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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울 Jan 28. 2022

선생님도 울고 싶어 얘들아

 

강사일기 ep 1.

" 선생님, prepare 뜻이 뭐에요? " 고등학교 2학년 한 학생의 말.

" 선생님, have 뜻이 뭐에요? " 고등학교 1학년 한 학생의 말.


그 나이대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어휘와 문법을 모른 채 학원에 오는 학생들이 많다.

concert가 콘서트인 건 알아도 발음을 할 줄 몰라서 뜻을 물어보는 학생부터 정말 그냥 중학교 때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아 어휘력이 턱없이 부족한 학생부터 다양하다.


물론 4년차 강사로 일하면서 단 한 번도 왜 이것도 몰라? 라는 식의 말은 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르기 때문에 학원을 다니는 것이고, 나는 알기 때문에 학원에서 일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나도 그저 한 명의 사람일 뿐 모든 걸 포용할 수 있는 신적인 존재는 아니다. 그러기에 훅 들어오는 앞과 같은 질문에 화가 나면서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다. 원래같았으면 그냥 넘겼을 질문 하나하나가 송곳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이직만이 답인걸까? 아니면 내가 부족하기 때문일까?


chocolate, challenge, listen, sea… 

2시간 남짓 수업을 하면서 고2 학생에게서 들은 질문이다. 놀랍게도 이 친구만 그런게 아니라 내가 데리고 있는 학생의 20%가 이 정도의 어휘력에 머무르고 있다. 화를 참으려 몇 번이고 머리를 쓸어 넘기고, 보이지 않는 마스크 속에서 입술을 깨물고,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고자 눈을 잠시 감아보는 등 정말 별 짓을 다 해보다가도 마음 깊은 곳에서 분노를 넘어 공허함이 밀려온다. 내가 지금 이 고등학생 애들을 가르쳐서 바뀌는 게 있나? 하는.


현재 다니고 있는 학원에서 나는 연차가 적은 편이기 때문에 못 하는 애들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다가, 기본적인 레벨테스트를 보긴 하지만 성적에 관계없이 등록을 시키기 때문에 17살이 될 때까지 영어를 아예 접하지 않은 학생들도 들어오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나는 모의고사와 내신을 준비해야 하는 고교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be동사부터 가르칠 수 밖에 없는 매우 현실과 떨어진 교육을 할 수 밖에 없다. 계절이 겨울이라서 더 그런건지, 일이 힘드니 감정적으로 매우 지침과 동시에 우울증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는 터라 더더욱 감당하는 것이 힘들다. 


언제 울어도 이상하지 않을 요즘의 감정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직과 퇴사를 고민한다. 내가 고등부를 가르치는 게 맞는건지라는 생각부터, 더 파고들어 강사라는 직업이 정말 맞는걸까라는 생각까지.

답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나를 돌보기 위해서라도 올해 안에는 옮겨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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