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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Jan 20. 2023

드디어 귀가 트였습니다.

내가 ‘쇠기의 경읽기’의 그 소인줄이야.!!


자기 중심의 끝판왕?


나는 내가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인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니 실은 내 잠재의식은 알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도 주변사람들이 얘기해줘서 쎄한 느낌그거, 있었죠.


가까운 사람들은 ‘때론 너의 주장과 생각이 너무 강해서 불편할 때도 있다’는 뉘앙스로 표현을 해 주었기에 알긴 알았는데 그 말이 이내 마음에 와 닿지 않았나봅니다.

분명 물리적으로 언어화 된 그 말들은 나에게 전한다고 발화되었을텐데, 정작 정착지인 저의 귀와 몸 어딘가에서는 닿자마자 튕겨져 나와 공중분해 되어, 남는게 없었습니다.



와!! 그런데 말예요.

이제 그 말이 들립니다.


진짜 신기해요.

영어에 귀가 트이면 이런 기분일까요?


한꺼번에 모든 말들이 다 들려, 조금 정신이 없긴 하지만 이게 바로 알에서 깨어나서 보는 세상, 듣는 세상인가 싶은 마음입니다.





우리 아빠는 장사로 시작해서 죽음의 고비를 몇 번 넘길만큼 고생+고생을 해서 돈을 버셨습니다. 아주아주 부자는 아니지만 기분이 나면 플랙스를 크게 하실 정도의 부를 이루셨어요.


기분나면 플랙스라하면..


식구 모두를(4남매인 우리는 모두 결혼을 해서 애들 넷씩,다섯씩 낳았음, 미국여행 총 15명정도) 데리고 한달 동안 미국여행을 모두 쏘는 정도?

친인척들 싹 다(이 때는 30명쯤.)데리고 태국에 가서 리조트의 모든 것을 바우처로 쓰게 해주는 여행정도요. 저희는 비행기부터 식사 하나까지 돈 하나 안 들이고 몸만 챙겨서 다녀왔죠.


최근엔, 손녀들을 묶어 방학동안 미국 연수를 보내주는 정도?


혹자는 이건 돈이 있다고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말 가족을 사랑하고, 마음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는데. 저는 그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노동자 계층에서 부르주아를 볼때 삐딱한 마음으로 ‘난 빈부의 격차를 부모에게서 느껴!“라며 씩씩거리고,‘라고만 여겼을 뿐, 아빠가 ’부자연습‘을 시켜주고 있는것이라고는 생각을 전혀 확장시키지 못했죠.


여튼, 그런 플랙스 할아버지는 정작 자식들에게는 그 돈을 직접 안쓰거든요. 자식에게 돈 쓰면 그 자식 망친다고 생각하는 아주 강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생각이 너무도 아쉽습니다. 주장이 강하여 그 누구도 범접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 넷 키우느라 팍팍한 현실을 사는 저로서는 참 그 생각이 못내 아쉽지만 압니다. 아무도 꺽을 수 없을거라는거 (쓰면서 느껴집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제가 아빠를 정말 많이 닮아있네요....)


전 그 돈 받아도 안 망칠 수 있는데... 라고 썼다가

앗, 아닌가? 문득 깨달음이 옵니다. 아!! 아빠의 직감이 맞나봅니다. 전 아직 그릇이 여물지 않았네요.

그리고 이 그릇은 힘들어도 찢어지게 아파도 제가 제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가 봅니다. 2022년 돈 때문에 마음 고생, 몸 고생, 하고 나니 애 넷을 어찌할라 그러냐며 영혼이 저를 다시 깨우는 기분조차 듭니다.


그렇게 심봉사 눈뜨듯

전에 안 들리던게 들리는 기적이라뇨!!




그 기적의 스토리를 하나씩 풀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첫번째 주인공은 단연, 일호작가님

새벽에는 글벗이였다가 낮에는 공동육아자였다가

밤에는 같이 잠드는 그 분에게 묻습니다.


“내가 좀 독단적이였어?”

그 분은 화들짝 놀라 대답했어요

“그걸 이제 알았어??”

“아, 정말? 그렇구나!! 블라블라~~“


와. 남편의 말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내가 듣고 있다고 인식하기도 전에 그가 먼저 말해줬습니다. 요즘 이상하다고. 혹시 최근 정기검진은 받았냐고 날짜를 확인합니다. (죽을때가 된 줄 알고 하는 행동인거죠?)

그리고 좋아하는 것 먹으라고 사주겠다고 하고 한입 먹는 모습을 건너에서 흐믓하게 바라보고 있으려니 울먹입니다.

“여보 혹시, 이거 다 먹고 나면, 나 버릴꺼야?”


