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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ova Aug 16. 2022

Web 3.0 기획자 커리어 피봇팅 일대기

① 새로운 곳에 둥지 트는 이의 마음가짐, Pioneer Mind-set

광고홍보학을 전공하고, 대기업 인하우스 종대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기획 공모전에 수 십 차례 출품하고, 수 백 번의 회의와 두 번의 인턴 경험을 꼬박 합산하면 얼추 1만 시간의 노력이 꿈을 위해 달려왔다고 볼 수 있겠다. 단순 계산으로 쳐도, 하루에 8시간은 기획을 물고 늘어졌고, 그것이 365일, 5년이다. 학부생으로, 아마추어로서 미숙함을 인정해도 1만 시간은 꼬박 넘는다.


내게 광고는 커뮤니케이션학이다. 물론 누군가는 경영학에 결을 둔다고 보지만, 교수님은 광고는 적어도 제품을 사용하게  타겟의 사회과학적 조사와 분석의 결합물이었고 우리 제품의 어떤 가치를 어떤 타겟에게 어떻게 설득시켜 나갈 것인지 해답을 찾아나가는 실용 학문이라 가르쳐주셨다.


기획자를 꿈꿨다. 어떤 제품이든 기업이든 가치든, 그들을 한 조직으로 이끌어나가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내야 했다. 그 제품 혹은 기업이 가진 가치 , 다시 말해 그 근본적인 이유를 수많은 타겟 중 주요 이익을 창출해 낼 타겟으로 이어내는 과정, 그리고 방법을 아는 것이 기획이라 정의했다. 그렇게 쫓고 쫓아왔던 것들이 결국 이 순간을 만들어 낸 원동력이 되었다고, 여전히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기획자를 꿈꿔왔던 것이지, 광고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내가 본 업계는 결국 '클라이언트의 제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각종 트렌드로 풀어내는 것이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러한 요구를 실질적으로 실행하는 업계였다. 트렌드를 소모하며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과연, 제품을 진정으로 설득시킬 수 있는 방법인지 회의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들이 그토록 정의내리고 싶어하는 MZ세대의 힙함은 특정 트렌드에 맞춰 부응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 이 사람, 이 제품만이 가진 고유한 네러티브에 집중한다는 것을 굳이 꼭, 이곳에 남기고 싶다.


마감 기한은 항상 타이트했고, 애써 만들어 올린 기획안은 한순간 무산되었다. '내가 원하고 부족해 보여서 하는 자발적인 수정'이 아닌, '그들의 요구에 의해 수정'되었다. 대부분 업무는 무력감과 소속감 결여를 수반했다. 뭐, 광고를 향한 배움과 도전 정신과 흥미가 사라졌달까, 주인(내 것은 아니지만 내 것처럼 다뤄내는, 멜랑꼴리한 스탠스) 의식이 없어졌달까. 더 이상 알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아마도 내 성격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해당 업계와 직무 특성을 미리 파악하지 않았던 이유가 8할은 차지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는 이들이 있다. 무조건 존경한다.)




광고에 들인 1만 시간은 새로운 기회, 새로운 업계, 새로운 배움의 시작과 맞교환(Trade-off)되었다. 당시 회사 경험은, 당시 1만 시간의 내가 꿈꿔왔던 것을 이룬 모먼트임과 동시에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다시 되짚어볼 용기를 준 모먼트였다. 물론, 결정을 주저한 시간이 없던 것은 아니다. 난 분명 내게 변화를 주고 싶은 의지는 강력했으나, '새로운 선택'이 불러오는 결과에는 기존 경력 인정 문제, 새로운 업계에 적응을 위한 배움과 수련(?) 시간 등이 포함될 것이고 이러한 조건 사항들이 과연 '적합한 것인가' 혹은 '정당한 것인가'는 판단이 서지 않았다. 사실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인데도 말이다.  


그래, 차라리 손해를 본다는 마음으로 새로운 선택을 저질러버렸다. 그리고 그 손해에 부합하는 보상감을 얻기 위해 다음과 같은 것들을 지켜야겠다, 다짐했다. 멀리보는 힘을 기르며 지금을 지켜나가자.

 

① 비전을 찾을 것.

: 결정될 업계는 주체적인 비전을 가진 곳일 것.


② 적어도 1만 시간은 해당 업계를 사랑할 것.

: 이전 업계도 1만 시간 이상 사랑했으니, 결과값을 비교하기 위해선 동일 조건으로 만든 뒤 판단할 것. 이전의 기획자로서 쌓아온 노력과 성찰이 이 1만 시간을 채우는 데에 탄력성을 줄 것이라 믿었다.


③ 실질적으로 고객 가치를 실현하는 기획자로서 보람을 느낄 것.

: 이전에는 클라이언트의 제품으로 귀결된 가치 실현이었다면 새로운 선택지는 기존 사회 및 경제 문제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을 포함해야 하며, 그곳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기획자일 것.


④ 내 것이라 여길 것.

: 결국 '주인 의식'인데, 이것은 외적 상황과 내 태도의 교차점이다. 무엇보다도 이전 업무에서 느꼈던 무력감이나 소속감의 결여는 절대, 어느 곳에서도 다시는 고개를 들어서 안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변화에 겸허히 동의하되 그 안에서 주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적인 시각을 갖춰야했다.


기준을 세우고 탐색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찾아낸 시장은, 오히려 예측이 어려운 Web 3.0,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업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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