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황에는 배울 점이 있다
사회적으로 형성된 모태솔로에 대한 이미지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20대를 거쳐 30대를 살아가며 경험한 모태솔로에 대한 이미지는, 35세까지 모태솔로였던 나 역시도 여느 사람들의 생각과 비슷하다. 그 이미지는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남들 연애할 때 연애를 해본 경험이 없으니, 이성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각종 매체에 등장하는 모태솔로 콘셉트의 인물은 이성 간 어색한 대인관계나, 외모, 성격, 말투 등의 독특한 특징으로 인해 종종 희화화되어 묘사된다. 웹상에서도 '모태솔로의 특징'이라는 주제의 콘텐츠들이 넘친다(나무위키 참조 - 모태솔로). 만든 사람이 누군진 몰라도 참 할 일 없어보ㅇ...
문제는, 이러한 콘텐츠들이 넘쳐나서,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이 돼버렸다. 이는 연애를 하고 싶어 하는 30대 모태솔로들에게는 매우 슬픈 일이다. 연애 좀 해보려고 이성을 만나면, 사람들은 '연애는 얼마나 하셨어요?', '연애 스타일이 어떻게 되세요?' 등등의 질문을 던져서 확인사살(?)을 한다. 당연히 의도치는 않았겠지만,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는다고, 위 질문들에 할 말이 없는 모태솔로들은 당황해서 뚝딱대거나 소개팅을 망치기 십상이다. (위와 같은 질문을 받을 때는 글'모태솔로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을 참고하자.) 모태솔로에 대해 한 번 박힌 부정적인 이미지는 모태솔로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성을 만나려는 30대 모태솔로들은 '마이너스'를 회복하고 자신을 더 좋게 어필해야 하는 수고가 요구된다.
인터넷에서 '(30대) 모태솔로의 특징'으로 검색만 해봐도, '모태솔로는 이렇다 저렇다', '이러니까 모태솔로다', '30대까지 모태솔로인 이유가 있다' 등등 많이들 얘기한다. 이러한 콘텐츠들은 30대 중반까지 모태솔로였던 나를 힘들게 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나에 대해 너무 잘 아는 것 같고 나를 훤히 꿰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고, 둘째. 나에게는 해당이 없는데 나도 해당되는 얘기인양 내가 규정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많은 [모태솔로의 특징] 중,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다'의 경우, 내 얘기였다. 마음만 먹으면 연애를 할 수도 있었을 대학시절, 신앙생활과 대학원 생활에 갇혀있던 나는 연애를 할 여유가 없었다. 박사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해서 무연고지로 이사를 와서도, 기회는 여전히 없었다. 회사는 극남초회사였고, 출석을 시도했던 교회에는 결혼적령기의 자매가 없었다. 스스로 연애시작이 늦었다고 인식하는 가운데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는 것은 나에게 매우 치명적이었다.
그런데 이하 다른 [모태솔로의 특징]들은 나에게 해당이 없었다.
· 연애를 지속할 경제력이 없다 : (나름 대기업 과장급인데...)
· 이성에 대해 철벽을 친다 : (다가오는 이성에게 열려있는데...)
· 이성을 보는 눈이 매우 높다 : (연예인급을 바라는 게 아닌데...)
· 개인주의, 자기중심적 성격, 사교성, 인간관계에 서투르다 : (친구, 지인들과 속 깊은 얘기 자주 하는데...)
· 매니악한 취미, 취향을 가졌다 : (헬스, 유산소, 맨몸운동, 기타 연주 등 너무 평범한데...)
위의 '특징'들이 나에게 있어서 '팩트'이든 '해당 없음'이든, 나의 기분과 느낌에 상관없이 위 특징들은 이미 이성에게 형성된 모태솔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깨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위 특징들 중 나에게 해당하는 특징은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다'는 것이었고, 나는 이 부정적인 특징을 극복하기 위해 3년간 두 군데의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했고, 각종 어플을 활용하여 70명가량 소개팅을 시도했다.
