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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서연 Jenny Mar 01. 2021

마라톤 한 번 제대로 뛰어보지 않았지만

인생은 마라톤이다

        일요일 아침 10시에 한강 변을 4km가량 달리는 모임이 있길래 신청해서 다녀왔다. 신청서에 '러닝은 처음이다.'는 선택지가 있길래 잘 못 뛰지만 괜찮겠지 싶었다. 집합 장소인 잠원한강공원 근처에 10시까지 가려면 최소한 8시부터는 준비해야 하는 일정이라 평일에도 침대 밖으로 나오지 않던 시간에 알람을 맞춰 일어났다. 주최 측에서 코로나로 인해 4인 1조로 조를 편성해 주었고 흰색 두건을 쓰신 조장님을 만나 우리가 달릴 코스에 관해 설명을 들었다. 잠원 한강공원에서 잠수교를 건너 한남 대교까지 뛰어서 돌아오는 6km 코스를 쉬지 않고 뛰는 코스였다.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일정에 시작도 전에 기가 질렸다.

 


       스트레칭을 마치고 일단 출발했다. 점점 숨이 차길래 얼마나 왔는지 여쭤봤는데 이제 겨우 1km 지점이었다. 어쨌든 멈추지 않고 잠수교에 진입했는데 조원 중 한 분이 운동화 끈을 묶으려 잠시 멈추시는 모습을 보고 긴장이 탁 놓였다. 숨을 몰아쉬며 걷고 있으니 조장님께서 멈추면 안 된다고 힘들면 속도를 늦춰서 달리라고 하셨다. 그러면 훨씬 편안할 거라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속도를 늦춰 달리는 데 실패했다. 급한 성격 탓인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보다 계속 빠르게 달리고 멈추는 과정을 반복했다. 지켜보던 조장님이 '에너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넘쳐서 힘든 거예요. 코스 전체를 달릴 수 있는 속도로 늦춰야 하는데 너무 빨리 뛰고 있어요.'라고 하셨다.

       순간 멍한 기분이 들었다. 에너지가 넘쳐서 힘들다니. 평소에 힘을 못 빼고 아등바등하다가 지쳐 버리는 내 일상에다 말해주는 듯했다.

  


       이날 나는 3km 지점에서 포기하고 걸어서 돌아왔다. 죽을 만큼 힘들지도 않았고 아마 끝까지 달리는 것도 힘들지만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혼자 조금 이르게 반환점을 잡고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나는 왜 멈추었을까.


       생각을 짚어가며 타박타박 걸었다. 천천히 살펴보니 내가 멈춘 지점이 3km쯤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스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처음 가보는 길에 감 없이 뛰기만 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결론은 완주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멈춘 것이었다. 완주해야 하는 코스를 머릿속에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 채 무턱대고 뛰다 보니 얼마나 더 가야 끝이라는 감각이 없었다. 



       왜 인생을 마라톤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는 인생은 길고 알 수 없으니 인내하라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하지만 내가 겪은 달리기는 인내와 극기가 아니었다. 목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천천히 달려야 완주할 수 있다고 말해준 조장님 덕분일 것이다. 빨리 달려서 숨차 포기할 필요가 없었다.


       인생의 목표와 반환점을 잡는 것은 달리기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뛰다가 걷다가 하면서 거리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완주하려면 목표부터 정확하게 가늠해야 할 것이다.

       언제 다시 뛸지 정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번에도 완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다음에 참석할 때는 마음부터 단단히 준비하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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