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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생각 Mar 07. 2024

초사흘엔 할단새*가 떠올라

초사흘엔 할단새*가 떠올라 /  김휼

초사흘엔 할단새*가 떠올라



김 휼



내 꿈을 누가 헐어버렸나


내일이면, 집을 지어야지

작은 창을 내고

밤을 지새울

페치카도 만들어야지


길게 뻗은 그대 팔을 베고 누워

이국의 신화를 들으며

별을 셀 거야


상한 영혼 어루만지는 바람을 위해

물고기 한 마리 풍경으로 달아도 좋겠지


구름 한 점 없는 설산에

활강하는 어둠


고산의 밤은 왜 이렇게 날카로운 거야

잡초가 무성한 뜰이어도 좋겠어

세상의 모든 꽃잎이 노을로 지는

그런 둥지를 지어야지


흰 구름 그러모아

꽃 속으로 들어간 신들을 불러

희고 둥근 알을 낳을 거야


결단의 꼬리를 잘라

금줄도 쳐야겠어


쪽문마다 노란 등을 켜 두고

바람의 동거는 허용할까 해


비극에 날개가 젖지 않아 가벼워진

내일이면, 집을 지어야지

아름다운 작심처럼 반짝이는 별


그래 내일이면,

완전무결한 집을 지을 거야,


안개 사이를 절뚝이며 걷는

내일이 오면


⸻⸻⸻

* 내일은 반드시 둥지를 지어야지 굳게 다짐하지만 햇살이 드는 아침이면 그 결심이 사라지고 마는, 히말라야에 산다는 전설의 새.



         —계간 《詩로 여는 세상》 2023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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