위 특징들 외에 가장 나를 돌아보게 하는 특징이 있었는데, 바로 '외모, 말발, 성격 등 개인적 매력의 부족하다'였다. 다른 [모태솔로의 특징]들은 그런대로 인정하는 부분도 있고(개선이 필요함) 인정하지 않는 부분(개선이 요구되지 않음)이 있다. 그런데 위 특징은 성격이 좀 달랐다. 다른 특징들보다 개인 선호도에 영향을 받는 부분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외모나 말투, 성격은 사람마다 선호하는 스타일이 다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만의 스타일을 뚜렷하게 하되,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선에서 무난하고 단정하게 가기로 했다.
거울을 봤다. 이성은 내 첫 모습을 어떻게 볼까? 나는 키가 작은 편이나, 대신 오랜 운동으로 다부진 몸을 가지고 있다. 작은 키는 티가 좀 덜 나는 깔창을 활용하자. 예전부터 신경 쓰였던 얼굴의 점과 흉터는 피부과 등을 통해 최소한 내가 이성 앞에서 위축되지 않을 정도로 개선했다.
오글거리지만 거울 앞에서 멋있는 척 웃어보기도 하고 각도 잡아본다. 혼잣말로 이성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며 시뮬레이션해 본다.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셀카도 찍어본다. 연출된 샷도 찍어보고 자연스러운 샷도 찍어본다.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찍히는지 검색도 하고 지인의 조언을 받기도 했다.
소개팅, 2차 3차 만남에는 옷을 어떻게 입을까? 크지 않은 키를 보완할 수 있도록 옷을 입으려면 어떻게 입어야 할까? 유명한 패션멀티숍 웹사이트에 수시로 들어가서 코디북을 참고하고 코디 관련 유튜브 영상들도 참고했다. 그리고 시도해 볼 만한 옷 등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결제했다.
이상은 나에게 해당되는지도 안 되는지도 모르는, '외모, 말발, 성격 등 개인적 매력의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특징을 개선하기 위해 들인 나름의 노력이다.
모태솔로가(특히 30대) [모태솔로의 특징] 관련 콘텐츠를 보면 썩 유쾌하진 않다. 재밌긴 한데 내 얘기 같기도 하고 이내 마음이 무거워진다.
나는 언제쯤 모태솔로를 벗어나려나
[모태솔로의 특징] 같은 콘텐츠들은 많은 경우 희화화되거나 가벼운 이야깃거리로 소비되곤 한다. 별생각 없이 접하면 기분만 나쁘다.
그런데 오히려 이걸 활용해서 나에게 도움 되는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다. 좋게 생각하면 모태솔로로서 개선이 필요한 방향을 알려준다. 누군가 깔끔하게 정리해서 '모태솔로는 보통 이렇다'라고 알려주는 게 고마울 정도다. 심지어 위 특징들은 타인의 공감대가 이미 형성됐다. 정작 자신에게 해당은 안된다 할지라도, 모태솔로인 누군가에게는 해당되는 내용일 수 있다. [모태솔로의 특징]은 모태솔로인 나에게 대놓고 말해주지 못하는 지인들을 대신해, 나에게 조언을 해준다.
·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다 → 결정사, 어플 등을 적극 활용하고 지인 소개가 들어오면 감사히 받자
· 연애를 지속할 경제력이 없다 → 자기 계발을 통해 경제적인 능력과 직결되는 직업을 만들자
· 이성을 보는 눈이 매우 높다 → 빡빡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좀 내려놓자
· 개인주의, 자기중심적 성격, 사교성, 인간관계에 서투르다 → 새로운 모임에 참여하거나, 주변 사람들의 기념일을 챙겨보거나, 따뜻한 인사말 등으로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발전시켜 나가자
· 외모, 말발, 성격 등 개인적 매력의 부족하다 → 유튜브나 검색을 활용하여 각종 팁을 얻는다
· 매니악한 취미, 취향을 가졌다 → 이성이 좋아하거나 매력을 느낄만한 보편적인 취미를 계발해 보자
사람들이 생각하는 모태솔로의 특징은 단순하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30대 모태솔로에게 해당되는 특징도 있지만 해당되지 않는 특징들도 있다. 그러나 이 특징을 잘 활용하면 남들이 이미 분석해 놓은 자신의 취약점을 알 수 있고, 그러면 자기 계발을 하는데 큰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모태솔로의 특징]을 보면 마음이 상하는가? 혹시 MBTI에서 세 번째가 F 인가? 모태솔로 기간 동안에는 강한 T가 유리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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