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보지말자!
지난 금요일을 마지막으로 퇴사했다.
지난 1년 6개월이 주마등 처럼 지나가면서 책상정리를 하며 회사의 카드키와 비번재생기를 반납하고 울컥하기도 했다.
이렇게 다이나믹한 회사생활을 했던 적이 있었던가...
캐나다 생활 10년간 여러 회사에서 일해왔지만 이렇게 버겁고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을 가져본적이 없었다.
회사 입사 첫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토록 원했던 회사였다.
모든 이민자들이 공감할 것이다.
남의 나라에서 정착해서 인정받고 살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바닥부터 모든걸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그렇게 첫직장에서의 경력, 그 경력을 바탕으로 조금 더 낫은 곳으로 이직, 두번째 경력으로 좀더 낫은 곳으로 또 이직... 그렇게 쌓아온 커리어로 합격한 회사였다. 그래서 더 간절하게 바랬던 회사였고 그래서 두배로 기뻤다. 내 노력이 헛된것 같지 않아서,, 뭔가 해낸것 같은 그 기분, 나도 할수 있단걸 보여줬다는 그런 희열이 있었다.
어찌 노력으로 들어온 회사지만 적응하는게 쉽지 않았다.
의기양양하게 합격했지만 무슨 자존심인지 힘든걸 티내고 싶지 않았다. 나도 저들 처럼 능력있어서 들어온 회사니 나도 저만큼 능력치를 해낼수 있다고 그런 척을 열심히 했던거 같다. 그걸 보여 주기 싫어서 두배로 열심히 했다.
대기업의 환경, 특히 이 회사의 독특한 특성을 잘 파악해야 했다.
한번도 일해본 적 없는 환경이었다.
내 의사 결정 하나하나에 의구심이 들었다. 과연 맞게 판단 한걸까? 그뒤에 따라오는 결과를 감당할수 있을까?
나는 이회사에 Good fit 인가? 이런 질문들이 매일 압박해왔다.
회사는 non-profit 이지만 정부산하의 규제기관이기 때문에 굉장히 보수적인 직장문화가 있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캐나다에서의 상명하복문화, 말한마디도 조심해야 하는 센시티브한 일의 성격.
그러다 보니 자꾸 주늑이 들었다.
팀 회의때도, 부서 미팅때도, 일을 할때도 항상 주눅든 상태로 압박감속에서 일을 하니 매일이 스트레스 였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스스로 좀더 배우고 쌓았다면 달라졌을까 그런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정말 근본적인 문제와 결론은 회사와 내가 정말 안 맞았다는 것.
회사의 특성과 그 안의 문화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그렇게 좋은 회사 들어가면 그 안의 문화, 사람들도 다 좋을줄 알았다.
그게 완벽한 착각이었단걸 뼈져리게 느낀 경험이다.
연봉, 베네핏 다 좋지만 정말 롱런 하려면 나와 회사가 잘 맞는지 그걸 빨리 파악하는게 정말 중요하단걸 이제야 깨달았다.
어쩌면 내 커리어중 첫번째 실패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히려 이 실패가 기분나쁘지 않고 좋은건 내가 이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또 연봉과 베네핏으로만 회사를 저울질 했을테니까...
이 실패가 오히려 날 설레게 하기도 한다. 이제 알았으니 다음은 더 잘 판단 할수 있으니까.
실패에도 달콤함이 있단걸 알려주고 싶다.
이제 더 낫은 선택을 할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