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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May 02. 2023

결국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줄 곳은 나뿐이다

한때는 가족에게, 친구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지길 그 무엇보다 간절히 원했었다.

내가 있는 그대로의 생각을 말하고 감정을 표현해도 괜찮다고 해주길, 그리고 그들이 나를 두 팔 벌려 꽉 안아주길 바랐었다.

지난 평생 나는 어떠한 안식처를 찾아 헤맸던 것 같다.

안전한 곳, 내가 나일 수 있는 곳.


그런데 나의 기대치가 항상 너무 높아서였을까.

늘 내게 돌아오는 건 실망뿐이었다.


어렸을 적에는 상처, 그리고 나이가 들고 나니 실망감이 든다.

아무것도 모르고 순진할 적에는 나는 강한 솔직함으로 상대에게 다가갔고, 그러므로 돌아오는 건 거절의 상처였다.

그리고 나이가 들고 나니 어느 정도 적당히 감추는 법을 배웠고, 그보다 좀 덜한 실망감이 들고는 한다.


어렸을 적 관계 속에서 나의 모습이 열고 닫힌, 좀 더 극단적인 모습이었다면 지금의 나는 아주 서서히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준다.

아주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실망감이 드는 지점에서 문을 살짝 더 닫고는 그 사람을 대하고는 한다.

온 가족으로부터 유별나고 예민하다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떠나가고 떠나온 친구들로부터 이해를 바라지 않게 되면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조차 내가 거절당하는 경험을 하고 나서부터.


평생 안식처를 찾아 헤맸는데, 결국 돌아 돌아 내가 찾은 곳은 나라는 안식처뿐이다.

이성적으로는 참 잘 알겠다.

나도 나를 모르고, 그는 결코 나를 알 수 없다.

그에게도 삶의 무게가 있기에, 나를 온전히 이해해 줄 수는 없다는 걸 안다.


근데 감정은 왜 이리 쓰라린 건지.

그냥 나 스스로의 어깨에 기대어 눈 감고 마음껏 울고 싶은 마음뿐이지만, 아무리 나를 세게 끌어안아봤자 헛헛할 뿐이다.

그냥 내가 마음으로 어루만져줄 수밖에.


언젠가 지나갈 감정이라는 걸 안다.

그리고 이번에는 꽤나 담담하다.

마음은 고요하고 조금 허할 뿐인데.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이 가득하다.


나라는 단단한 울타리 안에서 더더욱 몸을 웅크려 온기를 느껴봐야지.

언젠가 이 헛헛함에 가까운 감정이 따스한 온기로 느껴질 때까지.

나를 이해할 수 없는, 나를 드러낼 수 없는 이 세상 속에서 그렇게 견뎌봐야지.

나를 안아주면서.

더 멋지게 홀로 서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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