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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생각 Oct 19. 2023

소풍

소풍     


김휼        

  

애미야, 오늘 꿈같은 날을 보냈써야

노란꽃 잔친가 뭔가

멀미나도록 꽃길을 걸었써야

거기서 누런 용이 용트림 했단디

나만큼이나 꼬부라진 황룡강 줄기 따라

아슴아슴 핀 꽃들이 

첨엔 나락인 줄 알았써야 

끝도 갓도 없이 천지가 노랗드라 

내 징헌놈의 세상도 그랬쩨 

근디, 세상 참 많이 좋아졌드라이 

아 글씨, 오늘 내가 

날아다니는 사탕을 다 먹어봤씨야

백수가 되도락 첨 일인디 

구름 같은 것이, 달~달~한 것이, 

그것을 한 입 벼 먹응께 

하늘로 내가 날아갈 것만 같드라이 

골로 날아가부렀으믄 했시야 

빈 땅에 나락 대신 꽃을 심도록락 살았응께 

이제 더는 여한도 없잖것냐 

애미야, 그나 제나, 

오늘, 징허게 좋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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