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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브루클린 차량 등록소에서

받은 대기표가 911

by 뜨개여신 Mar 0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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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아빠는 일찍 서두르셨어요.

저희가 지내고 있는 킹스턴 에어비엔비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브루클린 차량 등록소를 들렀다 가실 계획이셨거든요.

차량 넘버를 받기 위해 애틀랜타에 보낸 서류를 기다리기 힘드셨던 아빠는 비행기를 타고 직접 다녀와야겠다고 엄마와 상의를 하셨어요. 그러면서 누나들을 보러 맨해튼을 왔으니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브루클린 차량 등록소 문도 한 번 두드려보자고 하셨어요. 혹시? 하는 마음으로요. 이미 거절에 익숙해 지신 엄마와 아빠의 대화였어요ㅠㅠ

차량 등록소 문 여는 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세상에나 이미 긴 줄이 서 있었고 그 사람들도 문 열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대기 줄이 줄어들기 기다리며 받은 번호표가 세상에나 911.

미국 뉴욕의 911 테러 사건으로 캐네디 공한 입국서부터 힘들었는데, 왜 대기 번호까지 911이지? 뭐가 이러냐며 아빠는 힘 빠진다고 실망하셨어요.

엄마는 미신? 뭐 이런 거 믿는 거야?라고 말하셨지만 역시나 뉴욕은 우리하고 안 맞나 봐~라고 하셨어요ㅠㅠ



그렇지만 놀라운 일이 생겼어요.

맨날 주어지는 점수가 담당자에 따라 다르게 부여되고, 매번 1점이 모자라 통과가 안 됐는데 똑같은 서류였는데 아무 문제 없이 브루클린에서는 승인 도장을 탕 탕! 

그렇게 받은 뉴욕 번호판!

"세상에 이런 일이?"라고 엄마와 아빠는 기뻐하셨어요.

야호!! 저도 신나서 꼬리를 마구 흔들었어요~^^



ㅎㅎㅎ 그런데 번호판을 받아 나오면서 아빠는 번갯불에 콩 볶으시려고 마구마구 서두르기 시작하셨어요.

점심을 먹고 출발하자는 엄마 말을 무시하고 아빠는 운전을 급하게 과속하시기 시작하셨어요.

번호판 나왔으니 렌트한 차 바로 돌려주고, 차량 번호판 부착해서 시운전해봐야 하고 그날부터 캠핑차량 손 보신다고 뭐라 뭐라 신나서 끝도 없이 엄마에게 말하셨어요.

그러자 아빠 말을 듣고 있던 엄마의 말이 진짜 웃겼어요~^^

"말 많이 하면 배고파 입 다물고 운전하셔~ 아침, 점심 안 먹은 거 기억하지? 분명히 당신이 바로 가자고 했어. 번호판 나와서 당신이 흥분해서 배고픈 걸 잠시 잊은 거 같은데 조금 있다가 배고프다고 짜증 부리면 안 돼! 내 말 알아 들었지? 나는 밥 먹고 가자고 했어요!!

아빠는 진짜 아빠가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매번 잘 잊어버려요, 식사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도 나중에는 왜 그렇게 안 했냐고 뭐가 이상하다고 되레 엄마한테 따져요;;; 그러면 엄마는 또 저한테 속삭이시거든요, 강지야~엄마는 이제 설명하기도 싫고, 번거롭고, 귀찮아요. 아빠는 왜 저러냐;;; 오늘도 환장 파티 열린다~ 엄마 속 터지는 소리 들려? 착한 우리 강지한테는 들릴 거야~들리지?!"  

아빠는 한 끼라도 거르시면 힘들어하시거든요. 배고프시면 예민해지시고 음, 음, 그러면ㅠㅠㅠ 암튼, 수시로 간식도 많이 드셔야 하시고, 엄마는 아빠보고 5식이도 더 된다고 놀리시죠~헤헤헤


2시간 넘는 고속도로를 운전하는 동안 휴게소가 하나도 없었어요.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주유를 하려면 마을로 들어가서 주유를 하고 돌아 나와는 불편한 경우도 많았어요.

진짜 우리나라는 휴게소의 천국이에요. 고속도로를 다니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미국 여행을 하며 감사한 일이었다고 엄마가 말하셨어요.

그리고 우리나라가 삼면이 바다가 아니었다면 외국의 캠핑카 여행객들이 사랑하는 캠핑카 천국 대한민국이 될 거 같은데? 그러면 나라경제에는 도움이 되는 건가?  

미국과 캐나다 여행은 장거리 운행을 할 때 때때로 월마트등 대형 마트 주차장에서 저희는 차박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그러면 다음 날 월마트 맥도널드를 이용해 아침을 해결하고 엄마는 와이파이로 sns에 글을 올리기도 하셨어요.


소거티스마을 데이비드 차고로 바로 가서 아빠는 번호판을 부착했어요. 당연한 번호판 부착인데 타국에서 이게 뭐라고 이렇게 속을 애태우냐며 미국의 행정을 성토 좀 하신 아빠셨죠.

그러나 번호판 문제로 맘 졸이셨던 엄마와 아빠셨기에 홀가분해하시던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번호판을 캠핑카에 달았으니, 아빠는 본 적 없는 캠핑카 차량 정비를 셀프로 하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엄마가 속상해하시며 저한테 "아빠 고집을 꺾을 수 없는 거 강지도 알지? 진짜 우리 캠핑카 괜찮을까?"

아빠한테는 Are you cra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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