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폐배터리,태양광폐패널,대안이 필요해
오늘은 10년 내 가장 늦은 한파특보가 발령된 날이다. 상자 속에 고이 모셔두었던 겨울 정장을 다시 꺼내 드는 수고를 생각하다가도 지구 반대편 유럽에서는 농부들이 냉해를 입을까 봐 밤낮을 잊고 불을 지피는 모습에 그런 생각마저 부끄러워지는 요즘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인류의 도전은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으로 시작되었다. 2000년대부터 국내에서 태양광에너지 등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게 되었으며 2009년부터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며 화석연료와의 작별을 차츰 준비하고자 하게 되었다.(그 의지의 단호함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2019년 기준 국내 신재생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발전 비중의 13%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으며(태양광은 신재생에너지의 40%대 수준) 전기차 역시 2017년 2만 5천대 수준에서 2020년 13만 5천대까지 그 보급량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까지 인류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비록 기후위기에 대응하기에 많이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점진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손뼉 쳐 줄 용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친환경에너지의 반란이 시작된다면?
모든 친환경에너지를 만드는 요소에는 전기 생산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그 전기를 만들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전지일 것이다. 태양광패널과 전기차(EV)에 탑재되는 배터리가 대표적인 생산물인데 이 모든 전지에는 수명이 있다는 것이다.
대략적으로 태양광패널은 15~20년, 전기차배터리의 경우 10~15년 정도의 기대수명을 가지고 있다. 그 이후에는 효율이 70% 이상 떨어지게 돼서 더 이상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다. 매우 흥미로운 점은 2021년 지금 최초 도입했던 태양광패널과 전기차의 배터리가 수명을 다하는 주기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2018년 부랴부랴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를 준비하며 두 친환경에너지의 부산물을 수거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지만 아직 재사용 및 재활용을 위한 구체적인 연구결과는 미진한 상황이다. 태양광폐패널의 자원을 추출하여 재활용하는 민간업체 역시 국내 세 군데밖에 없는 상황이며 전기차 폐배터리 역시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자원순환센터에서 수거만 되고 있을 뿐 재활용 및 재이용에 대한 연구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우려되는 지점은 태양광폐패널과 전기차배터리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이다. 태양광폐패널의 경우 은, 구리, 알루미늄 등의 유가성자원은 10%, 70% 이상이 유리로 구성되어 있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하더라도 코팅된 유리를 어떻게 재활용하여 폐기물의 양을 절감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전기차폐배터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기차배터리의 주요 희소금속인 리튬, 니켈, 구리, 망간 등을 추출하는 것은 기술이 개발되어 당장 상용화를 위한 준비를 마쳤으나 배터리의 폭발 위험성, 배터리 전해액 누출 등 위험요소에 대한 경각심, 희소금속을 제외한 비유가성 자원에 대한 자원순환에 대한 고민 역시 필요한 실정이다.
문제는 친환경을 위한 에너지 생산에만 골몰한 나머지 이제부터 배출되는 무수한 폐기물에 대한 대응이 아직까지 부재하다는 점에 있다. 2020년 작년 기준 175톤 규모에 불과했던 태양광폐패널은 2050년경에는 115,250톤까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태양광폐패널 발생 및 처리동향, KEITI) 전기차 폐배터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2016년부터 시범사업을 통해 배터리를 보관하고 있지만 올해부터 전기차폐배터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200여 개 남짓 수거된 배터리는 10년 뒤 90,000개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보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도입이 빨랐던 유럽에서는 2012년 8월 태양관폐패널을 전기전자폐기물로 분류하고 재활용의무율을 법제화한 바 있다. 또한 폐패널의 수거 및 폐기 시 소요되는 비용은 모두 생산자 부담 원칙(EPR)에 따라 처리하게끔 하였다. 이에 반해 우리는 2019년 태양광패널 EPR 도입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3년부터 시행할 계획에 있을 정도로 후속 대응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모든 생산물의 생애주기의 끝은 폐기물의 발생이다. 그래서 생산단계에서 폐기물의 재활용에 대한 고민이 항상 선행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 친환경에너지 생산을 위한 장치에는 그런 노력은 부족해 보인다. 우리가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하는 친환경에너지 설비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 다음 세대가 발 디딜 땅에 묻힐 폐기물이란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10년 전쯤 방학만 되면 피씨방 아르바이트생들을 두렵게 한 ‘초등학생이 돌아왔다’는 유행어가 생각난다. 지금부터 긴장할 시간이다. 곧 폐기물이 몰려온다. 지금이 준비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