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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Apr 27. 2024

아내의 뒷모습

        

아내가 출근한다. 오늘은 좀 늦었다. 출근하는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정말 며칠 안 남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짠한 마음이 든다. 그동안 내 모습을 계속 지켜보아 온 아내는 내 행보가 못내 걱정인 모양이다.    

  

안 가면 안 돼? 어쩌려고,     


오늘 아침에도 그 말을 한다. 이미 결정했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그 말을 한다. 그 마음을 알기 때문에 더 마음이 안 좋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내가 달리 할 게 없다. 나는 군대시절을 제외하고는 고향에서 평생을 살았다. 물론 여행을 다녀오느라 한두 달 비운 적은 있지만 평생을 한곳에서 살았다.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잘 살았다고 여기며 살았다. 그런 고향을 등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고향에서 계속 있으려 했으나 상황이 나를 가만 두지 않았다. 물론 모두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니 누굴 탓할 수도 없다. 어느 정도 지나갔다고 생각했건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떠날 수밖에.       


솔직히 집을 떠난 후, 브런치를 계속 연재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여건이 바뀌면 글 쓰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안 해 본 일을 하다 보면 적응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리라. 젊을 때는 겁이 없었다. 체력도 남에 뒤지지 않을 만큼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게든 살아지기는 할 것이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그냥 나온 게 아닐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이나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 있는 이들도 버티며 살아간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다 보면 어느덧 연말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소박한 바람이다. 해마다 11월이면 다니엘 기도회를 한다. 처음과 비교할 수 없지만 나는 참석할 때마다 큰 은혜를 입었다. 지금 내가 바라는 유일한 기대는 그날이 빨리 오는 것이다.      


얼마 전 브런치에 글 쓰는 게 마지막 잎새와 같다는 글을 남긴 적이 있다. 요즘처럼 글 쓰는 일이 간절한 적이 별로 없었다. 그만큼 솔직한 심정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글은 내가 매달릴 수 있는 마지막 동아줄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그러니 거기 가서도 글을 놓지는 않을 것이다.      


작년을 어찌 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히 잘 살았고, 결과도 좋았다. 코로나 이후 지속적으로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그래도 불러주는 친구가 있으니 한결 마음 편하게 간다. 내가 힘들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친구이기도 하다. 그 친구가 없으면 누가 불러주겠는가. 우려하는 일은 서로 마음이 상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여행지에 가서도 마음이 맞지 않으면 원수가 되어 돌아오는 일이 흔하다. 하물며 일상이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내가 세상에서 없어진다고 해도 가족 말고 누가 관심을 가지겠는가? 해외에 한 달씩 있을 때면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어차피 여기 있어 봐야 내가 필요해서가 아니고는 딱히 연락 올 이도 별로 없다. 대개의 연락은 내가 필요할 때만 온다. 그래도 그 동안의 인생을 살면서 감사한 일이 많았다. 고마운 얼굴도 많이 떠오른다. 그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힘들겠지만 브런치는 최대한 쓰며 견뎌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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