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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은영 Sep 06. 2021

위기의 결혼생활

달라도 너무 다르다. 너랑 맞춰 살기 참 버겁다.

남편은 나랑은 참 다른 사람이다.


한두가지 정도 다른점 있는건 모든 커플들이 다 그렇겠지만 하나부터 열까지가 모두 다르다는게 딱 남편과 나를 두고 하는 말같다.


남편은 외향적이고 표현력이 강한 사람이다. 

모든 감정을 말로 쏟아내야 하는 그런 사람. 심지어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그걸 말로 해야 머릿속이 정리가 되는 그런 사람이다. 

표현력이 강한만큼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남을 비판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설령 자신의 의견이 다수가 지지하는 의견이 아닐지언정, 심지어 다수의 비난을 받을 지언정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남편은 아침부터 활력이 넘치는 사람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댄스 음악을 틀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시작할수 있는 인간이다.

남편은 자신의 짜놓은 틀, 계획에 집착하는 편이다. 연애 초반에는 O.C.D가 아닐까 할 정도로 정리정돈과 집청소에 집착하고 했다. 이 정리정돈과 청소도 자신이 만들어놓은 룰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남편은 자신과 관련된 결정과 선택에 엄격히(?) 자로 재듯 따지고 끝까지 자신의 이익을 찾아 내것으로 만드는 사람이다. 

남편의 부모님은 남편이 10살무렵 이혼하셨다. 

엄격한 아버지밑에서 자랐는데 부정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다. 모정은 더더욱.

결혼하겠습니다라고 우리집에 인사드리러 왔을때 우리 아버지가 이제 내사위구나 하고 안아 줬었는데 그때 어린아이처럼 펑펑 우는 모습에 놀랐었다. 자신의 아버지는 평생 한번도 안아 주지 않았다는 말에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그제서야 이해할수 있었다.

시아버님은 그 이후에 재혼하셨는데 재혼도 그리 오래가지 않아 막장(?)으로 끝이 났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이혼후 바로 재혼하셨는데 한번도 진정한 어머니의 정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결혼후 내가 본 시어버니의 모습으로 판단건데 남편의 말에 동의한다. 물론 자신은 그런적이 없다고 말씀하시지만. 말보다 행동이라고 지난 6년의 모습으로 확신할수 있었다. 가끔은 어머니가 되지 말아야 할 사람도 있다는걸. 


난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과 생각을 속으로 정리하는 사람이다. 

머릿속에 수십개의 감정 카테고리가 있어 그걸 속으로 머릿속으로 느끼고 생각해서 정리하는 사람이다. 내가 느끼는것을 말로 표현하라고 할때가 가끔은 난감할 때가 있다. 어떻게 단어로 조합해서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난 하얀 종이 같은 사람이라고 내 스스로 항상 생각했었다. 어디서든 어떤 곳이든 그곳의 색깔로 스며들수 있는 사람. 그래서 남의 비판을 좋아하지 않는다. 싫은게 있다면 내 마음속에 묻어두고 굳이 말로 표현해서 지탄(?)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난 내 자아가 강한 사람이라 내가 가진 의견이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더라고 그건 그럴수 있다고 넘어 가는 편이다. 

난 저녁형 인간이다. 

아침일찍 눈뜨는게 그리 즐겁지 않다. 아침부터 댄스음악에 춤은 내 세상에선 상상할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 죽고 사는 일 아니면 다 그럴수 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루정도 청소를 걸렀다고 누가 죽는거 아니니까. 

상대방과의 원만한 관계유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남에게 스트레스 주면서까지 내 이익을 고수 하고 싶진 않다.

우리가족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평범'이다.

평번이란 단어의 정의가 요즘은 참 모호하다만 가끔 지지고 볶는 부모님 밑에서 그래도 가족 친척들 사랑 받으면서 그렇게 자랐다. 부자는 아니지만 한때는 정말 형편이 어려웠을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구김없이 자랐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은 결혼 하신지 근 41년 차이신데 여전히 친구같으시다. 

우리는 이렇게 다르다. 


연애 초반엔 나와 너무 달라 버겁기도 했지만 나의 단점이 그사람의 장점이기에 잘 맞춰서 배우면서 살수 있을꺼라 생각했다. 


완벽한 나의 착각이었다.


나와 다름을 완벽히 이해하는데에도 꽤 시간이 걸렸던거 같다. 그리고 왜 다른지 그 사람의 성장배경까지 이해해야 했다. 

가끔 막장 드라마에서 집안이 너무 다르면 반대하는 그런 어른들을 보고 진짜 구닥다리같은 생각이라 생각했었는데 어른 말씀이 영 틀린건 아니란걸 결혼 하고 알게 되었다.

이 사람의 100%를 이해하고 짊어지고 가기가 너무 버겁다.


게다가 우리는 국제결혼 이다.

한국인의 마인드로는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문화의 차이도 가끔은 너무 버겁다.


그래서 난 시간을 좀 가져 보려한다.


매일 버겁게 하루 한번은 언쟁을 하며 지내는 이 일상에서 벗어나서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지친 내마음도 정리하고 추스르고 그리고 나면 좀 괜찬아 지려나.


다음주 목요일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샀다.

최소 한달 정도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그것 보다 더 필요하다면 더 지낼 수도 있다.


남편과는 이야기가 끝났다. 


시간을 가진 후에도 이 지긋지긋한 언쟁과 스트레스가 계속 된다면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계속 살순 없으니까.

그러면 내 인생이 너무 불쌍해 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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