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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경훈 Mar 14. 2023

대안학교를 나오며

나의 대안학교 입성기. 인가형? 비인가형?

10초 남짓의 타이핑이면 원하는 정보는 거의 모두 얻을 수 있는 요즘. 인터넷에 대안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그들을 보낸 부모, 설립자, 교육전문가의 이야기는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교사의 입장에서 쓴 글은 생각보다 찾기 어려웠다. 물론 소수중의 소수라 그들의 이야기가 흔치 않은 건 이해하지만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래서 대안학교에 들어갈 때도, 일할 때도, 심지어 나올 때도 난 온라인 공간 집단지성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고로 언젠가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 나와 같은 이를 위해 글을 쓰고자 한다. 대안학교 학생 말고 '교사'를 꿈꾸거나 궁금해할 이들을 위하여...


대안학교 교사의 생활을 궁금해하고, 꿈꾸는 이들을 위해 이 글을 쓴다.


나는 광주의 철학 인문학 대안학교인 지혜학교에서 정확히 2년 8개월은 근무했다. 사범대학교를 졸업해 인천의 공립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3년을 재직한 후였다. 왜 대안학교였나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이 글을 찾아보고 있는 당신과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까, 그럴리는 없겠지만 돈이나 안정성, 워라밸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면 그 마음 반드시... 반드시 접길 바란다. 아, 퇴직의 이유는 최대한 상세하게 밝히겠다. 이 역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기에.


1. 대안학교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나이가 뭐가 중요해! 지금 하고 싶은 걸 하자


대안학교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평생 일하면 좋고 아니더라도 젊었을 때 아니면 언제 일해보나라는 심산이었다. 까짓 거 예를 들어 도중에 다시 공교육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치더라도, 시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치더라도 하면 되지 '나이가 뭐가 중요해! 지금 하고 싶은걸 하자'라는 마음이었다.


내가 이전까지 대안학교에 관해 알고 있던 바라고는 일본의 키노쿠니학교나 영국의 섬머힐, 금산의 간디학교 같은 곳이 있다는 사실뿐이었고 그나마 교육학 개론시간에 스치듯 지나간 것이 다였다. 그래서 처음 대안학교에서 일해보고 싶었을 때 가장 먼저 한 것은 정보수집이었다. 인터넷에 대안학교를 검색하고 전국의 대안학교 목록을 살펴봤다. 한 곳 씩 홈페이지에 들어가 정보를 보면서 내가 주로 살펴본 조건은 다음 세 가지였다. 하나, 도심형 말고 자연·생태 친화적인 곳이어야 한다. 둘, 어떤 시간 어떠한 형태든 역사를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셋, 종교적 색채가 진한 곳은 가급적 피한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곳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인터넷으로 대충 훑어본 정보로 그 이상을 알기는 어려웠다. 백문이 불여일견, 가장 유명한 금산의 간디학교에 다짜고짜 전화를 걸어 말했다. 당신네 학교에서 일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지금 생각하면 참 당돌했다.


나의 질문에 그곳에선 '간디교육연구소'에 등록하라는 답변을 해주었다. 지금은 사라진 간디교육연구소는 간디학교 산하의 대안교육연구소로 나같이 대안교육에 관심이 있거나 간디학교 1년 차의 신규교사들이 모여 연수를 받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일주일에 2번씩(주말) 간디학교의 신규교사 4분과 함께 수업을 듣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간디교육연구소'외에도 대안교육연대에서 직접 운영하는 '삶을위한교사대학'이 있으니 대안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한다. 참고로 간디교육연구소는 내가 수료할 때 즈음 이제 사라진다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사실 재정과 인력 모두 여유가 부족한 일선 대안학교에서 교사양성을 위한 연구소까지 운영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니, 여러모로 아쉬울 따름이다.


2. 인가와 비인가 대안학교

인가냐 비인가냐는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다. 열악한 삶, 그러나 자유?


법적으로 들어가면 각종학교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그것은 너무 복잡하고 실질적으로 일할 교사에게 중요한 내용은 아니다. 대안학교는 크게 국가로부터 인가받은 인가형 대안학교와 인가받지 않은 비인가 대안학교가 있다.(이전엔 미인가 대안학교라고 불렀지만, 현장에선 비인가 대안학교라고 부른다) 인가형 대안학교에는 학교생활 부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잠시 오는 위탁형 대안학교를 비롯하여 자체적인 커리큘럼을 운영하지만 일정 부분은 국가가 요구하는 정규 교육과정을 반영하는 대안학교(인가형, 특성화 중고등학교) 등이 있다. 인가를 받으면 학력인정부터 국가로부터 여러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기에 많은 장점이 있지만 독자적인 교육과정을 양보하고 국가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약점 또한 있다. 비인가 대안학교 원하는 대로 학교를 꾸려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학력 인정을 받지 못하기에 학생들이 검정고시를 따로 봐야 한다는 것과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일선 교사의 입장에서 인가형 대안학교는 월급은 일반학교의 교사들과 동일하게 받지만 이럴 거면 이게 왜 대안학교인가라는 생각이 들것이고, 비인가 대안학교는 교육의 자유를 누릴 수 있지만 열악한 생활과 워라밸이 힘들게 할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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