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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울 Feb 24. 2022

너 프랑스 모델 해볼래?

나에게는 모델 겸 배우인 친구가 있다. 

대학교에서 만난 인연으로, 새내기 때 정말 친했지만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자주 보지 못했던 친구다. 졸업 후에도 연락이 거의 없던 사이였는데 잠시 내가 회사에 몸 담았을 때 제품 모델이 필요해서 연락을 했던 것을 계기로 지금도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그 친구도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직업적인 부분이라던지, 심리적인 부분이 비슷한 구석이 많아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했다. 카페에서 시간도 보지 않고 내리 2시간을 떠들었으니.


그 친구는 나에게 유럽쪽에서 모델하기 좋은 얼굴이라며 강사하는 것도 좋지만 자기는 내 외모가 아깝다고 했다. 마른 체형과 각진 턱, 동서양이 공존하는 이미지라 그렇다고 말하면서, 워킹모델만큼의 키는 아니어도 잡지표지나 광고모델로서 일하기엔 충분하다는 다소 과분한 칭찬을 했다. 물론 강사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꺼낸 이야기였지만 몇 년 전부터 생각해왔다는 진심이 느껴졌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못생긴 외모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얼굴로 먹고 살 정도의 평균 이상을 가졌다고 생각하진 않아서 그 말이 꽤나 신기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길이라서 신선함을 넘어서 당황스러웠달까.


이 주제로 이야기를 하면서 점점 스스로 꿈꿔왔던 생활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대학교때부터 부지런히 살아왔다고 생각했고, 그런 나를 기록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독일에서 유튜브를 시작했고 블로그도 꾸준히 했지만 그러한 활동은 나에게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것이었지 내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름에 퇴사를 앞두고 있는 지금, 어찌 보면 기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퇴사 시기를 정하고 나서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은 다른 지역에서 살아보는 것이었다. 긴 시간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일주일에서 이 주 정도를 살면서 영상으로 담고, 브런치에 글도 써보고, 그러다 식사할 때가 되면 밥을 해먹고 하는 자유로운 일상을 지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모습은 내가 잠깐 독일에서 유학했을 때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어쩌면 지금의 내가 독일을 다시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그 지역이 아닌 그 생활을 그리워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생활하기 익숙한 곳을 떠난다면 꼭 외국이 아니더라도 괜찮을 것 같아서 계획하게 되었다.


나의 퇴사 후 일정을 이야기하니, 그 친구는 자신이 일정이 없다면 합류하고 싶다고 했다. 당연히 그 말에 흔쾌히 알겠다고 대답을 하면서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타인과의 미래를 그리는 건 꼭 이성이 아니더라도 가능한 일이구나라는 걸 갑작스럽게 깨달았다. 친구와 함께 밥을 해먹고, 카페에서 오늘 이야기했던 것처럼 서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밤에는 같이 산책을 하는 평화로운 모습을 떠올렸다. 친구 덕분에 행복한 상상을 하며 어제보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근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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