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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서연 Jenny Mar 20. 2021

가끔은 그냥 시키는 대로 해 보자

나도 모르게 준비된 순간일지도 모른다

       '왜 이게 가능하지.' 요가 수업 중에 엎드려 누운 상태에서 허리에 힘을 최대한 빼고 머리와 발끝을 뒤로 당겨서 붙이거나 상상도 해보지 않은 기묘한 방식으로 몸을 비틀고 나면 드는 생각이다.


       더 신기한 것은 요가원 원장님께서 '충분히 할 수 있어요.' 라며 가이드를 주시면 나는 절대 못 할 거라고 손사래 쳤던 자세도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알아보시는 건지 몸이 준비된 것을 본인인 나보다 더 빨리 아시는 것 같다. 힘을 빼세요, 발끝에 힘을 주세요, 팔을 조금 더 당겨 들어와요.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완성된 동작을 취하고 있다.

 

       '충분히 할 수 있어요'의 순간을 몇 번 겪고 나니 이제는 원장님의 이 마법 같은 말을 기다리게 되었다.



        회사에서도 인지하지 못했던 내 잠재력이 툭 튀어나오는 순간이 있다.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던 직무가 주어졌을 때다.

        신입사원일 때부터 유난히 갑작스러운 퇴직자들의 자리를 메꾸기 위해 부서를 변경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갑작스럽게 퇴직한 두 사람의 업무를 삼일 만에 인계받을 때에는 정말 '와,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선배들이 나를 해당 직무에 적임자라고 생각했을 때는 스스로 보지 못하고 있는 적성이나 최소한 근성이라도 내게 있는 모양이다. 처음에는 부담과 야근이 함께 하지만 힘을 빼고 발끝을 조금씩 더 당기는 것 같은 날들이 지나면 새로운 자리에 어느새 적응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시키는 대로 한다.'가 부정적인 구호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내가 좋은 상사를 많이 만난 덕인지 일을 시킨다는 것 자체가 나에 대한 믿음의 표현이라고 느끼면서 일단 시키는 것부터 해보자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새로운 일이 주어지면 당장은 세상에 있는지도 몰랐던 요가 동작처럼 불가능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와 동료들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도전해 보자. 옆에서 나도 모르게 준비된 내 등을 툭 밀어주는 순간일 지도 모른다.     




* 배경 사진 : Christopher - Leap of Faith 앨범 커버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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