충분한 만족은 아니었을지라도 일단은 회피하고 싶은 것에서 벗어난 해방감이 행복감을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곧 다시 현실을 직시하게 되면 막막함이 날 가로막게 된다. 그리고 서서히 내가 행복하지 못하다는 것에 대한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뭐니 뭐니 해도 돈이 최고야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그래. 내가 선택한 일이지만 그래도 달팽이란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야 그러니 아직 더 열심히 해야 해. 너무 욕심이 많아서 그래. 작은 것에 감사할 줄 몰라서 그래. 아직 내가 하는 달팽이를 사람들이 알아주지 못해서 그래. 주위에서 날 어떻게 바라볼지 조금은 무서워. 난 실패자가 되고 싶지 않아. 그러니 성실한 사람처럼 보여야 해. 변명 핑곗거리를 만드는 건 무척이나 쉬운 일이다. 중요한 건 회피하고 싶은 이유를 찾는 게 아니라 거기에 맞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벨.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 경제적 자유를 얻어 조기 은퇴를 추구하는 파이어족. 각자의 지향하는 추구하는 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지만 결론은 행복해지고 싶어서 이지 않을까 한다. 추구하는 게 어떤 것이 되었든 내가 행복감을 갖는 것은 그 방식과는 관계가 없다. 일이든 경제적 자유를 위해서든 그걸 이룬 사람들은 단지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만큼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그 일을 이루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이루어 낸 사람은 당연히 그만큼의 행복감이 찾아올 것이다. 그것이 성취감과 착각했을지라도 말이다.
나 역시 달팽이 농장이란 일을 하면서 행복하다기 보단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초기 자리 잡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수입도 일정하지 못했다. 물론 그 수입도 초기엔 적을 수밖에 없다 보니 생활고를 겪기도 했다. 행복 참 별거 아니다. 내가 목표로 해서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그냥 살다 보니 문득 문득 찾아오는 것 같다. 힘든 날을 보내다가도 주말 야외에서 숯불 바비큐에 소주 한잔이면 이만큼 행복할 수가 없다. 봄이면 구분도 못했던 달래를 쉽게 찾아 캐어낸 쌈 싸름 한 달래 무침 한입에 행복해진다. 집 뒤뜰 산책을 하다 조용하고 푸른 산 배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우연히 동네 맛집을 발견했을 때, 집 근처 돌아다니다 시원한 계곡 명당을 발견했을 때, 동네 작은 도서관이 마치 내 전용 도서관처럼 느껴질 때, 갑자기 달팽이 대량 주문이 들어왔을 때..
이럴 때 순간 문득 운 좋게 보너스처럼 행복은 찾아온다.
왜 우리는 이처럼 바쁘게 살며 삶을 허비해야 하는가? 마치 굶주리기도 전에 굶어 죽겠다고 결심한 꼴이다.
<월든> 책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