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작은 정리정돈부터
미니멀라이프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쉽게 정리 정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쓰지 않은 물건이 없으니 공간 활용도가 높고 자주 쓰는 물건은 잘 보이는 곳이나 고정된 장소에 보관할 수 있어 찾기 쉽다. 물건이 조금 어질러져 있어도 최소한의 활동으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적다.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지 않다 보니 내가 원하는 곳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다. 이 모든 게 선순환이 되기 때문에 미니멀 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
가까운 분들에게 미니멀을 추천한 적이 있다. 하지만 비관적으로 보는 분들이 많았고 무엇이든 풍족한 사회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다. 그래서 대부분은 맥시멀을 유지했고, 미니멀에 관심을 가졌던 분들도 금세 본래대로 돌아갔다. 내 마음과 달라 안타까웠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의 삶이니 받아들였다. 그 후로는 먼저 나서서 미니멀을 추천하지 않았다. 심지어 가족에게조차 그러지 않았다. 가까운 가족이라도 생각이 다르면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폭이 다르기 때문에 마찰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미니멀한 삶을 물려주고 싶었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아는 것, 자신이 가진 물건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는 것, 내 가치를 물건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나타내는 것 등은 꼭 알려주고 싶었다. 그 덕분인지 아이들도 나름 미니멀한 삶을 받아들이는 거 같다.
개인적으로 장난감은 크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직접 사준 장난감이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장난감 사달라는 투정 한 번 없이 잘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이 고맙기도 하고 가끔은 미안하기도 하다. 내가 직접 장난감을 사주진 않지만 누군가에게 받은 거나 아나바다 행사를 할 때 자신의 용돈으로 사는 건 인정해 주었다. 대신 자신의 물건은 스스로 정리해야 하고,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주기적으로 처분해야 한다. 주기적으로 아이들 동의를 얻어 물건을 정리하는데 초등학생이 되어서는 스스로 선별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었다. 아이들 놀이방은 아이들 것이기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니고, 가끔 잔소리는 한다. 너무 어질러져 있을 때, "귀신 나오겠다!" 거나 "너무 어질러져 있어서 같이 놀아줄 수가 없다, " 며 반협박을 하기도 한다. 사실 어제도 잔소리를 했더니 아이들이 열심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30분쯤 지나서 나를 끌고 놀이방으로 간다. 깨끗해진 방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면서 '우리도 한다면 하는 아이들이에요. 마음이 평안해지셨어요?' 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 모습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다.
모든 부모들이 육아에 대한 기준이 같을 수 없고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안정적으로 생활하면서 예전보다 더 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다. 그런 삶을 지속하다 보면 아이들도 자연스레 배울 것이고 그들의 삶에 도움 되는 무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 혹여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다른 삶을 산다 해도 상관없다. 아이들이 스스로 만족한다면 그들 삶 자체로 존중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역시 귀신 나올 정도로 어지르며 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