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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May 08. 2024

또 떠난다고?


사람들은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이라는 단어에는 사람을 끄는 묘한 힘이 있다. 여행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여행이라는 단어는 단지 사람의 마음을 끄는 데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힘도 상당하다. 비록 과정이 고통스럽거나 현지에서의 상황이 기대와 다를지라도 사람들은 여행을 포기하지 않는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여행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떤 이는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이 가장 기대된다고 한다. 일상이 힘들고 고될수록 더욱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는 이가 있을 정도이다. 막상 여행을 떠나면 상황이 달라지기도 한다. 집이 그리워지는 순간도 있다. 괜히 떠났다고 후회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생각 이상으로 힘든 일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삿포로 여행을 준비할 때, 정보를 얻기 위해 어느 카페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후기를 읽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집에 돌아와서 다시 가기 위해 항공편을 검색하고 있는 자기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런 글이 한두 편이 아니었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아니, 얼마나 좋길래 돌아오자마자 다시 갈 생각을 하나?     

심지어 눈이 많이 오는 삿포로는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비행기 안에서, 또는 공항에서 언제 비행기가 뜰지 모르겠다고 걱정 반 농담 반으로 이야기하는 이들까지 있었다.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고생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데 행간을 읽다 보면 흥분과 설렘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삿포로에 가서야 그게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여행에서는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오지만 어느 순간에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일도 흔하다. 그만큼 여행은 중독성이 강하다. 일단 한 번 빠지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이다. 요즘에는 1년 넘게 장기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흔하다.      



여행은 처음이 힘들 뿐이지 일단 시작하면 어느새 돌아올 날이 눈앞에 와 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여행지에서 맞이하는 시간은 평소 내가 사는 시간과 달리 흘러간다. 여행은 방학이 시작할 때는 기간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개학할 무렵에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는 것을 느끼는 마음과 비슷하다. 아무리 긴 여행도 끝은 비슷하다.      


비록 떠날 때의 설렘을 100% 만족하지 않더라도 여행은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한때 혼자 여행을 다니는 것이 편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동반자가 생긴 이후에는 좀 달라졌다. 누군가 곁에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오늘은 그 사람 생일이라서 오래 같이 다닐 수 있기를 바라며 시 한 편을 남긴다.    


              

비 오는 소리에 맞춰

요란하지 않게 

타박타박 길을 걸어오는 그대가 좋다      


야생화 한 무더기에 눈 맞추며

지난겨울의 쓸쓸함을 이야기할 줄 아는 

찔레꽃 같은 그대가 좋다      


연초록 순이 푸른 잎으로 변하는 찰나를 

매 순간 기적처럼 사랑하는 

버드나무 같은 그대가 그냥 좋다      


곤줄박이 한 마리 

서늘한 등줄기 훑고 지나갈 때 

휘파람으로 답가를 건네는 그대가 좋다    

  

한 줌 파도가 들려주는 노래를 

시로 바꿀 줄 아는 

바다 닮은 그대가 나는 참, 좋다 

- <그대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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