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딘가 허전한 마음이 든다. 괜스레 핸드폰을 만지다가 11월 달력을 보니 몇몇 잡혀있는 약속들이 있는데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과의 약속이 대부분이다. 한동안은 사람들을 멀리하고 싶어 가까운 지인을 제외하고는 전혀 약속을 잡지 않았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11월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생겼다. 나의 의지로 정해진 약속들인지, 그들이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나에게 연락을 준건지, 혹은 그들은 꾸준히 나에게 연락을 줬지만 내가 거부해왔던 것이고, 갑작스레 내 심경에 변화가 와서 이제는 모든 제안에 YES라고 대답하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다. 11월에 열심히 사람들과 만나고 나서 12월에 또 숨어버릴지는 모르지만 어쩐지 허전한 마음이 드는 요즘 약속들이 생겼다는 건 좋은 거겠지.
주변 사람들에게 내 속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보통 괴롭힘 당하는 것은 (그에겐 미안하지만) 나의 남자 친구이다. 그를 덜 괴롭히기 위해 가끔 이곳에 내 생각들을 끄적이지만 그마저도 덜 자세히 끄적이기 때문에 또 결국 최종적으로 고통을 받을 것은 그다.
때때로 누군가에게는 나의 생각들을 털어놓고 싶다. 그 누군가는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마냥 행복한 사람이면 좋을 것 같다. 그 사람이 나만큼 또는 그보다 더 힘든 사람이라면 나는 또 입을 꾹 다물게 될 것 같다. 그러면서 그 순간만큼은 공감이나 맞장구보다는 그저 시답지 않은 내 얘기를 가만히 들어준다면 좋을 것 같다고 이상하리만치 까다롭게 그 누군가에 대해서 정의해 본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갑자기 내 앞에 뚝 떨어져 줄 것 같지는 않으므로 결국 나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 곳에 덜 자세한 끄적거림을 지속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