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여행
박타푸르는 카트만두와 나가르코트 중간에 위치해있는 도시로 한때 네팔의 3대 왕국 중 하나의 수도였다. 전체적으로 보존이 잘 되어 있어 도시를 걷다 보면 중세 시대 네팔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카트만두에서는 먼지와 소음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네팔 사람들도 삶도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찾은 더르바르 광장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았다. 낮에는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 그늘 밑에 쉬고 있고, 저녁에는 더웠던 낮이 무색하게도 시원한 바람이 부는 날씨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도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보려 했다.
네팔 사람들은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광장에 들어올 수 있다 보니 광장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래서 광장은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학생들, 데이트를 나온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상의 평온홤과 전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의 설렘이 모두 느껴지는 곳이었다.
박타푸르에서 꼭 하고 싶었던 건 요마리를 먹어보는 거였다. 여행 초기에 네팔 전통 음식을 찾아보다가 요마리를 꼭 먹고 싶었는데 네팔은 지역 색채가 강하다 보니 카트만두나 포카라에서는 타 지역의 음식을 먹기가 어려웠다. 요마리는 밀가루 반죽 안에 설탕과 견과루를 넣어 찌는 네와리 족의 전통음식이다. 송편과 비슷하게 생겼고 맛도 비슷했는데 크기가 송편의 10배였다. 맛없을 수 없는 음식이었지만 밀가루 반죽이 두꺼워 다 먹지 못했다.
또 박타푸르에서 유명한 먹거리는 주주더히다. 이름만 듣고는 의심스러웠지만 그저 요거트 아이스크림이었다. 가장 맛있어 보이는 가게를 찾아서 갔는데 이후에 도시를 돌아다녀 보니 가게에서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 다 똑같은 곳에서 물건을 공급받는 거 같았다. 왜냐면 다른 곳에서도 먹어 봤는데 생긴 것도 맛도 큰 차이가 없었다. 아무튼 주주더히는 믿음직스럽지 않은 이름에 반해 맛있었다. 더위에 지쳤을 때 하나씩 먹기 좋았다.
박타푸르는 네팔 여행의 마지막 도시였다. 마지막 밤에는 아무래도 맥주가 빠질 수 없기 때문에 슈퍼에서 맥주 두 병과 사람들이 줄 서 있던 가게에서 빠니뿌리를 사서 숙소 옥상으로 갔다.
해가 지고 불빛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조명, 온도, 습도도 완벽하고 여행의 마지막 날이기도 해 괜히 센티해졌는데 카톡 하나가 왔다. 비행기 시간이 바뀌었다는 연락이었다. 이미 일주일 전에 한차례 취소가 되어 다시 예약을 했건만 비행기 타는 바로 전 날에 일정이 또 바뀐 거다. 그런데 바뀐 시간의 비행기를 타면 그다음 환승 비행기를 타지 못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네팔이 날 쉽게 보내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