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부부, 같이 일해요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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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과는 다르게 오늘은 조금 다른 제목으로 글을 써보네요. 저는 남자친구랑 같이 일을 하고 있고, 곧 부부가 될 사이입니다. 덧붙여, 저희는 해외여행 중독자입니다.
1월이 무탈하게 지나가면 2월에는 설이라는 연휴가 생깁니다. 해외여행 중독자라는 말에 걸맞게, 이번 설 연휴에는 또 어디로 떠나볼지 열심히 검색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도중 남자 친구 서비 씨가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 조금 자제해야 할까 봐. 떠나는 건 좋지만, 5월에 더 긴 연휴에 여유롭게 떠나는 게 어때?"
항공권을 검색한다고 정신없던 손가락이 멈췄습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더라고요. 저희는 황금연휴를 제외하고는 5월에 일주일 가량의 휴가가 생깁니다. 작년에는 5월, 여름휴가, 추석, 겨울휴가 - 이렇게 총 4번의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전부 좋은 기억으로 재미있게 놀았었어요. 그 때문인지 이제는 틈만 나면 해외로 나갈 생각을 하더라고요. 이게 중독이 아니면 뭘까,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여행 관련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도 아닌 평범한 직장인의 도피처가 해외여행이라는 마음은 공감해 주실 수 있겠죠. 하지만 이번에 여행하려던 목적은 직장 내에서 받는 스트레스보다 결혼 준비를 피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었어요. 인정합니다. 결혼식, 신혼집 입주준비 등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이 쌓여있는데도 그 일들은 계속 미루고 휴가를 떠날 생각을 했던 겁니다.
반성하는 마음은 뒤로 하고, 그리고 해외여행 가고픈 굴뚝같은 마음은 잠깐 접어두고, 이번 연휴에는 더 급한 결혼준비, 입주 준비를 먼저 해보려고 합니다. 신혼집이 생긴다는 말은 저희가 각자 본가에서 독립을 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신혼집 입주가 7월인데 그때까지 반년도 채 남지 않았더라고요.
저희는 해외여행 중독이기도 하지만 그냥 '여행 중독자' '콧구멍에 바람 쐬기 중독자' '조금이라도 놀러 다니지 않으면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자'들입니다. 저희는 재작년인 2022년 한 해 동안 주말에 틈만 나면 1박 2일로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하지만 2023년 하반기부터는 조금씩 당일치기로 선호도가 바뀌게 되었어요.
1박 2일보다 당일치기를 선호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우선, 2023년 7월 기준으로 '독립'이 일 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요. 집이 조금 더 좋아지게 된 겁니다. 가족들과 함께 20년 동안은 꼬박꼬박 지내던 공간이 (기숙사 있는 고등학교와 해외에서 지내던 시절은 제외하고) 저의 유일한 보금자리였는데 이제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나면 이런 생활이 사라진다는 아쉬움이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그래서 당일치기를 하고 포근한 제 침대에서 자는 게 조금 더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비용적인 문제도요. 차를 타고 가면 그래도 비용이 절감되겠지만, 한 달에 숙소비를 조금 아껴볼까 싶기도 했거든요. 무엇보다도 우리의 보금자리가 곧 생기게 되는데, 굳이 교통비와 숙박비를 들여서 너무 자주 다니는 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금자리가 생기면 매일매일 여행 온 기분으로 둘이 신혼 생활을 할 거 같아요. 물론 여유가 생기면 전국 팔도 쑤시면서 돌아다니고 싶은데, 위에서 말한 대로 저희는 이제 돈 나갈 구멍이 많이 뚫리니까요.
마냥 팔베개하고 차에서 잠들어도 좋은 시절이 있었다면 이제는 현실을 자각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 극단적으로 말한 거 같아 보이지만 국내 여행도 해외여행도 자리가 잡히고 나면 실컷 할 거예요. (이사하는 동네도 역 주변일 정도니까요)
당일치기 여행의 묘미도 충분히 알고 있기에, 당분간 당일치기 여행을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어제도 경주에 당일치기를 다녀왔고, 이번 주말에는 서울에 가죠. 여행의 형식만 바뀌었지, 여행을 멀리할 생각은 없답니다. 현명하고 똑 부러지는 결혼준비 생활을 해볼게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글에 댓글 달아주셔서 너무 힘이 되었어요. 일주일도 힘차게 보내봅시다. 파이팅.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