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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Vet Sep 01. 2021

마블의 페이즈4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리뷰, 그리고 페이즈4 고찰

1.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스포일러 없는 리뷰.


클래식한 홍콩 무협 영화 스타일 액션에 현대적 격투 액션을 적절히 배합한, 맨몸 격투 액션들이 정말 좋았다. 특히 초중반에 나오는 몇몇 장면은 보면서 황홀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타격감뿐 아니라 액션을 통해 우러나오는 캐릭터성, 감정이 또렷하게 전달된다는 점이 <샹치>를 더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다만 아쉬운 점이 없진 않았다. 영화의 감정을 이끄는 핵심요소가, 샹치의 성장이 아닌 웬우(양조위)의 감정적인 부분이다. 그래서 웬우 캐릭터의 매력은 한층 깊어지지만, 주인공을 따라 서사를 쫓아가는 관객의 처지에선 영화의 감정적 요소에 이입하기가 조금 힘들다.



또한 후반부에서 과하게 키우는 스케일과 지나치게 욱여넣은 많은 이야기는, 영화를 다소 산만하게 만들며 앞서 장점으로 뽑은 격투 액션도 이런 서사에 휘말려 매력을 다소 잃는다. 와중에 "서양인이 생각하는 동양인 이미지" 스테레오타입으로 그득한 캐스팅과 후반부 그래픽들은 영화의 몰입감을 해친다.



다만 중국 전통 설화에 기반을 뒀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미지도 많아서, 섣불리 오리엔탈리즘으로 단정 지을 순 없지 않나 싶다. 결론을 정리하자면 산으로 가버리는 후반부 전개가 아쉽지만, 생각보다 동양권 문화에 대해 이해가 있음을 보여주는 지점들과, 윈터솔져의 위상에 맞먹는 맨몸 격투 액션들까지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다.


p.s. <아이언맨 3>는 보고 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2.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스포일러 포함한 잡설 & 페이즈4 이야기


1) '재전유'가 영화의 키워드라 생각한다. 영화의 서사를 간단하게 정리한다면 "아버지(좀 더 비약한다면 가부장제)가 지속한 폭력의 대물림을 끊어 내기"이다. 그래서 영화는 구시대적 폭력인 웬우의 텐 링(조직은 '텐 링즈'로 구분하겠다)이 가진 성질을 뒤바꾼 다음, 평화를 위해 싸우는 샹치에게 링을 전달한다. 폭력의 상징을 평화의 상징으로 재전유하는 과정이다.


관련 서사를 풀어내는 과정을 너무 안 보여줘서 다소 아쉬웠지만, 또 다른 재전유가 또 있다. 남성-가부장적 조직 텐 링즈를 여성의 것으로 재전유하는 쿠키 영상 속 샤링이다. 샹치가 재전유한 텐 링의 실질적 힘, 샤링이 재전유한 텐 링즈의 상징성. 남매가 해체하고 재구축한 텐 링즈의 미래가 기대된다.




2) 서양적인 디자인의 (심지어 (특히 동양인의) '영혼을' 빼먹는) 괴물을 동양적 디자인의 용으로 무찌르는 이미지가  재밌었다.  너무 이질적인 존재가, 쌓아온 맥락도 없이 너무 뜬금없게 등장한다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근데 흥미로웠던 점은 <샹치> 등장한 영혼을 먹는 괴물들의 존재를 보면서, 영화 시작 직전에 틀어준 <이터널스> 예고편  ‘데비안츠 모습이 겹쳐졌다는 것이다.


이건 페이즈4의 경향인가 싶기도 한데, 미지의 세계가 중첩되는 것의 공포를 적극적으로 끌어온다는 것이다. <블랙 위도우>에선 사라진 줄 알았던 비밀 첩보 단체 '레드룸'이 우리의 세계에 놓여 있었음을, <샹치>에선 비밀스러운 마을과 어둠의 세력이 숨겨져 있었음을 보여준다. 아직 예고편만 공개됐지만 <이터널스>에선 7천 년이란 긴 시간 동안 인류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이터널스'와 '데비안츠'의 존재를 암시하며, <노 웨이 홈>은 아예 멀티버스를 가져온다.


지구-현실이란 익숙한 세계 위에 새로운 층위를 덧대며 영화의 세계를 확장하는 시도는 좋지만, 지금까지 이미 너무 많은 세계를 쌓아온 만큼 세계관의 무게를 과연 마블이 어떤 식으로 버틸지 조금은 우려가 되는게 사실이다. 당장 이번 <샹치>만 하더라도 <아이언맨 3> 그리고 <닥터 스트레인지>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며 <인크레더블 헐크>를 보지 않았다면 이해할 수 없는 요소도 있다. 또 <인피니티워 ~ 엔드게임>으로 이어진 스냅-블립의 그림자가 이번에도 드리운다. 기대만큼 걱정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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