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네, 거기 당신의 사막이 있다

by 산들




중력을 거스르고자 하는 자, 카이트 서핑에 빠져 보라!




여행지에서 처음 만나는 이들은 항상 낯설다.

그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걱정이 교차한다. 버스나 기차, 비행기를 기다리며 그 짧은 시간에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가운데는 다음 목적지에서의 멋진 만남에 대한 기대가 아니면 내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와 같은 걱정도 숨어 있을 것이다. 어쩌면 반반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그렇듯 나 역시 그렇다.



무이네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무이네행 버스는 이제 슬슬 떠날 준비를 한다. 차는 아까부터 시동이 걸려 있다. 9시. 이제 우리가 떠날 시간이다. 지역마다 고유의 냄새가 있다. 그 흔적을 지워버릴 수는 없지만 그 도시의 고유의 냄새는 우리 곁에 오래 남는다. 특히 바닷가에서는 그 냄새가 심하다. 숨을 들이킬 때마다 파도에 묶여 있던 바다 냄새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그 냄새는 그 도시를 오래 기억하게 한다.


여행에서 사막은 처음이 아니다. 사막이라면 예전에 서안을 지나 실크로드 여행을 갔을 때 한번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모래언덕을 내려가는 모래 썰매를 타고 월하천을 지나 사막을 가로질렀다. 낙타 등에서 밤하늘을 보며 별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나름 운치가 있었다. 앞서 간 이의 낙타 등에서 울려 퍼지던 요령소리와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사막 모래언덕의 건너편에서 건너편으로 바람을 타고 넘나들었다.


흔들리는 낙타 등에서 별을 바라보았을 때의 그 짧고 강렬한 느낌을 다 기억할 수는 없다. 사막은 난생 처음이었고, 사막은 아무에게나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걸 그때 알았다. 그렇지만 사막에 익숙해지는 법이 있을까. 세상 어디에 그런 사람이 있을까. 여행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색해도 낯섦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그게 날씨이거나 냄새이거나 음식이거나. 그걸 두려워하는 순간 더 많은 것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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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잠깐 쉬었다 가자

하루 일상이 나를 불렀으므로

잠시 지친 몸을 쉬게 한 후에 다시 가자

무이네에서는 잠시 접어두자

바쁜 일이거나

마음 졸이는 일일랑 다 접어두고

파도 소리 하얗게 들리는 의자에 앉아

그저 바다에 몸을 맡겨보자

태초부터 해왔던 대로

오늘도 바다는 제 일을 할 테고

우리는 우리 일을 하면 된다

무이네에서는

- <잠깐 쉬었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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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바람이 분다

해변 바로 앞이 바다다. 사내는 카이트 서핑을 하고 있다. 균형을 잡기 위해 물살과 힘겨루기를 하는 중이다. 잠시라도 균형을 잃는 순간 그의 몸은 바다로 고꾸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가 균형을 유지하고 흐름을 타는 순간 바람은 그가 원하는 세상으로 데려가리라. 그가 지치지 않는 한 바람은 불고 그는 자신이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카이트 서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우리 삶도 그렇다. 순간적으로 균형을 놓치는 순간 허방으로 빠져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말실수를 하거나 오해를 살 만한 행동과 같은 사소한 일이 우리를 절망보다 더 깊은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다. 하늘에서 하는 스카이다이빙에 비하면 카이트 서핑은 비교적 안전하다. 최악의 경우, 그는 밧줄을 움켜쥔 자신의 손을 놓으면 그뿐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 눈 앞의 사내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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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온몸을 팽팽히 긴장시킨 채 바짝 등을 세워 카이트 서핑에 매달린다. 그가 매달리는 내내 바다는 그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거센 물살과 파도가 그를 사정없이 흔들리라. 버티던 그가 순간 바닷속으로 사라진다. 그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 보트를 세운다. 그리고 다시 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그렇다. 바다에서 넘어지는 일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다. 다시 일어선 사내가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바다 위를 가로질러 나간다. 사내는 다른 사내와 추격전을 벌인다. 그의 몸은 햇살에 부서지고 바다 위를 내지르는 속도가 눈부시다. 마침내 그는 사내를 따라잡더니 한참을 앞서버린다.


그가 앞으로 가야 할 시간들이 파도소리에 섞여 내게로 온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바다가 있기에 그는 가야만 한다. 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미지의 힘에 이끌려 이곳까지 온 터였다. 무이네에서 그가 무엇을 만날지 짐작이나 했을까? 지금은 바다에서 묶여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도 못했으리라. 바람 많은 무이네에서 바람을 기다리면서.


20200103_161449.jpg 카이트 스쿨에서 1:!로 카이트 서핑 지도 받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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