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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Oct 08. 2024

[시작] 작가로서의 첫 발

하나의 삶, 하나의 책

2024년 6월, 강서구에 위치한 영어 도서관에서 자서전 글쓰기 프로그램 <하나의 삶, 하나의 책> 지원자를 모집했다. <하나의 삶, 하나의 책>은 자전적 글쓰기를 주제로 자서전과 글쓰기의 기초부터 책의 형태로 만들기까지의 전 과정을 진행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이다.


'자서전'을 떠올리면 함께 연상되는 단어는 '위인전'이다. 내게 자서전은 그런 의미였다. 위인이 쓰는 일대기. 겨우 30여 년의 세월을 산 내가 자서전을 쓴다는 것은 나보다 앞서 사신 분들에 대한 실례라고 생각했다. 생각하지 않았던 자서전이지만, <하나의 삶, 하나의 책> 프로그램 모집글을 보고 글이 쓰고 싶어졌다.


 자전적 글쓰기를 통해 내 삶을 성찰하고, 과거와 화해하고, 살면서 느낀 소중한 것을 다른 이에게 유산으로 남길 수 있는 창작 활동입니다.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와 삶을 돌아보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자들이 글을 쓰는 방법과 실제 글을 쓰는 과정을 병행하여 결과물로 각자 자신만의 책(1권, 10부)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강서영어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하나의 삶, 하나의 책> 프로그램 소개글 中


20대 중-후반, 막연하게 내 이야기가 담긴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여행을 사랑했기에 여행 에세이를 작업해 볼까? 이미 많은 여행 인플루언서들로 여행 도서는 포화상태였다. 담담하게 내 인생을 써볼까? 독립 출판을 알아보면서 출판 계획서를 작성해보려 했으나 유명하지도 않은 내 이야기를 궁금해할 사람은 없다는 생각에 포기했다. 작가는 독자가 있을 때 빛나지 않는가.


생각만 해온 작은 꿈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지원서를 작성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 않던가. 기자가 되어 이름을 남길 줄 알았는데, 그 바람은 이룰 수 없게 됐으니 내 이름 석자가 적힌 책 한 권이 남겨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말하는 것이 좋아 꽤나 재잘거렸던 나의 어린 시절, 말할 수 없는 상황에는 끄적이는 행위를 즐겨한 탓인지 어릴 때 수많은 글짓기 상을 받았다. 초등학생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쓰는 매일의 기록.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도, 감성이 가득한 글도 아닌 오롯이 나의 하루만 기록된 코로나 확진자 동선 같은 글이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 중이다. 나의 매일을 모으면 그것이 자서전이 아닐까?


정식 출판은 아니지만, 내 인생을 기록한 책을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작가로서의 첫 발을 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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