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여행이 아니라 자유여행으로 달랏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흔히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단체여행을 신청하는 것이다. 럼동성 성도로 연평균 20℃를 유지하는 달랏의 호텔이나 길거리에 있는 여행사에서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 워낙 많은 관광객이 찾다 보니 여행자들에게는 최적의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 대개의 여행상품은 가격이 놀랄 만큼 저렴해서 당신은 눈을 의심할 수 있다.
자 이제 당신이 달랏에 있다고 치자. 그런데 만약 가고 싶은 곳은 많고 시간은 없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해발 1500m 고지에 위치한 달랏은 인구 23만 명 정도의 비교적 작은 도시이다. 사람들이 갈 만한 달랏의 유명지는 도심에서 그다지 멀지 않다. 하지만 차가 없으면 대중교통으로 가기 곤란한 곳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겠는가.
여행사에서 권하는 단체여행은 대개 50명 내외로 시내투어를 하거나 근처 정해진 코스를 다닌다. 그게 싫다면 가족 단위나 아는 이들끼리 프라이빗 투어를 짤 수도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처음 단체 투어를 생각했을 때, 가격은 많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프라이빗 투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하루에 한 코스씩 돌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사에서 처음에 제시한 프라이빗 투어 가격은 55달러였다. 단체 여행상품보다 약간 비쌀 뿐이었다. 하지만 가족의 찬성을 얻어 최종 계약을 하려 하니 개인당 40만 동(20,000원)의 추가 요금이 붙었다. 우리가 알았던 55달러는 단지 운전수와 차량 1일 이용 가격이었을 뿐이다. 각지의 입장료며 식사 등등의 가격이 추가되다 보니 실제 여행상품보다 더 많은 지출이 필요했다. 결국 처음에는 싸다고 생각했으나 이것저것을 포함한 전체 가격이 우리가 상상했던 가격을 초과해버리는 결과가 생겼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만 했다.
우연히 광장에서 만난 젊은 친구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들도 시내투어를 신청해서 다녔다고 한다. 내가 기억하는 한 시내투어의 가격은 1만 원대였다. 대개 여행상품은 오전 8시 30분에 시작해서 4시경에 끝난다. 이 정도 시간에 그 가격이면 정말 감사할 수밖에 없는 가격이다. 하지만 비싼 점심에 입장료 등등을 포함한 결과는 2명이 10만 원 가까이 들었다고 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지출도 생긴다. 불가피한 경우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면 상황은 다르다. 그들이 단체여행을 신청한 이유는 달랏 현지 사정을 몰라서도 그랬겠지만 부담 없는 금액도 선택의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런데 중간중간에 추가 요금이 붙다 보니 예상외로 지출이 커진 것이다. 즐겁게 여행을 했다고 해도 막상 여행을 끝난 후 바가지를 썼다는 느낌이 들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래서인지 그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여행 전략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했다.
만약 택시를 하루 종일 이용하기 원한다면 적당한 가격에 협상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무엇보다 하루 종일 택시를 빌렸을 경우, 얼마나 적당 한 지에 대한 사전조사조차 없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아무 택시나 잡아서 흥정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사실 베트남에서는 택시 바가지가 심하기 때문에 베트남 여행서에서는 아예 신뢰할 만한 택시 사진을 올려놓았다. 그런데 기막히게도 이 사람들은 그 이름을 교묘하게 바꿔서 다시 여행객을 골탕 먹인다고 한다.
처음 달랏에 도착했을 때, 목적지를 보여주고 택시를 타려 했더니 기사가 4만 동을 불렀다. 미터기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 다른 택시를 잡았는데 그 택시는 5만 동을 불렀다. 미터기는 쓰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어찌어찌해서 미터 요금으로 가는 택시를 탔는데 15,000동(750원)이 나왔다. 미안할 정도의 가격이었다. 순간 기사들이 짧은 거리는 관광객에게는 아예 습관처럼 5만 동을 부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상황을 모른다면 미터기보다 몇 배의 요금을 그냥 내야 하는 셈이다. 한국에서도 예전에는 한국 사정을 잘 모르는 여행자가 공항에서 터무니없는 바가지를 쓰는 일이 많았다. 지금 우리가 꼭 그런 꼴이다.
