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를 읽고
사람들은 모두 확인받고 싶어 한다. 내가 잘 살고 있는지, 나의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내가 손을 내밀었을 때 내 손을 놓지 않고 꼭 잡고 있어 줄 사람이 있기를 바란다. 힘들 때마다 그런 사람이 나를 외면하지 않고 받아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이런 바람들을 눈으로, 손으로 직접 확인받고 싶을 때가 있다. 마음이 약해지고 지쳤을 때, 가슴에 온기가 사라졌을 때, 이런 마음은 더 커진다.
- 김동영/김병수, <당신이라는 안정제> 중에서
작가가 되기 전에는 오히려 여행을 떠나면 특별한 뭔가가 되는 느낌이었는데 작가로 자리를 잡고 난 뒤에는 그 반대가 되었다. 국내에서는 내가 누구인지를 나도 알고 다른 사람도 아는데, 해외에 나가면 내가 누구인지를 나만 아는 것 같았다. 자기가 누구인지를 자기만 아는 상태가 지속되면 키클롭스의 섬으로 쳐들어가는 오디세우스와 비슷한 심리상태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정체성을 스스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타인의 인정을 통해 비로소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김영하, <여행의 이유> 중
여행지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여행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사회적으로 나에게 부여된 정체성이 때로 감옥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아지면서,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어버리러 떠나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김영하, <여행의 이유> 중
예전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성격 창조 워크숍'이라는 수업이 있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를 창조해보는 수업이었다. 학생들이 만들어온 인물들은 대체로 모호하다. 주인공이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그냥 평범한 회사원(대학생, 공무원 등등)이에요.' 그럴 때 이렇게 말하는 것이 선생으로서의 나의 역할이었다.
"평범한 회사원? 그런 인물은 없어."
모든 인간은 다 다르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조금씩은 다 이상하다.
- 김영하, <여행의 이유>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