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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Apr 18. 2024

세상에 하나뿐인 그림 같은 도서관

     


전주 덕진공원에는 연화정 도서관이 있다. 이전 시장이었던 김승수 씨가 전주 곳곳에 도서관을 만든 덕분에 덕진공원에도 명소가 생겼다. 정갈하게 생긴 한옥 도서관이라 볼 때마다 눈길이 간다. 한편으로는 이런 아름다운 도서관을 다른 도시에서 기획이나 할 수 있을까 하는 자부심도 있었다. 한여름 눈부신 연꽃이 필 때면 책을 보러 가지 않더라도 연화정 방 안에 앉아 창밖 풍경만 보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공간 활용이나 쓰임의 문제라면 그 효용이 다른 도서관에 비해 떨어지겠지만 내 생각에는 덕진공원 내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충분하다. 덕진공원에 이 아름다운 도서관이 생김으로써 격이 높아진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마치 카페를 연상시키는 이곳에서라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힐링을 하는 기분이 든다. 비록 관광객으로 소란할 때도 있지만 그쯤이야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기는 연화정 도서관이 들어오기 전에도 덕진공원은 전주 시민들에게 사랑받았다. 어린 시절 덕진공원에 가면 사람들이 늘 많았다. 지금처럼 야외 나들이나 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던 시절, 그나마 있던 덕진공원은 사람들에게 휴식처이자 나들이 장소였다. 젊은 시절, 덕진공원에서 오리배(모양이 오리를 닮아서 오리배로 불렸다) 한 번 안 타본 이가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덕진공원에 대한 전주시민들의 추억은 각별하며 나이 든 이들에게는 추억의 장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번에 찾은 덕진공원은 쓸쓸하기 짝이 없었다. 바짝 말라버린 연못. 한여름 무성했던 연잎은 그 흔적을 찾기 힘들고 앙상한 대만 볼품없이 쓰러져 있었다. 그나마 물이 약간 고여 있는 곳에는 흰뺨검둥오리 몇 마리가 물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그마저도 없었더라면 생명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동안 갈 때마다 새들이 활기차게 움직였던 덕진공원은 거기 없었다.       


대규모 준설작업을 하는 탓에 물이 빠진 자리에는 포클레인 몇 대가 턱 하니 자리하고 있다. 공원과 어울리지 않는 포클레인이 곳곳을 점령하고 있었다. 공원이라기보다는 마치 공사현장을 보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휴일이라 쉬고 있을 뿐이지 평일에는 쉬지 않고 작업을 했음직하다.      



물이 빠진 자리와 포클레인이 작업한 자리를 보니 그 거리가 상당하다. 이 넓은 연못을 다 파헤쳐서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한때 덕진공원의 명물이었던 오리배를 띄우기 위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70, 80년대야 오리배를 타는 시대였으나 오늘날 사람들의 반응은 어쩔까 싶다. 고작 오리배를 띄우기 위해 상당한 예산을 들여 이 공사를 할까도 싶었다.      

산책을 하다 보니 연못 주변까지 흙이 퍼올려진 것이 눈에 거슬렸다. 공원을 관리하는 입장에서야 어느 정도 정비야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대규모 사업을 벌일 만큼 필요한가는 여전히 의문이다. 내 입장에서는 대규모 개발이라는 이면에는 이권 개입이라면 씁쓸한 기억이 따라붙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해질 무렵 바라본 덕진공원은 여전히 아름다웠다는 사실이다. 이제 막 잎이 돋아나기 시작한 버드나무를 비롯하여 꽃을 머금은 모과나무도 싱그러웠다. 어느덧 어둠이 흉물스럽게 느껴졌던 공간을 지워버리고 있었다. 해질 무렵 덕진공원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한낮이나 밤에만 공원을 찾았다. 해질 무렵 공원이 이렇게 멋진 풍경을 숨기고 있었다니, 이제야 그걸 눈치채다니 어리석기 짝이 없다. 이 한없이 무딘 감성이여. 언제나 살아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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