저에게 ‘자신의 기준으로 늘 생각한다’ 했지만, 저는 그냥 제가 시비걸게 없이 완벽해서 괜시리 트집잡는거라 생각했습니다. 정말 어이없지 않아요?ㅎㅎ

아니면 아예 귓등으로도 듣지를 않았던지요. 정말 수없이 얘기했다고 하는데, 기억나는게 최근뿐이라면 답은 이제야 제 귀가 트인거겠구요


그런데 그의 입에서 제가 달라지는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기 시작한다고요..

아, 근데 이런 나랑 이렇게나 살아준거야?

아니, 그것도 그렇게나 잘 해 주면서?

대박이네, 이사람.!!


어제 코다리찜 먹으면서, (초등학교 아이 셋이서 지네끼리 밥먹으로 간 역사적인 날. 서로 메뉴를 화상으로 보여주고 있자하니, 아이들 모두 독립시키고 둘이 호젖이 점심먹으로 나온 노부부같더군요.ㅎ) 기분 좋게 시작했다가, 내 귀가 트인김에 이런 저런 얘기를 막 던져보는 그에게 인내심은 다시 셋째의 팔길이 만큼 짧습니다.


듣다 조금 길어지니 인상은 조금 일그러졌지만,, 그래도 그가 틀린말을 한 건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닌 부분은 제가 ‘그건 아니다’라고 이성을 차리고 수정할 수 있었지요.전엔 감정이 상하면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악한 표현과 강한 말로 그의 마음과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주로 ‘어디서 애 넷 아빠가!!’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머리 까만 짐승은 거두는게 아니라더니..“ 이런 류의 남의 마음을 후벼파는 말들로요.


휴우... 아직 나오고 싶어 혹은 그가 대신 말해주고 싶어 줄서 있는 말들이 아주 많을텐데 일단 오늘은 첫날이니까 여기까지만 하기로 ...하겠습니다.



하나 확실한 건 이렇게 글로 풀어가다 보니 새삼 그의 대단함이 다시 느껴집니다.

얼마나 나를 사랑하면 그 모든 걸 참아냈나? 하고 생각이 들었다가, 아니지!! 나도 잘한거 있지.~

서로 잘 하니까 이만큼 살아진거지!! 라고 생각이 어디론가 매몰되지 않게 균형을 지키는 힘이 생겼습니다. 저는 이 생각이 오랫동안 쓰는 것을 고집했기에 마침내는 가질 수 있는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이거 하기를 정말 잘했어요. 안 그랬다면..

지금쯤 제 모습은....


나의 확고한 가치관이 있기에, 읽고 쓰는 것의 힘을 믿는 마음으로 그의 정신세계를 깨워주었고, 결국 읽고 쓰는 사람이 되었고, 자기만의 생각을 꾸려가게 됐고, 스스로 운동도 하는 사람이고,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나와 살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그는 자주 감사함을 표합니다.


그래서 전 겨우 그거 하나에 기대어 삽니다.

나머지 모든 것은 다 받고 사는 기분입니다.

다능인인 그는 못하는거 한두가지 빼고는 다 잘하거든요.



사람은 다 잘 할 수 없다 하잖아요. 특히 저처럼 제안의 것만 쳐다보느라 정신을 못차리는 사람에게 세상은 너무도 두렵고 험난한 곳입니다. 다행이 이런 사람을 지칭해 주는 직업이 있더군요. 바로 ‘작가’ 혹은 ‘쓰는 사람’ 입니다.


제 안에 어떤것이 들어있는지 보다보면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 보이고

그걸 언어로 잘 표현해 내면 그걸 읽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종국엔 스스로를 탐구하러 나서게 된다.

독자가 마음이 동해 스스로를 찾아 나서게 만드는 문장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일,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작가가 아닐까요?


나의 세상이 타인의 세상을 불러들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을 ‘필력’을 가진 사람이라 하고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런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제가 박완서 작가님을 그리워하여 그의 문학을 끼고 젊은 시절을 버고, 현재 은유작가님의 책을 몸에 피어싱처럼 붙이고 다니는 것처럼요.


그건, 존재와 인간 자체에 대한 사랑과 관심에서 나오는 정제된 언어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이 글을 정리하면서 또 듭니다 (아,.. 글은 이런 의미인 거로군요. 20년만에 깨달음...ㅎㅎ)


그 깨달음은 실제 저의 일상을 윤택하게 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말로만 ‘나를 살게 하는’ 이 아닌 실제 삶을 통해 ‘나를 살아있게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채게 되니 그는 나에게 신적인 존재입니다.






그 생각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잘 먹고 잘사는 스토리로 가고 싶은데, 저는 아직 멀었나봅니다.

그리고 그게 인생인가봐요.


코다리를 사이에 두고 신났다고 저 못하는 얘기, 자기가 얼마나 참아주었는지를 설명하는 얘기를 계속하니, 그 찐한 감정조차 오래 못가는 어리고,어리석은 저입니다.