달랏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랑비앙산이 있다. 산을 오른 이후 숙소로 돌아오기 위해 택시를 탔다. 아침에 버스로 이동해보니 대략 30분 정도 되는 거리였다. 택시로는 20분 남짓이면 되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택시 기사가 너무 느리게 가는 것이었다. 요금체계가 거리 단위로 한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20킬로 남짓한 속도로 가는 데는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요금이었다. 택시를 타도 얼마나 나오겠어라는 생각으로 탔는데 아니었다. 아직 시내는 한참이나 남았는데 미터기가 10만 동에 가까워지자 더 견딜 수 없었다. 베트남에서 처음 느껴보는 중압감이었다. 일단 중간에 내렸다. 그는 황당했을 테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거기 잠시라도 있고 싶지는 않았다. 나중에 아내 말로는 15만 동 정도가 나오는 게 정상이라고 했다. 씁쓸했다.
그래서 베트남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여행객이라면 그랩을 이용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베트남 내에서는 그랩을 깔아서 쓸 수 없다. 핸드폰으로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로밍을 안 해왔다면 그조차 불가능하다. 그랩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금액이 산정되어 나오기 때문에 요금 시비를 걸 필요가 없다. 결제방식도 나짱에서는 카드에서 요금이 빠져나갔는데 달랏에서는 현금으로 지불해야만 했다. 한 나라에서도 지불방식이 다르다는 사실도 신기했다.
동남아에서 보편화되어 있는 그랩은 공유경제가 낳은 부산물이다. 개인 차량도 등록이 가능하지만 택시 역시 등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오토바이 그랩도 생겼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택시에 비해 거의 반가격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랩은 이용 방법 또한 간단하다. 그랩은 자신이 있는 지점을 자동으로 찍어주기 때문에 목적지만 입력하면 된다. 차량 번호가 함께 뜨기 때문에 이용자는 그 부분만 체크를 하면 문제가 없다. 모든 기록은 남게 되어 있으므로 운전자와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도 쉽다.
그랩이 좋은 점은 가격의 투명성도 있지만 고객이 평가하는 항목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램을 이용하는 고객은 자신이 이용한 서비스가 마음에 든다면 팁을 주거나 평점을 높게 줄 수 있다. 우리가 만난 기사 한 명은 아예 핸드폰을 2대 가지고 다니며 한 대에 한국어로 “별 다섯 개 평점을 주세요.”라는 말을 번역해서 가지고 다녔다. 그만큼 기사도 손님의 평점을 의식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의 유쾌함에 우리는 기분 좋게 다섯 개를 눌렀다.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 나짱의 담시장에 갔을 때 기사 한 명이 자신이 그랩 택시라면서 접근을 해왔다. 우리는 목적지를 말하고 택시를 잡았다. 그런데 느낌이 약간 이상했다. 기사 핸드폰에 25K로 쓰여 있기에 2만 5천 동이라고 생각하고 차를 탔다. 출발하면서 다시 확인하니 글쎄 25만 동을 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먼 거리를 가는 것도 아니고 가까운 시내를 가는데 25만 동이라니. 나중에 다른 차를 타니 요금이 2만 동도 안 나왔다. 여행지에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현지인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담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아내가 아는 이들을 위해 책갈피를 사고 싶어 했다. 주인이 처음 부른 가격은 개당 4만 동이었다. 베트남 물가를 아는데 개당 2천 원이라니, 너무나 터무니없는 가격에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주인이 우리에게 마지막에 부른 금액은 만 동이었다. 이러니 어찌 가격을 믿을 수 있겠는가. 베트남에서 주인들이 처음에 부르는 가격은 흥정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심하다. 그러니 무조건 반으로 깎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에서는 그게 허용되지도 않는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가격, 이 모든 것을 자초한 것은 누구일까? 상인들일까, 아니면 손님일까?
이런 이를 만나고 나면 화가 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슬프기도 하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베트남 사람들은 친절하고 선한 영혼을 가졌다. 그 순박한 웃음과 친절함 때문에 다시 또 찾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을 만날 때면 그들에 대한 신뢰조차 잘못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그런 이는 극소수였다. 결국에는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런 일에 익숙해져서 무디어져버린 심장을 가진 인생이 불쌍하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그랬듯이, 그런 이들이 판을 치는 동네는 정이 안 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