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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녕 Feb 26. 2023

참을 수 없는 분노

나의 하루|그래도 끝은 나니까

그날은 참을 수 없는 정도의 분노가 찾아온 날이었다.

모두 하루 만에 벌어진 일. 그날은 2020년 2월이었다.


A 시행사 이사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는 A 시행사와 이미 1차 부지의 타운하우스 설계를 끝내고 2차를 시작하는 타이밍이었다. 시행사는 1차 때 법률적으로 안 되는 것을 자꾸 된다 우겨, 6개월가량의 모두의 시간을 없애버렸다. 시간을 허비하더라도 좋은 결과물만 나오면 되는데 초안으로 돌아가면서 시간만 날려버린 것이었다.


2차 부지의 설계의 시작을 3일 전에 지시를 하였는데 왜 평면도를 보내지 않느냐는 거였다. 나는 오지랖 넓게 건축사 쪽에 질의하여 미리 검토를 해보니, 지하 및 1층 면적을 시행사에서 생각하시는 것처럼 사용할 수가 없었고 인허가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건축사와 통화를 하다 보니 시행사께서 고민하고 계시는 있는 것에 대한 더 좋은 안이 있을 것 같아 건축사와 함께 고민 중이었습니다"라고 답했다. 대표는 이사 곁에서 나와 이사의 통화를 듣고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반말이었다. "그걸 왜 네가 고민을 하느냐 선택은 내가 한다. 건방지다"라고 소리치는 것을 듣고 이사에게 말했다. "안된다는 안을 보여드릴 수 없었고, 된다는 안을 보여드리는 게 맞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일을 안 해서 혼난 적은 있어도 일을 더해서 혼난 것은 처음이네요. 섭섭합니다."


저런 말을 면전에서 들어본 건 살면서 처음이었고,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맞은 기분이었다.

결국 그려달라는 대로 그려준 도면으로 인허가조차 받지 못했고, 건축사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고 그 프로젝트는 무리하게 추진을 하다 멈추고 말았다. 결국 손해는 토목공사를 미리 시작한 건설사만 보게 되었다.




B 시행사 대표에게 연이어 전화가 왔다. 모델하우스 도면을 의뢰한 지 1주가 지나는데 작업은 하고 있냐는 것이었다. 부지 계약도 하지 않고 '가안'이라는 이름으로 시안을 자꾸 달라한다.


왜 작업을 안 했는지, 애로사항을 말해주고 싶었다. 계약을 하지도 않은 부지에 모델하우스 평면을 그려줬더니 부지가 바뀌었단다. 그래서 바뀐 부지에 또 그려주었더니 이번에는 지역 내에 다른 동네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있는 도중에 전화가 와서는 여러 모델하우스의 5개의 도면을 보내더니 여기도 검토 중이고 여기도 검토 중이고...검토용으로 그냥 근 한달의 시간을 날린 셈이다.


남의 인력은 너무 쉬운 것인지, 왜 부지 계약도 없이 일을 시작하는 것인지, 업체를 이렇게 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근 한 달가량 보수 없이 작업을 해주다가 끝내 짜증이 나서 작업을 하지 않고 있던 중이었다. 그래서 적당히 하나를 빨리 작업하여 보내주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답은 "거지 동냥하냐?"였다. 서둘러 전화를 끊고 컴퓨터를 끈 뒤, 3시쯤 신랑이랑 소주 한잔 하러 갔다. 울며 소주를 들이켰는데, 그 와중에 신랑은 웃었다. 웃냐? 했더니 네가 세상을 알아가는구나 하는 눈빛이었다.


여자라서, 자기네들이 하라면 해야 하는 작은 인테리어 설계업체여서..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잠이 안 오는 날이었다. 그리고 고민하다 다음날 밤 9시 50분쯤 전화를 했다. 이제 그만하겠다고, 잘 지내시라고. 나같이 작은 업체 붙잡고 이러지 말고 큰 업체 섭외하셔서 좋은 결과 보셨으면 좋겠다고.


끝이 날줄알았던 인연은 4년이 지난뒤에 끝이났고 우여곡절 끝에 2월에 시작한 모델하우스는 결국 11월이 돼서야 끝이 났다. 보통 3~4개월이면 끝날 일을 9개월가량 한 셈이었다.


돈 받았으면 됐지..라고 생각했다.

안 보면 그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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