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랏, 당신 참 좋다!

by 산들

언제나 그렇지만 여행을 준비할 때와 떠날 때의 느낌은 완연히 다르다. 아쉬운 여행자는 밤이 깊어도 쉽게 잠이 들지 못한다. 내일 또 다른 일정이 기다리고 있지만 미처 다 못 본 여행지의 아쉬움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그게 여행이다. 우리의 인생이 그렇듯이 아쉬움은 항상 남는다. 어느 여행이건 간에, 그게 달랏이라면 특히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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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랏을 여행한다는 건

달랏은 꽃의 도시이다. 도시 초입부터 도로 양옆으로 늘어선 꽃이 반긴다. 아마도 꽃의 축제를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이기도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 사는 도시답게 첫인상이 화사하다. 날씨 때문에 1년 내내 꽃이 피는 도시인 달랏은 베트남의 최대 꽃 생산지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쑤언흐엉 호수(Xuan Huong Lake)를 주변으로 발달한 도로 곳곳에서 가장 먼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도 꽃이다. 각양각색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도시는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흥겹고 즐겁게 만든다. 특히, 이곳에서는 건물 전체를 꽃으로 뒤덮고 있는 건물을 볼 수 있어서 충격적이었다. 대체 누가 건물 전체를 꽃으로 채울 생각을 했을까? 이게 다른 도시라면 과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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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랏은 최근 나트랑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로 꼽힌다. 달랏의 첫인상은 쾌적하고 상쾌한 아침 산책길 같은 느낌이었다. 아마도 이런 인상을 받는 건 한겨울에도 상춘을 유지하는 날씨와 고원지대의 쾌적함이 맞물린 때문일 것이다. 겨울에 찾는 상춘의 도시는 다소 이채로운 느낌을 준다. 아마도 그건 날씨보다도 도시 곳곳에서 흐드러지게 핀 꽃을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에 중국 윈난 성에 위치한 쿤밍과 리장에 갔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곳일수록 한겨울에 가면 더 각별한 느낌이 든다. 한겨울에 눈과 꽃이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조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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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랏이 사랑한 쑤언흐엉 호수

해발 1500미터 고지에 자리한 ‘달랏’은 과거 프랑스 식민시절 쾌적한 기후 덕분에 프랑스인의 휴양지로 사랑을 받았다. 당시의 흔적을 담고 있는 건물에서 알 수 있듯이, 유럽풍의 건물이 많기 때문에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어쩌면 달랏은 결정 장애가 있는 이라면 여행이 힘들 수도 있다. 우선 근사한 맛집이 많고 가야 할 곳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여행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은데 먹고 싶은 음식과 가고 싶은 곳이 많은 것만큼 고역은 없다. 만약 당신이 역동적이고 활동적인 여행을 즐기는 이라면 달랏이 제격이다. 암벽을 오르고 계곡을 건너며 자연과 하나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랑비앙산 트래킹과 캐녀닝 투어가 기다린다. 이외에도 아기자기한 투어를 좋아하는 이를 위한 여행상품이 달랏에는 너무 많다.


달랏 여행은 어디에서 시작해도 좋다. 달랏을 대표하는 쑤언흐엉 호수도 좋고 달랏 대성당도 좋다. 초승달 모양의 쑤언흐엉 호수는 달랏 도심에 있기 때문에 달랏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1919년 댐을 건설하면서 인공적으로 형성된 이 호수를 프랑스인들은 큰 호수라는 ‘그랑 락’으로 불렀다고 한다. 호수 이름의 유래는 17세기에 활동했던 유명한 시인의 이름인 Xuan Huong에서 왔다는 설과 독립 이후 여류시인이 쑤언흐엉(봄의 향기) 같다고 하여 이름 붙였다는 설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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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전체 길이가 7킬로미터에 달해서인지 도시에서 이동하는 동안 어디서든지 이 호수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오리배를 타기도 하고 호수 주변을 산책하기도 한다. 주변에는 카페가 많이 발달해 있으며, 신혼여행지로도 많이 찾는다고 할 만큼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호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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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의 화빈 스퀘어(Hoa Binh Square)는 야시장이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그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우리가 상상하는 다른 지역의 야시장과는 규모부터가 달랐다. 야시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은 베트남식 피자인 반짱느엉이다. 라이스페이퍼 위에 말린 새우, 쪽파, 마늘 등을 뿌리고 불 위에서 구운 반짱느엉에 개인 취향에 따라 치즈 등을 추가할 수도 있다. 먹는 법도 간단하다. 다 구운 라이스페이퍼를 접어서 먹으면 그만이다. 야시장에서 눈에 자주 뜨이는 것은 딸기이다. 여기 딸기는 작고 덜 익은 것처럼 보인다. 약간 신 딸기에 소금과 설탕을 뿌려 먹는다고 하지만 좀처럼 익숙해지기 힘든 맛이다. 최근에는 한국의 당도 높은 딸기를 재배하는 농가도 생겼다고 한다.