“적당히 해라..” 이렇게 입은 안 열었던 것 같지만 내 표정에서 이 말을 읽어낸 그가, 이내 말을 아낍니다.


그의 남편 촉, 즉 때와 장소를 가리는 감각은 초예민하게 살아있어서, 기다릴때와 말할때를 기똥차게 잘 압니다.

이 또한 빡쎈 와이프에게 ‘하드트레이닝’을 받아 얻게 된 삶의 고급기술이라고 의식이 흐릅니다.


이게 바로 제가 하는 ‘내 식대로 해석하기’기법입니다. 이 방어기제로 제가 여태 버텨왔던 것일 수 있지만, 이제 충분히 채워진걸까요? 기제를 벗을 때가 비로소 온 것 같아요.


애벌레가 껍데기를 깨고 바깥세상으로 나오듯, 그 고통이 이거였다고 하면 설명할 수 없던 그 많은 고통에 드디어 정의, 이름이 달렸고, 이름이 붙여지니 해석과 정리가 되는거겠네요.



‘내 식대로 해석하는 ’ 일련의 과정은 나의 모든 순간했던 생각들인데, 이게 이렇게 이기적인 방향에서 보면 독선과 독단이더라구요.


모든 순간이 독선이었다. 헉..


최근엔 심지어는 ‘이게 가정이냐, 일제 식민지냐 라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나는 일본이고 최씨 다섯명은 무고한 한국인이랍니다.


그때 뭘 하고 있었지? 기억의 불을 켜봅니다.

기억속에 저는 식탁 의자 한 쪽에 아이들을 쪼로록 앉혀놓고 엄마에게 한번씩 돌아가면서 자기가 모은 용돈으로 밥을 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고 있네요


그 연설 직후, 몇 몇 아이는 돈을 용돈봉투에서 꺼내 줬고 부당하다 생각하는 한 아이는 (팩폭 전문가 셋째입니다) 당당히

“어머니, 이제 그만 좀 하시죠!”라고 하고 자리를 떴고, 뜬 자리에 황망한 마음이 혹여나 상처가 되었을까봐 누군가는 백허그를 해주고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백허그의 주인공은 남편은 아니었습니다. 되려 셋째가 말한때마다 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참고 있는 그입니다. 그 정도로 저를 사랑하지는 않나봅니다. 오늘부터 저의 오른팔은 둘째입니다ㅎㅎ)



그런 그는 지금 인생의 중대하고도 중요한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그 결정으로 생애 없을 줄 알았던 단기 기러기 부부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사랑하는 그가 그 고민에 빠져 허우적대고 살지 않도록 글쓰기가 그를 단단히 붙잡아 주고 있는것 같아요.


요즘, 저랑 맛있는거 먹는거 말고는 (제가 절대 돈을 안쓰고 짠순이처럼 구니까, 요즘 이조차도 재미없을꺼예요) 삶의 재미는 글쓰기에만 있는것 같다고 하는 그이니까요.


이제 제가 손을 놓아도 매일 쓰겠지?

싶었다가도, 같이 쓰는 글벗들을 떠올리면..

그리고 그들과의 소통으로 또 이만큼 큰 저를 생각하면 새벽글쓰기학교 15기를 시작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놓을 수도 없는 갈림길에 봉착했습니다.


왜냐면, 저는 새벽에 제 원고를 쓰려고 일어나기를 마음먹었는데, 제가 이기적이고 독선적이다는 내용이 들어갈 주제의 책은 아니라서요.


그런데 글을 어떻게 써야 하고, 왜 써야 하는지..

아직 정립이 안 되었는데, 어떻게 원고를 쓰겠어요.

결론은 계속 이런 ‘쏟아내는 글쓰기’를 해야겠군요.


아... 다시 현실맘, 사남매 엄마로서의 조급함이 몰려옵니다. 이 조급함과 싸워 이길 수 있는 힘은 또 다시 글입니다. 그런데 글은 돈이 안됩니다.

그래도 이것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아!!! 고민은 끝도 없지만


오늘도 서로간의 약속한 마감의 시간이 다 되었네요. 오늘은 이만큼 생각에 갈피를 꼿아놓고, 네 아이의 엄마의 일상을 살아보겠습니다.


그리고 주말동안 우리 “새벽글쓰기 학교”의 15기는 어떻게 운영할지 생각해보고 편히 말씀드릴게요~


구정연휴를 앞두고 14기의 (공식적으로는) 마지막 날이니 글벗님들과 당분간 떨어져 있는 새벽이 되겠네요 (일단 방학은 일주일은 확정이니까요.)


진심으로 서로의 이야기 들어주시고, 좋은 마음 댓글로 내어주시는 글벗님들께 농축된, 엑기스가 담긴진한 감사가 올라오는 좋은 새벽입니다.




ㅡ> 남편글벗, 일호작가님의 미국vs한국 고민글

https://brunch.co.kr/@csp7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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