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PPITY 어피티 Jul 01. 2024

뉴스레터 ‘잘쓸레터’ 탄생기(2)

어피티 작명소 & 철학관 

안녕하세요, 고영피딥니다. 제가 돌아왔습니다. 지난 브런치글 1편에서 감질나게 이야기를 끊었던 것 사과드립니다. 주말 드라마처럼 극적인 장면에서 몰입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고… 몇 자 쓰고 나니 힘들어서 쓰다가 그만둬 버렸습니다. 


이번 글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지 모르니 또 미리 사과드립니다. 

이런 제가 잘쓸레터를 매주 한 편씩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으니 얼마나 기특한 일입니까? (적반하장)


하여튼, 지난 글에서 뉴스레터 기획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한 가지 큰 난제에 맞닥뜨리게 되었다는 이야기쯤에서 갈무리 지었었는데 이제 그 뒷 이야기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너의 이름은 (뉴스레터 이름 정하기)


이름은 중요합니다. 참 중요하지요. 그래서 개명도 하고 철학관, 작명소도 가고 홍콩영화 ‘영웅본색’에서 장국영이 죽기 전에 전화로 막 딸을 출산한 아내에게 이름을 남기는 장면이 지금까지도 희대의 명장면으로 남아있는 것이겠지요. 새 생명을 위한 이름도 중요하지만 이제 막 태어나는 뉴스레터에게도 좋은 이름은 꼭 필요합니다.


지난해 고영 PD가 '돈을 쓰는 방법에 대한 뉴스레터를 만드시오.'라는 미션을 받을 당시, 뉴스레터의 이름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밸런스레터’!

밸런스를 맞추는 모습 (출처:giphy)

밸런스레터는 머니레터(돈 이야기)커리어레터(일 이야기)를 잇는 영어 이름 3부작인 셈이었어요. 

그런데 ‘돈을 쓰는 것’과 ‘밸런스’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직관적으로 와닿지를 않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뉴스레터의 가칭을 ‘밸런스 레터’로 지었던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돈을 모으고 불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잘 쓰는 것과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이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더 자세한 이유를 설명 듣기는 했는데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사실 제가 기억력이 별로 안 좋아요. 이쯤에서 고백하자면, 저는 기억도 잘 못하는 주제에 메모도 안 합니다. 중요한 이야기라면 알아서 뇌에 새겨질 것이고 썩 임팩트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저절로 버려질 것이라 생각해서 듣고 그냥 넘기는 편이거든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밸런스레터라는 이름이 썩 인상 깊지 않았기에 잘 기억나지 않는 것 같아요…^^;;


어쨌든 기왕 정해져 있는 이름이니 최대한 활용해 보고 싶었고 보시는 분들에게도 설득력 있게 다가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밸런스레터’를 살릴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생각해 보기 시작했어요. 제 특기가 원래 ‘끼워 맞추기’ 예요. 연결고리가 끊어져 보이는 요소끼리도 말이 되게 엮어대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큰 자부심을 느꼈죠. 하지만 ‘밸런스레터’라는 벽 앞에서 저는 무너져버리고 맙니다.



괜히 일만 더 복잡하게 만들기


밸런스 레터를 활용해 보기 위해 만든 ‘밸런스 시트’ 예시


밸런스(Balance)라는 영어 단어는 ‘균형’이라는 뜻 외에도 ‘잔액’이라는 의미가 있으니 ‘경험도 자산이다’라는 뜻으로 소개하는 글을 써보려고도 했고, 밸런스 시트 (Balance Sheet)는 자산, 부채, 자본을 기입한 ‘대차대조표’, ‘재무제표’이기도 하니 해당 콘셉트를 활용해서 티저 비슷한 걸 만들어 보기도 했어요. 막상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고 나니, 영 아니더라고요… 괜히 일만 더 복잡하게 만든 기분이었어요.


불안감이 엄습해 왔습니다. 뉴스레터는 물론이고 서비스, 제품 등 신규 상품을 런칭하기 전에 좋은 이름을 정하는 것이 아주 아주 중요한 이유는, 이름이 해당 상품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첫인상을 결정하기 때문이에요. 만드는 사람도, 이용하는 사람도 이름을 통해 이 상품이 어떤 것을 의미하고,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거든요. 이름 하나로 서로 간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작명소라도 들고 찾아가 보고 싶은 심정이었답니다. 어피티만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이 잘 전달될 수 있는 진짜 멋진 이름이 뭐가 있을지 모르겠더라고요. 소위, 게슈탈트 붕괴 현상이라고 하죠. 어느 순간 어피티 팀원 모두 ‘밸런스레터’라는 이름에 동화되어 가기 시작했어요.


갓 부임(?)한 편집장님과 기획 회의를 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헷갈릴 땐, 한 발짝 떨어져서 보기


어떤 문제에 대해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같은 논의가 여러 번 반복되면서 점차 그 논제가 괜찮아 보이거나 스스로 납득하게 되는 현상이 느껴진 적 없으신가요? 


당시 저는 딱히 좋은 대안이 생각나지도 않았고, 어느 순간 ‘머니레터’, ‘커리어레터’라는 앞선 뉴스레터들과 ‘밸런스레터’라는 이름이 제법 어울려 보이기 시작했어요.


GPT에 물어보니, 이런 현상을 집단 사고라고 한다네요


가장 깨끗한 두뇌(?)를 소유한 편집장님의 합류로 분위기는 반전됩니다. 기존 뉴스레터 이름 두 개가 영어 명칭이었다고 해서 막내 뉴스레터의 이름도 꼭 같은 작명법을 따를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모든 것이 선명해지는 기분이었어요. 


어피티의 덕선이, 잘쓸레터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돈 잘 쓰는 이야기니까 잘쓸레터 어떠냐는 말 한마디로 이름은 너무 쉽게 결정되어 버렸답니다. 그렇게, 어피티의 덕선이 ‘잘쓸레터’가 탄생하게 되었어요.



당시의 이름 논의 현장 재현


당시 코너 기획, 메인 콘텐츠 구성 등 다양한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도 고민이 많았었는데, 집단 사고에서 벗어나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신선한 눈’ 덕분에 기획 단계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어요. 잘쓸레터라는 이름 그대로, 돈 잘 쓰는 방법을 이야기해주는 레터를 만들기만 하면 되는 거였으니까요! 


이때의 경험으로 상품 기획 단계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서 제삼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답니다.


잘 먹고 잘살기 위한, 잘쓸레터


물론, 잘쓸레터의 추구미는 ‘돈 잘 쓰기’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에요. ‘잘 먹고 잘살기 위해’라는 전제 조건이 붙어요. 이 가치를 조금 더 많은 분에게 전달하기 위해 촘촘하게 코너를 구성하는 작업에 들어갔고, 그 결과 ‘chat UPT’, ‘쇼파민’, ‘또산집’ 등 다양한 코너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어요. 


자, 그래서 다음 편에서는 뉴스레터 코너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해보려고 합니다. 치밀한 영업 비밀이 다소 섞여 있기 때문에 내부 컨펌을 거친 이후에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넘길게요. 절대, 더 쓰기 힘들어서 핑계 대는 게 절대! 아니에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쓸레터 구독도 많이 해 주세요! (급 마무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