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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서연 Jenny Oct 09. 2021

독서, 취미가 아니고 습관이다

가을, 생활속에서 독서하는 책덕후의 팁



지금은 덕후 전성시대입니다. 아이돌, 영화, 게임, 애니 등 덕질의 영역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런데 덕질시대 이전에 우리가 ‘즐기기 위해 하던 일’을 표현할 때 사용하던 ‘취미’란에 빈번하게 등장하던 ‘독서’는 요즘, 묘하게 덕질의 영역에 포함되지 못 하는 느낌입니다.


이는 10명 중 4명은 1년에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고, 성인 평균 8.3권의 책을 읽는다(2017 독서실태조사)는 한국 사회의 현실일까요, 아니면 ‘책’이 정말 뉴미디어 시대에 그 매력과 가치를 잃어가는 것일까요.


우선, 제가 생각하는 “책 덕후력” 레벨 테스트를 한 번 해보시죠. 지난 1년, 책을 몇 권이나 읽으셨나요?


1단계         0~1권 : 한 권도 읽지 않거나 불가피하게 한 권 읽었다.
2단계     10~15권 : 한 달에 한 권은 읽는다. 가끔 두 권도 읽었다.
3단계  50권 내외 : 매주 한 권 정도 읽음. 독서가 습관에 가까운 단계. 바쁘면 못 읽는 주도 있겠지만 주말에 몰아 읽는 걸로 보통 벌충된다.
4단계 100권 이상 : 가끔 발견되는 희귀종이지만 아직 멸종하지 않았다.  


3단계 이상 이라면, 당신도 책 덕후 ! 좋은 계절, 어떤 책을 읽어야 할 지 고민이신 분들께, 그리고 볼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은 이 바쁜 시대에 도대체 언제 책을 읽어야 하는지 궁금한 분들께 멸종위기의 책덕후로서 책을 어떻게 고르고, 어떤 방식으로 읽고, 어떤 형태로 정리하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책을 고르는 방법


덕후에게 책을 고른다는 것은 어떤 책을 읽을 것이냐가 아니라, 어떤 책을 안 읽을 거냐의 선택에 더 가깝습니다.  

저도, 그리고 한 달에 20여권을 읽는다는 제 지인도 세상에 책은 많고 시간은 없다는 말을 즐겨하니까요.

결국 슬프지만 ’지금은 이 책까지 읽을 시간이 없으니, 언젠가 이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좋겠다‘의 선택인 겁니다.


이처럼 어느 한 쪽 극단에 ’읽을 것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는

‘나와 맞는 책을 만나지 못한’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저도 ‘서울대 인문고전 100선이나 베스트셀러 10권만 읽으시면 책의 세계에 들어오신 겁니다!’라고 하고 싶지만 그럴리가요.


애서가이기도 한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책을 고르는 기준으로, “서점에 가서 책의 3분의 2지점을 열어보라”고 조언합니다. 그 부분이 작가가 제일 힘이 빠져있는 부분이라는 거죠. 하지만 이런 팁들도 어느정도 내가 원하는 글의 수준과 좋아하는 문체 등 책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저는 한 강연에서 김영민 교수가 이야기한 바에 힌트를 얻어 책 많이 읽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라고 하고 싶습니다.

김영민 교수는 “누구에게나 좋은 책은 없고, 나의 관심사와 나를 잘 알고 동시에 책도 잘 아는 지인에게 추천 받아야 각자에게 필요한 리스트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결국은 독서 과외죠.


책 한 권 보겠다고 돈 주고 과외를 받을 수야 없으니,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을 주변에 두고 많이 물어볼 수 밖에요.

그러면 책을 추천 받을 수도 있지만 본인이 읽은 책들을 요약 정리해 주는 경우도 있으니 일석이조일 겁니다.


저는 이번 추석에 부모님께 책 한 권씩 추천해 드리고 왔습니다. 아버지는 최근에 김광석 노래를

많이 찾아 들으시길래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은’의 작곡가 류근의 에세이집 [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을, 어머니는 글이 많지 않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보고 싶다고 하셔서 고시원에서 가지볶음, 콩나물 국밥 등 간단하지만 위안이 되는 음식을 챙겨먹는 일상을 그린 [쩜오라이프]를 추천드렸습니다.


