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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립일세 Jul 18. 2023

포도주는 섞으면 안 되는 것일까?

포도주는 섞으면 안 되는 것일까?     





 최근 화랑에서 열린 어느 모임에 초대를 받아 간 적이 있었다. 먼저 모였던 분들의 앞에는 각각 포도주가 담긴 잔이 놓여있었다. 그들이 모여앉은 테이블에는 여러 개의 포도주병과 음식이 놓여있었다. 이야기를 주고받던 이들 모두 포도주를 한 잔씩 마신 상태라서 그런지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늦게 도착한 필자의 합류에 주변에서 자리를 만들어주고 투명한 유리잔을 내주었다. 병에 담긴 포도주가 많지 않아 새로운 병을 따려고 하기에 필자는 여러 병에 조금씩 남은 포도주를 앞에 놓인 잔에 부었다. 모두 의아해했다. 쳐다보던 이들은 소주나 맥주도 아니고 포도주를 섞다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필자의 잔과 얼굴을 쳐다봤다.






 결국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술을 안다는 사람이 포도주를 섞어서 마셔요?” 필자는 “이게 더 맛있다.”고 말해주었다. 포도주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이 포도주를 마신다. 이때 잘못 정착된 것이 포도주는 섞어마시는 게 예절이 아니라고 알려진 거다. 특히 포도주를 교육시킨다는 교육기관에서 가르침을 받은 수강생이나 레스토랑의 소믈리에도 포도주를 섞어마시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 지양(止揚)하고 있다. 그렇게 기술된 책도 꽤 있다. 그렇다보니 여러 포도주 모임이나 많은 애호가들도 포도주를 섞어 마시는 것을 몰상식한 짓이라고 몰아붙이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포도주를 섞어마시는 것은 진짜 몰상식한 짓일까? 






 사람마다 지식의 깊이와 사고의 유연성,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니 뭐라고 지적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 하지 않겠다. 다만 결론을 말하자면 포도주를 섞어마시는 것은 일종의 블랜딩으로 결코 잘못된 행동이 아니다. 모임에 모였던 주변의 우려와 달리 오히려 자신의 입맛에 맞는 맛을 찾아가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에는 있는 포도주의 양대산맥이라고 불리는 유명산지로 부르고뉴와 보르도가 있다. 피노누아만으로 포도주를 만드는 부르고뉴와 달리 보르도는 품종별로 포도주를 생산한 블랜딩을 통해 수준 높은 제품을 생산한다. 






 메를로(Merlot), 카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으로 만든 포도주를 베이스로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을 섞거나 말벡(Malbec), 카르메네르(Carmenere) 같은 품종으로 만든 포도주를 섞어서 와이너리만의 특색있는 술을 만들어내는 것이 보르도 포도주의 특징이다. 이를 통칭 ‘보르도 블랜딩’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포도주 문화는 상당 부분 사대적으로 변질되어 있다 보니 포도주를 섞는 것을 불쾌하게 보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물론 각각의 고유한 특성을 느끼기 위해 섞는 걸 꺼리는 경우도 있지만 맛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더 맛있게 마시기 위해 섞는 것에 반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보다 더 맛있는 것을 만들어먹는 것이 인간의 특성이기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블랜딩을 하라고 권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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