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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Apr 25. 2024

병이 아닌 잔에도 술을 파는 시대가 도래

잔 술을 파는 시대를 앞둔 기대와 현실의 반영

잔 술을 파는 시대











무더운 한 여름 아스팔트는 찜통 같은 열기를 만들어낸다. 

열기로 인한 갈증을 식히는데 비어만 한 게 없다. 

전문점에서 마시는 시원한 500cc 딱 한 잔은 

갈증을 넘어 온 몸의 열기를 잠시 식힐 수 있도록 돕는다. 

이렇듯 비어는 한 잔을 단위로 판매하지만 막걸리나 소주는 그럴 수 없었다. 

이유는 단 하나다. 

법이 그렇다. 

주세법에서는 술의 가공을 금지하고 있다. 


소매처에서 술을 제공 받은 소비자가 직접 술을 개봉하지 않고 타인이 술을 개봉해서 제공하면 

그 과정에서 술 안에 이 물질이 들어가 소비자의 건강에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술이라는 음료의 특성상 뚜껑이 열린 상태에서는 

어떤 이물질이 들어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는 

뚜껑이 닫혀 있는 상태로 제공되어야 한다.  

잔 술의 경우 병을 개봉하고 

술을 잔에 따라서 소비자에게 제공되기 때문에 

술의 가공 상태로 간주한다. 

이런 이유로 술은 병에서 개봉된 상태로 제공할 수 없다는 게 

지금까지의 주세법의 입장이었다. 











술에 이물질을 넣어 

맛이나 색을 변형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뚜껑을 개봉하는 것의 대표적인 사례는 

칵테일이다.  


과즙이나 분말 가루, 식용 색소 등을 넣어 만드는 가공을 거치는 칵테일과 

케그통에 관을 연결해서 비어의 원액과 이산화탄소를 주입시켜서 내용물을 뽑아내는 생맥주만 

잔 술 형태로 팔 수 있었다. 


그 외에 위스키를 비롯한 수입 증류주, 포도주, 소주, 청주, 막걸리 등은 

병 단위로 판매해야 하는 게 주세법이었다. 

건강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보니 

술은 나라의 규제와 통제를 받는 상품이다. 

더불어 술을 소비하는 국민의 안전한 주류 소비를 위해 주세법은 

주조장에서 만들어진 술이 국민의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래서 주세법에서는

제조장에서 

병이나 캔 같은 밀폐용기에 담겨 출고된 술을 

임의로 가공하거나 조작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가끔 가는 선술집이나 레스토랑, 바(Bar)에서 

위스키, 포도주, 막걸리 소주 등을 잔 단위로 파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는 그동안 묵인되었을 뿐 

현행법상 불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논란이 꾸준히 이어졌었다. 

국세청에서도 이런 이유로 

적극적으로 규제를 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던 것을 

지난해부터 개정하려고 움직임을 보이더니 

마침내 지난 3월 20일 기획재정부가 관련 내용을 포함해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기획재정부 공고 제2024-80호)’을 입법 예고하였다. 


개정의 이유와 주요 내용에는 

주류를 판매하는 식당(식품접객장소)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가공이나 조작의 범위에 주류를 빈 용기에 나누어 담아 판매하는 경우도 포함시키는 것을 담았다. 

4월 29일까지 반대의견이 제출되지 않으면 행정절차를 거쳐 정식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빠르면 5월부터 식당에서는

 잔 술을 메뉴판에 정식으로 넣어서 판매할 수 있다. 

이제 잔술의 시대가 열린 만큼

음주 문화의 변화도 조금씩 예상된다. 











잔 술을 바라보는 독자들은 생각은 어떠신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각도에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먼저 우리 주변의 음주 특성상 

병을 비우려고 과음하는 사례를 줄여갈 수 있다고 말하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또 잔 술로 인해 

안 마시려던 사람도 가볍게 생각하고 한 두 잔 정도 마실 수 있다는 입장의 의견도 있을 수있다. 

다음으로 

다양한 종류의 술을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식당마다 주종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기존의 한 병 가격으로 2~3가지의 술을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미식가들에게는 희소식이다. 

반면 

현실적으로 암울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식당에서 판매되는 술 한 병의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 예로 

녹색병에 든 희석식 소주 한 병의 가격이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오르더니 5,000원을 넘어 

고급 식당에서는 6,000~10,000원에 이르는 곳도 있다. 

호주머니 사정보다 물가가 더 오르는 현실에서 

서민의 술이었던 희석식 소주 한 병이 주문한 음식과 함께 반주로 시켜 마시기에는 

가격이 높아졌다는 인식이 강하다. 







큰 저항이 없다면 

이번 개정안의 내용은 행정절차를 마치고 우리의 삶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작은 변화는 새로운 틈새시장이 만들어 낼 것이다. 

식당들의 변화만 가져올 수도 있고 

주류를 공급하는 업체들의 변화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어떤 모습이든 우리의 현실에 맞게 움직이며 진화될 것은 분명하다. 


술을 즐기는 여러 독자들은 

이제 각자가 있게 될 선술집에서, 레스토랑에서, 바에서 

메뉴판을 보고 주문한 잔 술을 드시게 될 거다. 

한 잔 드시면서 

주변의 테이블에서도 잔 술이라는 문화가 

어떻게 변해가는 지를 지켜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법과 제도가 만들어가는 음주 문화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술을 느끼는 색다른 재미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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