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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May 06. 2024

여행과 김밥의 닮은 점

   

짧은 여행은 없다. 

여행에는 대부분 긴 시간이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여행하면 집에서 출발해서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를 생각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처음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여행은 시작한다. 여해을 떠올렸던 처음에는 어설프기 짝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여행다운 윤곽을 갖춘다. 이후 행선지를 정하고 동선을 짜고 세세한 항목을 집어넣으면서 여행은 좀 더 본격화되고 그럴싸해진다.       


집에 돌아오고 난 후에도 여행은 끝난 게 아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얻은 전리품을 챙겨야 하고 묵은 빨래 등도 해결해야 한다. 사람들은 막판이 되면 어느새 여행이 끝나간다는 아쉬움에 잔뜩 욕심을 부린다. 고생 끝에 획득한 선물을 보는 순간 고생했던 순간은 사라진다. 그것도 잠시 눈앞에는 긴 여행의 후유증이 우리를 기다린다. 긴장이 풀어지면서 돌아오는 피곤함은 또 어떤가. 이제 막 짐을 풀어 놓았을 뿐인데도 또 여행이 가고 싶어진다. 



         


여행 김밥론

어찌 보면 여행은 김밥을 싸는 것과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김밥만 먹는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김밥을 싼다면 상황이 다르다. 훨씬 더 많이 신경 쓸 일이 생긴다. 사전에 밥을 준비하고 계란도 부쳐야 하며 다른 재료들을 준비하는 일도 손이 간다. 뿐만 아니라 김밥을 다 싸고 난 후에 뒷정리까지 해야 한다. 패키지여행과 달리 자유여행이 손이 더 많이 가는 이유와 닮았다.      


김밥에서 필수적인 항목이 몇 가지가 있다. 물론 이조차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김, 밥, 단무지, 지단 등이 그것이다. 어떤 이는 여기에 김치를 넣기도 하고 청양고추를 넣거나 시금치나 당근 등을 넣기도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대로 맞춰서 싸면 그만이다. 패키지여행이 이미 만들어진 김밥을 사는 것이라면 자유여행은 자신이 원하는 김밥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처음은 편리함때문에 패키지여행을 선호하지만 한번 자유여행의 참맛을 느끼면 다시 돌아가기 힘들다.         



이탈리아 남부 포지타노


나만의 여행을 만드는 법

처음에는 이런 걸 넣어도 될까 하는 이질적인 요소들이 나중에 김밥 안에서 하나의 완전체를 이루어 신묘한 맛을 낸다. 대개의 김밥은 김을 바깥으로 싸지만 경우에 따라 밥을 김 대신에 이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자신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가해지면 인생 김밥이 나오기도 한다. 김밥을 싸는 과정을 심란해하는 이도 있지만 일단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게 김밥 싸기이다. 겉으로 보기는 볼품없어 보여도 배고플 때, 여행지에서 먹어 보면 맛이 기가 막히는 김밥도 있는 법이다.      


자유 여행을 떠나는 것도 비슷하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여행지를 선정하고, 자신의 관심사를 반영하여 동선을 짜는 일정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꼭 가고 싶은 곳만 넣고 다른 곳은 빼는 일이 이어진다. 흔히 말하는 밀당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모두를 다 선택할 수 없으니 우선 순위의 선택이 필요하다. 심지어 여행지에서 바뀌는 일도 잦다. 여기에 짜릿한 무엇인가가 덧붙여진다면 그 여행은 잊을 수 없는 인생여행으로 변한다. 나만의 진짜 여행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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