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랏을 만나거든

by 산들

당신의 인생 샷을 위한 커피 농장 Me Linh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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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Linh 커피 농장은 달랏 시내에서 제법 먼 곳에 자리하고 있다. 대중교통으로는 방문하기 어려운 곳이라 택시를 대절하거나 관광버스를 이용하는 게 좋다. 사유지이기 때문에 입장료 차원의 가격을 지불하면 음료와 입장권을 준다. 잘 가꿔진 화원도 근사하지만 이곳의 조형물은 더 눈부시다. 커피 농장의 여러 조형물이 더 빛을 발하는 이유는 달랏의 자연풍경 때문이다. 한다. 이곳에서 만나는 눈부신 햇살과 구름이 빚어내는 배경이야말로 인간이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심오한 경지이다. 만약 인생 샷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 들릴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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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기에도 커피농장의 규모는 상당하다. 돌이켜 보면 이렇게 가까이에서 커피나무를 봤던 기억이 거의 없다. 여행지에서 몇 그루를 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처럼 대규모는 처음이다. 바로 눈앞에서 커피 열매가 익어가는 모습을 보는 경험은 이채롭다. 이런 열매가 햇빛과 시간의 변주 속에서 감미롭고도 달콤한 향을 머금은 커피로 변신한다. 전 세계 수십 억 명을 사로잡는 중독성 강한 열매가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익어가고 있다. 오늘도 여기서 수확한 커피가 바다를 건너 중동 지역과 유럽, 그리고 미국과 아시아로 팔려나갈 것이다. 누군가는 아침을 향기로운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하고 누군가는 졸린 잠을 깨우기도 하리라. 그걸 바로 눈앞에서 바라보고 있노라니 내 눈도 덩달아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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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운행하는 달랏 기차역

달랏을 찾는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바로 달랏 기차역이다. 눈부신 노란 색깔의 삼각형 외관을 자랑하는 이 기차역은 베트남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으로 꼽히기도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달랏 기차역은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증기기관차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화려한 역사만이 아니라 증기기관차를 배경으로 찍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은 기차역과 기관차를 배경으로 연방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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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달랏 사람들은 여기서 기차를 타고 직장에 다니고 쇼핑하고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떠났을 것이다. 고풍스러운 증기기관차의 객차 안에는 푸근한 이야기가 넘쳐났으리라. 아이들은 재잘대며 학교 이야기를 했을 테고, 사람들은 낯선 여행지의 설렘을 나누었을지도 모른다. 객차는 내 기억에 아련하게 남아 있는 예전 우리나라의 비둘기호 열차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앞으로 살면서 그런 느낌의 기차를 탈 기회는 없겠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추억에 동참하는 느낌이어서 기분이 좋다. 아마 처음 이 기차역이 생겼을 때 이 동네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은 축제 분위기였으리라. 그러고 보니 달랏 기차역이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이라는 명성을 얻은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삶이 무료할 때는 다딴라Datanla Waterfall

다딴라에는 달랏을 대표할 만한 루지(알파인코스터)와 폭포가 있다. 달랏 사람들은 천혜의 폭포와 사람들이 즐기는 액티비티 놀이기구를 결합시켜 특별한 여행상품으로 개발했다. 다딴라에 있는 루지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긴 루지라고 한다. 1인이 탈 수도 있고 2인이 탈 수도 있다. 왕복 1인당 170,000동(한화 8,500원)에 이런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면 나쁜 선택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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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루지를 타면 급경사 코스로 대략 10분가량을 타고 내려가는 데 그 아찔함이 대단하다. 루지가 빠르게 내려갈 때면 앞선 사람들이 지르는 비명 소리가 허공으로 울려 퍼진다. 브레이크를 잡지 않는다면 당신은 아마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가장 짜릿한 순간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루지가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 때마다 레일 밖으로 튕겨져 나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고비를 넘기면 벌써 다음 구간이 기다려진다. 루지에 가속도가 붙으면 더 빨라지지만 어느새 본능적으로 속도를 줄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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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지를 타고 내려서 도착하는 곳은 폭포이다. 이 계곡에는 몇 개의 폭포가 있다고 전해진다. 숲 사이로 쏟아지는 폭포의 물줄기가 청량함을 만끽하게 한다. 이곳에서는 폭포를 가로지르는 캐녀닝이 이루어진다. 만약 루지가 부담스럽거나 두려운 사람은 입장료를 따로 끊어서 걸어 내려갔다가 올라올 수도 있다. 대략 20분 정도의 거리지만 루지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오솔길이 주는 특별한 여유를 맛보기 원하는 이라면 괜찮다. 다만 내려간 길을 다시 걸어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체력 부담이 클 수도 있다. 걸어서 폭포에 다녀온 아내는 달랏 여행 중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며 좀 더 머물지 못해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고 했다. 걸어서 내려간 이는 걸어서 간 대로, 루지를 탄 이는 탄 이대로 만족도가 큰 곳이 다딴라가 아닐까 한다.



