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범한 20대 후반의 무기력증 극복기 ep.1
새해 첫 날. 이 말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하는 말이었다.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는 의미, 작년의 나보다 더 열심히 살겠다는 의미를 부여해주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기약없이 미뤄진 아이들의 기말고사 일정으로 12월 28일까지 연말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던 나는 새해를 맞이하는 것에 대한 어떠한 설렘도 없었다. 심지어 1월 1일에 쉬지 못하고 수업을 했기 때문에 나에게 12월 31일이란 오전 수업 전날이었을 뿐이었다.
자취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맞는 새해라서 전보다 조용하게 지나갈 거란 생각은 했지만, 정말 아무런 기대감도 느낄 수 없음에 조금은 서글프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한 해 한 해 지나가는 게 감흥이 없어서 그러겠거니, 하고 넘겼다. 그 기분이 정확히 2월 말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이어질 줄은 꿈에도 모른 채.
구정을 앞두고 싱숭생숭했던 나는 심리상담을 진지하게 생각했다. 나의 친구 중 한 명과 언니가 추천하기도 했던 방법이지만 왜인지 우리나라에서 정신과 관련된 문제를 다룬다고 하면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하고 왠지 기피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하지만 일 외의 시간에는 계속 침대에만 머무르며 끼니를 거르는 생활 패턴이 2주간 이어졌다. 늘 계획을 세우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던 나의 가치관과는 전혀 맞지 않는 생활을 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그걸 이겨내는 의지가 전혀 생기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이 세수하고 아침을 먹는 것이 아닌 내가 출근하기 전에 침대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해서 그 때까지 오로지 핸드폰만 붙잡고 있게 되었고, 퇴근하고 돌아오면 씻고 저녁을 먹는 것이 아닌 침대에 마냥 누워있게 되는 악순환이 펼쳐졌다. 처음엔 내 스스로에게 실망감도 느꼈고, 왜 이렇게 나태한지 자책하기도 했지만 점점 무기력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자기계발하면서 부지런하게 살아서 뭐해? 돈 벌어서 뭐해? 내가 열심히 산다고 누가 알아줘? 등의 생각이 마치 그림자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이유없이 눈물이 차오르는 순간이 많아지고, 감정선의 평균치가 낮아지고, 멍하니 있는 때가 수시로 찾아왔다.
이 무기력증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한건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평생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 나는 한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하게 되었다. 과연 내가 나아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