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거래가 줄어들면 경기는 위축되고 경제는 곤두박질 칠수도 있다.
가계대출은 결국 거래를 막는다.
지난 2022년 4분기 대한민국의 국내총생산(이하 GDP)에 대비한 가계부채의 비율은 105%였다. 작년을 기준으로 10년 전인 2012년에는 같은 지표가 77.3%였다. 당시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이하 BIS)이 관리하는 주요 국가 43개 나라 중 GDP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은 14위(2012년)였지만 불과 10여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가계부채가 증가해 스위스, 오스트레일리아에 이어 3위(2023년)로 올라섰다. 가계부채 순위보다도 무서운 것은 부채가 증가하는 빠르기의 속도가 오스트레일리아에 이어 세계 2위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단순히 가계부채가 증가한 것의 문제가 아니라 그 내용에 대한 분석을 통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주로 어디에 사용되었을까?
이런 결과에 대한 원인을 두고 전문가들의 해석이 갈리고 있지만 가계부채의 70% 이상이 부동산과 같은 자산시장에 고여있다고 보는 쪽이 우세하다. 가계의 긴급자금이나 기업의 설립과 외연 확장 등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도록 설계된 게 기존의 대출이라는 금융상품이었지만 지금은 원래 취지에 부합하지않고 있다. 오로지 주택 금융이라는 곳에 대출이 집중되면서 자산시장의 거품을 일으키는 데에만 기여하고 있다. 이는 국가 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물론 가계부채 70% 이상을 소득 상위 20~25%가 가지고 있다 보니 부동산 자산시장에서 거론되는 ‘가격’은 거품이 꽤 많이 생성된 것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고소득자가 대출한 금액의 비중이 크다는 것은 상환능력의 문제로 금융시장이 위기에 빠질 확률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G20에 속하는 국가들에서 GDP 대비 가계부채의 평균 비율은 큰 변동 없이 60%대를 오가고 있다. 최근 3년만 놓고 본다면 2020년 69.5%에서 2022년 62.2%로 비율이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다수의 비중이 제자리일 때 유난히 도드라지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알려주는 장면이다. 가계부채의 증가는 가계의 부실뿐만 아니라 금리가 오를수록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증가하면서 가계가 벌어들이는 소득은 은행으로 들어가고 은행에 들어간 이자소득은 모두 주주에게 배당되는 상황을 연출한다. 대한민국 주요 은행의 주주는 65~75%가 해외자본이다. 결국 우리 가계가 부담하는 이자 비용은 배당을 통해 해외로 유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국부 유출과 함께 내수 시장의 축소로 이어져 경기를 위축시킨다.
현 행정부는 2023년 1분기에 은행이 최대 수익을 거두었다며 은행수익의 근본이 되는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에서 얻는 이익, 예를들어 예금금리 3%에 대출금리 5%면 2%의 차이를 은행의 이익으로 처리하는 것)과 금리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대외적으로는 현 행정부가 은행에 압력을 행사해 가계의 부담인 대출금리를 더 올리지 못하도록 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실상은 앞과 뒤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앞에서는 가계와 국민을 위해 금리를 높이지 못하도록 관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뒤로는 부동산과 관련한 규제를 풀어 대출 잔고가 더 늘어나는 것은 물론 속도가 증가하는 데에도 기여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가계대출의 증가가 무서운 이유는 가계의 부도, 파산이나 신용불량보다 더 무서운 경기의 하락을 불러온다는 데 있다. 가계대출이 적은 상태에서 금리상승기를 맞게 되면 가계가 금융기관을 활용해 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에 금융소득이 늘어나 가계의 지출을 통한 소비가 늘어나고 거래가 늘어나면서 시장경제는 활기를 띨 수 있다. 그와 반대로 가계대출이 많은 상태에서 금리상승기를 맞게 되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증가해 가계가 벌어들이는 수입에서 이자에 사용되는 금액은 늘어나게 되어있다. 이로인해 소비에 사용해야 하는 가처분소득이 감소하게 된다. 가처분소득에 포함되어야할 돈이 은행으로 가면서 가계는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이나 소득이 감소하게 되고 거래가 줄어들면서 경기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런 모습이 장기화되면서 가계부채는 경제가 성장하는 것을 둔화시켜 손해를 발생시키고 가계 간의 자산 불평등을 가져와 격차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사회적인 갈등을 유발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줄이려면 고소득층이 진행하는 대출이 자산시장으로 유입되는지를 파악해야 하며 이 경우 일정한 가산금리를 추가로 적용시켜 이들의 대출이나 부채가 자산시장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게 중요하다. 그랬을 때 가계 간의 자산 불평등의 격차가 조금씩 줄어들 것이고 사회적인 갈등 요인도 차츰 줄어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