주위에 본인의 관심사와 책을 읽고 싶다는 호감을 표시해 보세요. 그러면 저처럼 숨어있는 독서 생활자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의 가방


어떻게 하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에 책 좀 읽는 사람들은 책을 꼭 ‘들고’ 다니라고합니다.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는 늘 2권의 책을 들고 다닌다고 하죠. 저도 300페이지 안팎의 가벼운 책을 항상 들고다닙니다. 그래서 책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작은 가방은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출근시간 2~30분, 퇴근시간 2~30분, 약속 기다리는 시간 10분... 이렇게만 읽어도 매일 읽으면 일주일에 5시간은 독서 할 수 있죠. 매주 한 권, 일년에 50권 정도는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말에 읽는 책과 출퇴근 할 때 읽는 책을 구분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두껍고 한 번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책은 집에 두고 주말이나 퇴근 후에 읽으시고, 가벼운 자기계발, 경제경영, 에세이집은 출퇴근 시간에 읽으시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출퇴근 시간에는 가벼운 에세이가 좋을 텐데요. 제일 먼저, ‘아무튼’ 시리즈 중에서 골라서 읽어보세요.

요가/발레/트위터/망원동/문구 등 ‘아무튼’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써내려간 에세이집입니다.

특히 김혼비 작가의 [아무튼, 술] 애주가라면 누구나 흥미로워 하실 것 같은데 이 책의 부제는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입니다.


집에 두고 보시는 책은 호기심이 가는 만큼 어려운 것을 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 달에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과 [카를 융 자서전(기억 꿈 사상)]을 집에 두고 읽고 있습니다.


책을 들고 다니기 어려운 상황인 분들을 위한 대안은 <교보  eBook> 어플리케이션 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전자책들은 단말기를 사야하거나 월 정액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갑자기 한 권 읽고 싶을 때 적합한 플랫폼은 아닙니다. 한 두 권씩 사서 휴대폰으로 볼 수 있는 방식의 전자책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 두시고, 에세이나 가벼운 소설류를 받아두면 피곤할 때 슥 읽어보기 좋습니다.


책장 밖, 손 안의 책장
 

책을 읽는 것을 생산적인 취미생활이라 여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여타 현질을 동반한

덕질과 마찬가지로 독서에도 현타가 오는 날이 있습니다. 책 한 권에 기본적으로 2만원 수준이라  한 달에 1~20만원 쓰는 것도 순식간입니다. 책은 끊기 싫고,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이제 기록이라도 남기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그래서 발견한 어플리케이션이 <책꽂이>입니다. 알라딘과 연동되어 있어 바코드를 찍거나 검색을 하면 기본적인 책정보를 가져올 수 있고, 책의 소유여부(책이 많이지면 유 여부가 매우 중요합니다. 집에서 같은 책이 3권 발견된 적도 있습니다.), 도서 읽기정보(읽은 기간, 평점, 월간 캘린더에 책 표지 이미지 정리 등), 그리고 사진을 더한 간단한 메모를 추가 할 수 있습니다. 이 어플을 사용하고 나면 읽은 책을 보다 효율적으로 기록하고 기억할 수 있는데다, 캘린더에 내가 읽은 책 표지가 노출되니 매월 독서 캘린더를 채우기 위한 동기부여도 됩니다.


읽은 책 목록 만들기가 익숙해 지시면 다음 단계로는 좋은 문장을 발췌해서 메모를 해 보세요.

저는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가 있거나 글의 전개에 있어 중요한 부분들에 인덱스를 붙여두고 해당 부분들만 재독하면서 메모를 하는데, 나중에 책이 손에 없더라도 내용을 복기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을 확장하거나 정리할 때도 찾아보게 되구요.


덕후의 시기
 

독서도 리듬이라 주위에 보면 의외로 일 년에 20~30권 읽는 사람보다 50권 읽는 사람들이 더

빈번하게 보입니다. 덕후의 세계에 포함되는 시기도 이 때부터 인 것 같습니다.

매주 한 두권씩 책을 읽을 정도면 서점도 자주 가고 유행하는 책들의 제목 정도는 꿰고 있으며, 다른 책덕후를 만났을 때 대화의 주제가 되는 ‘그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작가, 출판사, 장르 등 어떻게든 책 만으로 대화를 엮어 갈 수 있게 되니까요.


이 글의 서두에서 해보셨던 ‘책덕후 테스트’가 기억나시죠? 지금은 덕후 레벨 중 어디에 속하시는지, 어디에 속하고 싶으신지 궁금하네요. 책에 관해서라면 ‘천일야화’보다 할 이야기가 많겠지만 이 정도로도 흥미로운 덕후 탐구생활이 되지 않으셨을까 합니다.

책 읽기에 가장 좋다는 가을 한 가운데, 제가 이렇게 짧은 읽을거리 한 편 더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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