쓰레기의 화려한 변신, 린푸쿡 사원 Linh Phuoc pago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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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베트남 풍이 어우러진 린푸쿡 사원, 예전에 이곳에는 도자기 공장이 있었다고 한다. 달랏 사람들은 전쟁의 폭격으로 파괴된 도자기와 유리 조각을 바탕으로 이렇게 멋들어진 사원을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인지 탑을 자세히 보면 깨진 도자기를 붙여 만들었다는 사실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의 창의성과 상상력이란 실로 대단하다. 그냥 쓰레기로 버려졌을 수 있는 도자기와 흔하디 흔한 유리조각을 재활용한 셈인데 그게 사람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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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그 결과로 기존의 밋밋하거나 정형화된 사원과 전혀 다른 느낌의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사원이 탄생하였다. 이 사원에 있는 종은 베트남 5대 종에 꼽힐 정도로 규모가 크다고 한다. 사람들은 종이에 소원을 적은 후, 이를 종에 붙인다. 이때 내용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없게 적어야 한다는 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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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있는 층에서 신발을 벗고 계단을 오르면 탑의 꼭대기층까지 오를 수 있다. 여기에서는 달랏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달랏의 전체 풍경을 보면서 실카나 배경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인기가 높다. 특히 달랏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어 준 스트로베리와 꽃을 키우는 대단위 비닐하우스가 눈에 뜨인다. 다만 탑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의 경사가 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이 있는 곳까지만 구경하는 경우가 많다.




랑비앙산 여행기

산을 차로 오르는 일이란 허망하기 짝이 없다. 한때 그것이야말로 가장 야만적인 일이라 생각했던 적이 있다. 어쩌면 산에 대한 무례일 수도 있다. 산을 오르는 내내 발바닥으로 전해져 오는 산의 거친 매력과 상쾌한 공기의 달콤함을 무어라 딱히 설명할 방법이 없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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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계획은 랑비앙산을 오르는 트래킹이었다. 하지만 입구에 늘어선 지프차를 보는 순간 흔들렸다. 만약에 랑비앙산을 찾은 이라면 예외 없이 트레킹이 목적이 아니라면 지프차를 타야만 한다. 전망대는 예상보다 근사했다. 만약 땀을 흘리며 걸었던 정상이었더라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탁 트인 전망을 보는 일은 항상 즐겁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우선 달랏 근교가 한눈에 들어왔다. 제일 눈에 뜨이는 건 비닐하우스였다. 한눈에 보아도 베트남 꽃 생산의 1번지답게 비닐하우스 양이 상당하다. 달랏은 상춘의 도시이기 때문에 도로에만 나가도 꽃이 넘쳐났다. 그런 점에서 달랏은 휴양지로 알려진 나트랑이나 무이네와는 결이 다른 느낌의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여행지로 만들어진 도시의 특징은 그들 나름의 생존본능을 확실하게 안다는 사실이다. 그들에게 관광객은 단지 방문자가 아니라 그들의 생계와 미래를 책임져줄 반가운 손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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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화보라도 찍듯이 갖가지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달랏을 알파벳으로 쓴 조형물은 그들에게는 관광 전리품으로 딱이었다. 몇몇은 사진을 찍는 도중에 껑충 뛰어 오르기도 했다. 그중 몇은 인생사진을 건졌을 수도 있다. 전망대의 압권은 구름이었다. 달랏을 여행하는 내내 느낀 사실이지만 이곳에서의 구름은 특별하고 환상적이었다. 아마 그들 기억의 한편에 달랏은 상쾌하면서도 즐거운 추억지로 남으리라. 비록 잠시였지만 그들은 랑비앙산의 주인이었다. 반대였다고 해도 어쩌겠는가. 여기는 달랏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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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랏편은 한국을 대표하는 여행잡지 <뚜르드몽드> 3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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