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통한 깨달음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다. 거대한 구조물이나 아름다운 예술품 같이 사람이 만든 인위적인 것보다는 작고 생명력 있는 것에 더 관심을 가진다. 하다못해 길바닥에 널리고 널린 개미들을 보면서도 수십 분씩 쪼그려 앉아 관찰을 하곤 한다. 어쩌다 몸집이 큰 병정개미나 날개가 달린 여왕개미가 보이면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것 마냥 소리를 지르며 좋아한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이들을 위한 삶의 터전은 놀이터나 장난감이 아닌 자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잠시 도심을 떠나 찾아 간 천관산 자연휴양림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최고의 장소였다. 저녁만 되면 손바닥만 한 나방들이 불빛 근처로 날아와 아내는 혼비백산 도망쳤지만 아이들에게는 즐거움이었고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책에서만 볼 수 있었던 생물들, 그것도 어머어마하게 큰 친구들은 실제로 만났으니 얼마나 신기했을까? 반짝이는 아이들 눈동자가 밤하늘에 가득한 별빛보다 밝게 빛나는 순간이었다.
나방뿐만이 아니라 힘이 센 장수풍뎅이, 집이 없는 민달팽이, 형형색색의 나비, 그리고 독기를 잔뜩 품은 뱀 등 다양한 생명체들이 아이들을 반겨주었다. 굳이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그들은 이미 산에 있었고, 그곳의 주인이었다. 그저 자신들이 있어야 할 곳에서 아이들을 반겨주었다.
산책로를 따라가다 만난 나비는 아이들이 가까이 다가왔는데도 달아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들이 만들어 준 그림자 아래에서 편히 쉬는 듯 보였다. 혹은 아무런 적의 없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에 나비 역시 사람에 두려움을 접었을지도 모른다. 종의 경계를 떠나, 생명 대 생명이 공존하는 순간. 고요한 세상 속 우리들만 존재하는 듯한 신비로운 체험이었다.
일상에서도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 세상을 바라본다. 길을 가다 문득 멈춰 서서 쪼그려 앉는다. 한 녀석이 앉아서 보기 시작하면 다른 녀석도 함께 한다. 서로 더 보겠다고 머리를 맞대고 힘 겨루기를 하기도 한다. 힘이 약한 둘째가 밀리더니 울음을 터트린다. 안아서 어르고 달래면 다시 내려달라고 한다. 언제 울었냐는 듯 다시 형아 옆에 쪼그려 앉아 탐색에 열중한다. 뭐가 그리 신기한지 한참 동안이나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 그저 아이들이 바라보는 것을 함께 바라보고, 함께 호기심을 가지고,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알아갈 뿐이다.
사실 아이들 덕분에 동식물을 더 많이 알게 되고 그들의 삶도 이해하게 된다. 이전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관심을 가진다. 더 나아가 그들과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당위성을 가진다. 마침내 그들의 삶과 자연을 지켜주는 것이 아이들을 지켜주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아이들의 단순한 호기심에서 참 다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비 오는 날에도 아이들의 호기심은 멈추지 않는다. 흠뻑 비를 맞아도 좋다. 그저 지금처럼, 호기심 가득한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갔으면 한다. 이 세상이 익숙해지고 싫증 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