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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May 07. 2024

김밥과 여행 사이 어디쯤


김밥과 여행, 두 가지 모두 주의할 점은 과도한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김밥을 쌀 때, 욕심껏 모든 재료를 넣으면 모양이 틀어지거나 터지는 불상사가 생긴다. 여행 역시 경비나 일정 등 약간의 여유가 필요하다. 초보자들은 본전 생각에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이상으로 일정을 짜는 데 이렇게 하면 100% 무리가 따른다. 하루 일정이 무리가 가면 다음 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만약 일정이 길어지면 여기에 교통과 숙박이 들어간다. 당일치기 여행도 있지만 아무래도 일정이 길어지다 보면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진다.      

만약 김밥을 많이 준비했다면 여행지에서 다른 사람과 나눠 먹을 수도 있다. 김밥의 경우, 보관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이동과정에서 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은 다르다. 온전히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물론 본인 일정이 불가피할 경우, 예약한 숙소를 저렴한 가격에 되팔거나 다른 이에게 양도할 수는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본인이 감당해야 한다. 이때 우연한 인연을 만나는 색다른 체험을 할 수도 있다.           




가끔은 포기해야 하는 것들

김밥 싸기의 경우처럼, 여행지에서도 세세한 것들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성격에 따라 시와 분 단위로 일정을 짜서 완벽한 여행을 준비해서 가는 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변수가 많은 게 여행의 묘미이다. 자신은 공항에 일찍 도착했지만 비행기가 연착할 수도 있다. 심지어 기상이변으로 항공편이 아예 취소되기도 한다. 그걸 어떻게 하겠는가. 받아들일 수밖에,        


예를 들면, 홈페이지에서 보았던 근사한 숙박장소가 실제로 보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여행을 망친다는 것은 더 크게 손해를 보는 일이다.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방을 바꿔 달라고 하거나 취소하고 다른 방을 잡으면 된다. 문제는 연말이나 시즌처럼 도저히 방을 구할 수 없을 때이다. 하루 그런 곳에서 잠을 잔다고 해서 인생이 망하는 것은 아니다.           



불가항력을 인정하자

가족들과 동유럽 여행을 떠났을 때의 일이다. 한해의 마지막 날을 어느 호텔에서 보냈다. 문제는 호텔이 엉망진창이었다. 호텔에 들어가니 중간에 몇 번이나 전기가 나갔고, 심지어 한겨울인데도 난방이 전혀 되지 않았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같이 여행을 갔던 사람들이 묵었던 모든 방이 사정이 비슷했다.      

가이드는 기존의 호텔 대신에 새로운 호텔을 구하다 보니 그랬다면서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했다. 근사한 여행을 꿈꾸었던 우리 가족으로서는 악몽 같은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너무 추운 나머지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면서 복도로 몰려나왔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우리의 여행은 중단되지 않았다.      


     


다음, 반전이 기다린다

그다음 날 근사한 호텔에서 하루를 묵으면서 전날의 고통은 사라졌다. 끔찍했던 악몽에서 벗어난 덕분에 그 호텔에서 감사가 넘쳤고, 아침 조식은 황홀할 정도였다. 지옥과 천당을 오간 느낌이었다. 우리가 여행에서 감사할 일은 넘쳐난다. 만약 본인의 여행이 지옥과 같다면 그건 대부분 본인의 상황보다는 마음가짐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 이에게는 어떤 여행이라도 힘들고 불평불만이 넘칠 것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우리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 허다하다. 비행기에 부친 짐이 다른 나라로 가서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일도 생긴다. 때로는 예약한 버스나 기차를 놓칠 수도 있다. 그래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방법은 있다. 다음 버스는 있다. 그래서 인생과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이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좀 어떤가. 거기서 평생을 살 것도 아닌데라고 마음먹으면 조금은 홀가분해진다. 


내일은 또 다른 어떤 여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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