영혼이 치유되는 달랏 대성당

달랏 시내에는 성당이 몇 군데 있다 하지만 달랏 대성당이 가장 유명하다. 달랏 대성당은 분홍색 외관으로도 유명하지만 달랏의 은근함과 평화로움을 대변하는 곳이어서 많은 이들이 찾는다. 이 성당은 성당의 규모는 그다지 큰 편은 아니지만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유럽에서 보았던 어마어마한 규모의 성당이 신의 권위를 앞세워 사람을 압도한다면 여기 대성당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든다. 앉아 있노라면 신심이 없는 이도 저절로 신앙심이 생길 만하다. 특히, 성당 안쪽에 위치한 정원은 묘한 울림을 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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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한 꽃으로 채워진 정원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나는 이곳에서 남프랑스 아를의 요양병원을 떠올렸다. 고흐는 거기에서 자신의 병든 영혼을 추스를 수 있었고, 자신의 작품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빛나는 작품을 그렸다. 만약 당신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면 이 정원에 잠시 앉아서 바쁜 일상의 고민을 떨쳐버리고 평화를 맛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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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하우스에서 달랏의 미래를 꿈꾸다

근대 건축가로 비교 불가한 인물이 있다. 바로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가우디(Antoni Gaudi)이다. 섬세한 장식물과 화려한 색채로 유명한 그의 대표작은 미로와 같은 구엘공원, 구엘교회의 제실, 파밀리아 성당 등이다. 그중에서도 바르셀로나에 건축하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지금도 건축이 진행 중이다. 그가 손을 댄 건축물은 단순히 조형물의 차원을 넘어서 숨을 쉬고 노래를 하는 생명체에 가깝다. 보는 사람에게 창조적인 상상력을 깨우치며 영감을 불어넣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가 만든 건축물을 보기 위하여 여행 코스가 생길 정도로 가우디는 근대 건축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스페인에 가우디의 건축물이 있다면 달랏에는 크레이지 하우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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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하우스는 베트남의 독립운동가인 쯔엉 찐(Truong Chinh)의 딸인 건축가 당 비엣냐(Dang Viet Nga)의 작품이다. 원래 명칭은 fairy tale hose이며 Hang nga guest house로도 알려져 있다. 이 명칭이 크레이지 하우스라는 이름을 얻은 이유는 독특하고 기괴한 느낌이 드는 외형 때문이다. 이 건물은 현재 호랑이, 독수리, 캥거루 등 각종 동물을 주제로 한 10개의 방을 게스트하우스로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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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크레이지 하우스는 중국인민일보가 세계 10대 창의적인 건물에 선정했을 만큼 유명하다. 이름이 크레이지 하우스라고 해서 기괴하다는 의미는 아니며 오히려 독창적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건물 자체가 미술품처럼 느껴지는 첫 외관도 그렇지만 실제 내부구조를 보면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을 보는 느낌이다. 미로와 같은 이동 통로며 계단 등이 살제 살기에는 불편할 수 있지만 구경이나 체험이라면 상황은 다르다. 크레이지 하우스가 지금 이 시간에도 새로 건축을 하고 보수와 확장 중이라는 사실도 가우디의 건축물과 상당히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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